[시승기]아무도 베낄 수 없는 위엄, 편안한 승차감...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시승기]아무도 베낄 수 없는 위엄, 편안한 승차감...캐딜락 에스컬레이드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1.09.07 10:24
  • 조회수 2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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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5세대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
캐딜락 5세대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

이제는 대형 SUV를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이 아니라 한국 이야기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마다 한 덩치씩 하는 대형 SUV를 속속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기아 모하비, 쌍용 렉스턴이 그렇다. 수입 SUV도 마찬가지다. 과거 대형 SUV 시장을 주름잡던 포드 익스플로러는 한 단계 진화를 했다. 거기다 풀사이즈 SUV, 익스페디션까지 출시하며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다. 포드의 고급 브랜드 링컨 역시 네비게이터를 국내 출시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도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각각 X7과 GLS라는 걸출한 대형 모델을 선보였다.

그래도 오리지널은 이기기 어렵다. 주인공은 미국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사실 오리지널리티를 굳이 따지자면 링컨 네비게이터가 먼저긴 하다. 네비게이터는 1998년 등장했다. 네비게이터 출시에 자극을 받은 캐딜락이 픽업트럭 플랫폼을 이용해 선보인 모델이 바로 에스컬레이드다. 같은 해에 나왔지만 엄연히 따지면 네비게이터가 먼저다. 현시점의 소비자 인지도와 인기만 따지면 에스컬레이드의 압승이다.

캐딜락이 한 단계 진화한 5세대 에스컬레이드를 국내에 선보였다. 어떤 매력을 갖추고 있는지 시승을 통해 알아봤다.

전 세대 에스컬레이드 역시 덩치가 어마무시했다. 5세대로 진화하면서 한껏 덩치를 더 키웠다. 전장, 전폭, 전고, 휠베이스 모두 커지고, 길어지고, 높아졌다. 5380mm에 달하는 전장과 1060mm 전폭 그리고 웬만한 성인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1945mm의 전고는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다. 휠베이스 역시 3071mm로 3m를 넘어선다.

시승 모델은 스포츠 플래티넘 트림이다. 메쉬 패턴이 그려진 스포츠 그릴과 측면 트림 및 몰딩, 루프랙까지 블랙 유광으로 처리했다. 곳곳에 크롬 장식이 붙은 프리미엄 럭셔리 트림과 차별화한 외관이다. 수직으로 뻗은 주간 주행등은 이전과 동일하다. 다만, 헤드램프의 크기가 날렵해졌다. 보닛 끝에서 뚝 잘려나간 전면 범퍼는 행여라도 부딪히면 몸이 성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측면은 깍두기 그 자체다.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어느 하나 튀는 곳이 없다. 거대한 22인치 휠이 장착되어 있지만, 차체가 워낙 커 20인치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후면에는 거의 1m에 달하는 긴 테일램프가 자리한다. 4세대 모델과 동일하게 폭포수가 떨어지듯 수직으로 배치했다. 미국차답지 않게(?) 디테일도 상당하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숨은그림 찾기 마냥 캐딜락 로고를 자그맣게 새겨 넣었다. 전면 유리 우측 하단에도 캐딜락 로고가 숨어있다. 도어캐치 해제 버튼의 모양도 캐딜락 로고를 형상화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아기자기한 요소다.

이전 세대만 해도 인테리어가 럭셔리 급과 거리가 느껴졌다면 5세대 모델은 다르다.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쏟아 부었고 마무리마저 공을 들였다. 변화의 핵심은 38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입맛대로 매만졌다. 계기반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겹겹이 쌓았다. 다른 차량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다. 해상도도 놓고, 디스플레이의 두께도 얇다. 계기반은 일반적인 속도와 RPM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AR 내비게이션과 나이트 비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조작도 굉장히 간편하다. 계기반 옆에 작게 마련한 터치 디스플레이를 누르면 HUD, AR 내비게이션, 나이트비전과 같은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UI 구분이 명확하다. 처음 타더라도 헤매지 않는다. 직관적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지원하는 점은 최신 차다운 구성이다. 기본으로 내장된 내비게이션은 쉐보레와 공용하는 것으로 한국 도로 상황에 최적화되어 있다. 8가지 색상으로 조절 가능한 앰비언트 라이트는 사용자의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최고급 가죽과 리얼 우드 트림 등이 더해져 실내에서 느껴지는 고급감이 상당하다. 센터 암레스트 아래에는 냉장과 냉동 기능을 지원하는 냉장고를 마련했다. 물을 넣고 주행하면 살얼음이 낄 만큼 굉장히 차갑게 온도를 유지한다. 1열 시트는 열선과 통풍 기능을 지원하며 마사지 기능까지 마련했다.

2열로 자리를 이동했다. 높은 지상고를 감안해 전동식 사이드 스탭을 마련했다. 탑승객의 편의를 고려한 구성이다. 캡틴 시트로 구성한 2열 공간은 나무랄 데가 없다. 1열 뒷 편에 2열 승객을 위한 12.6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각각 마련해 장거리 이동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외에도 2열 승객을 위한 별도의 온도 조절 장치와 열선 시트를 배치했다. 다만, 아쉬움이 느껴지는 구성도 있다. 통풍 시트를 뺀 것과 2열 유리에 선쉐이드가 없다. 2열 사용 빈도가 높은 풀사이즈 SUV의 특성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느껴진다.

