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을 깨야 캐스퍼가 보인다…위기의 베뉴
선입견을 깨야 캐스퍼가 보인다…위기의 베뉴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1.10.07 09:00
  • 조회수 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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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현대자동차 베뉴, (오른쪽)현대자동차 캐스퍼
(왼쪽)현대자동차 베뉴, (오른쪽)현대자동차 캐스퍼

현대자동차 SUV 스타일의 경차 캐스퍼 인기가 거세다. 예상보다 뜨거운 인기에 올해 생산 물량은 이미 주인이 결정된 상태다.

캐스퍼는 1385만원부터 가격이 시작한다. 국산 경차 중 가장 비싸다. 경차 치고는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지만 편의안전장비 구성을 따져보면 납득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캐스퍼 가격이 비싸 차라리 가격대가 겹치는 다른 모델을 사겠다는 주장도 인터넷 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살펴봤다. 현대차의 SUV 라인업은 몇 년 사이 굉장히 촘촘해졌다. 이번에 공개한 캐스퍼를 시작으로 베뉴, 코나,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크기 별로 다양한 모델이 포진해 있다.

현대자동차 ‘2021 베뉴’ 출시
현대자동차 ‘2021 베뉴’ 출시

문제는 베뉴다. 캐스퍼 출시 전까지 현대차 SUV 라인업의 막내를 담당했다. 소형 SUV 중에서도 가장 작은 크기로 기존의 엑센트를 대체하는 모델이다. 베뉴는 1720만~2278만원(옵션 별도)에 구매가 가능하다. 1385만~1870만원(옵션 별도)에 포진한 캐스퍼와 가격대가 상당 부문 겹친다. ‘이 돈이면’이라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는 가격 포진이다. 세세하게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베뉴에는 1.6L 가솔린과 무단변속기가 매칭된다.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를 발휘한다. 1.0L 가솔린과 4단 자동 변속기가 매칭되는 캐스퍼는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m의 성능을 낸다. 출력이 아쉬운 이들을 위해 터보 모델을 준비했다. 1.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선택하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각각 100마력, 17.5kg.m로 높아진다.

보다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마력당 무게비(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를 계산해봤다. 베뉴의 공차중량은 1180kg(15인치 휠), 캐스퍼 985kg(15인치), 캐스퍼 터보 1030kg(15인치 휠)이다. 각 모델의 마력당 무게비를 계산하면 베뉴 9.59, 캐스퍼 12.96, 캐스퍼 터보 10.3이다. 베뉴가 캐스퍼 터보보다 소폭 앞선다. 실주행에서는 캐스퍼 터보의 달리기 성능이 베뉴와 유사하다.

베뉴 복합연비는 13.7km/L(15인치 휠)로 준수한 편이다. 캐스퍼 기본 모델의 복합연비는 14.3km/L(15인치 휠)다. 캐스퍼 터보를 선택하면 복합연비는 12.8km/L(15인치 휠)로 하락하지만 출력을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우리나라 1년 평균 자동차 주행거리인 1만5000km를 주행하고, 1L당 휘발유 값이 1600원이라는 가정 하에 계산기를 두들겼다. 1년간 베뉴는 175만1824원을 유류비로 지불해야한다. 반면 캐스퍼 노말 버전의 경우 167만8321원으로 7만원 가량 덜 든다. 여기에 캐스퍼는 경차 전용 카드를 발급받아 연간 최대 20만원의 유류세 환급을 받을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캐스퍼가 30만원 가까이 유지비용이 덜 든다.

현대자동차 캐스퍼
현대자동차 캐스퍼

세금에서도 캐스퍼 이점이 있다. 베뉴의 1년치 자동차세는 29만836원이다. 캐스퍼는 10만3792원으로 베뉴 자동차세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차량을 구매할 때 내야하는 취득세를 비교해도 캐스퍼가 앞선다. 경차를 구매할 때는 125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4% 취득세를 매긴다. 계산된 취득세 중 50만원을 공제하고 남는 분이 실제 납부 금액이다. 예를 들어 1870만원의 캐스퍼 인스퍼레이션을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74만8000원에서 50만원을 제외한 24만8000원만 내면 된다. 반면, 베뉴의 경우 가장 저렴한 스마트 트림(1720만원)을 구매하더라도 120만4000원(7%)의 취득세를 내야한다.

베뉴는 차량 가격의 5%(연말까지 3.5%로 한시적 인하)가 부가되는 개별소비세는 물론 개소세에 붙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도 내야한다. 캐스퍼는 개소세 면제 뿐 아니라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역시 면제 혹은 감면이다. 공채 매입 또한 경차는 제외되는 반면 베뉴는 공채 매입 후 판매하는 ‘공채 할인’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세금만 따져도 캐스퍼를 살 명분이 뚜렷해진다.

현대자동차 캐스퍼 실내
현대자동차 캐스퍼 실내

운전자주행보조장비도 캐스퍼가 베뉴보다 앞선다. 캐스퍼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선택할 수 있다. 앞 차와의 간격을 알아서 맞춰 달린다. 만약 내비게이션까지 추가로 선택하면 과속단속