3열은 이전보다 정말 넉넉해졌다. 중형 SUV 2열 만큼의 공간감이다. 무릎이나 헤드룸 공간 모두 부족함이 없다. 3열 승객을 위한 별도의 USB 충전 포트와 송풍구도 마련했다. 3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내 공간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단연 트렁크다. 이전 세대 에스컬레이드의 트렁크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 앙증(?) 맞았다. 3열까지 모두 펼쳤을 때 트렁크 공간이 430L로 골프백을 넣기에도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현행 모델은 다르다. 3열까지 승객이 앉은 상태에서도 722L의 기본 용량을 자랑한다. 3열을 폴딩하면 2065L로 웬만한 짐은 수납 걱정없이 실을 수 있다. 2열까지 모두 접을 경우 싱글 침대 매트리스도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나온다. 3427L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머리 공간이다. 이전 에스컬레이드 역시 시트를 접으면 평평한 공간이 나와 차박이 가능했다. 다만, 천장이 낮아 실내에서 앉아 있기에는 다소 비좁은 느낌이 있었다. 현행 모델은 이 점을 개선했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신장 190cm에 가까운 성인도 차박이 가능하다. 더불어 실내에 허리를 펴고 앉아 있을 수도 있다.

5세대 에스컬레이드의 보닛 안에는 V8 6.2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최고출력은 이전과 동일한 426마력, 최대토크는 이전보다 1.4kg.m가 오른 63.6kg.m다. 쉐보레가 여러 차종에 두루두루 사용하는 OHV(Over Head Valve)엔진은 엔진회전수가 낮아 최고출력이 그다지 높진 않다. 대신, 최대토크가 넉넉하고, 내구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특유의 저음 엔진음과 기분 좋은 진동도 있어 이를 즐기는 마니아까지 있을 정도다. N.V.H. 성능이 뛰어나 직접적으로 느껴지진 않지만 급가속을 진행하거나, 창문을 살짝 열면 특유의 엔진음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공차중량이 2785kg에 달해 굉장히 무겁다. 그럼에도 가속 페달을 밟으면 거침없이 나아간다. 가속력과 비례해 브레이크 성능도 상당한 수준이다. 무거운 차체를 가뿐하게 멈춰 세운다. 에스컬레이드를 타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단연 승차감이다. 단점이 확실한 프레임 바디 방식이지만 안락함이 상당하다. 이전 모델과 동일하게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된 것은 물론 이번 세대부터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쉽게 말해 에어 서스펜션을 네 발에 모두 달았다. 적재 무게와 주행 상황에 따라 감쇄력을 조절할 뿐 아니라 승하차 시 최대 75mm까지 높낮이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도로의 웬만한 굴곡은 실내에서 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프레임 섀시인데도 세단에 버금가는 승차감이다. 다만, 1열에 비해 2열의 승차감이 약간 떨어지고, 높은 방지턱을 지날 땐 프레임 바디 특유의 잔진동이 느껴지긴 한다. 코너에서는 날렵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2.8톤에 가까운 육중한 덩치를 감안하면 아쉬움은 없다.

36개의 스피커가 적용된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은 자동차 오디오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좋다. 오디오 기본 사운드 능력도 좋지만 차량의 방음이 훌륭하고 실내 공간이 넓어 오디오의 입체감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저음부터 고역까지 뭉게지는 영역없이 선명하게 들린다.

미국에 판매되는 에스컬레이드에 적용되는 슈퍼 크루즈 기능이 빠진 점이 아쉽다. 슈퍼크루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 장비는 물론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까지 지원한다. 국내 판매되는 쉐보레 차량에는 이런 기능이 빠져있다. 에스컬레이드에는 기본적인 운전자 주행 보조 장비를 적용했다.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미국 모델에 있는 차선 중앙 유지 장비가 빠져 있는 점이 아쉽다. 이 외에 햅틱 안전 경고 시트, 전방 보행자 긴급 제동, 전방 충돌 경고 등의 기능을 장착했다.

에스컬레이드는 덩치도 크고 엔진의 배기량이 높은 만큼 공인 연비가 리터당 6.5km에 불과하다. 시내에서 주행하면 4~5km/L 정도의 연비를 기록한다. 고속에서 정속 주행을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속 100km의 속도로 달려도 엔진 회전수는 1000rpm 초반에 머무른다. 낮은 엔진 회전수를 사용하는 만큼 정속 주행시 연료효율은 11~12km/L에 달한다. 하이브리드나 디젤 모델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덩치를 감안하면 꽤나 준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5세대로 진화한 에스컬레이드는 상품성과 더불어 주행질감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다. 브랜드의 기술력을 모두 녹여낸 플래그십 모델로 자리매김하기에 손색이 없다.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약 1500만원 정도 올라 1억5357만원이다.  스포츠 플래티넘,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이 모두 동일 가격이다.

한 줄 평

장점 : 프레임 바디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안락한 승차감과 압도적인 외모

단점 : 다소 부실한 2열 편의 장비와 슈퍼 크루즈 부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

엔진

V8 6.2L 가솔린

변속기

자동 10단

구동방식

사륜구동

전장

5380mm

전폭

2060mm

전고

1945mm

휠베이스

3071mm

공차중량

2785kg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

복합연비

6.5km/L

시승차 가격

1억5357만원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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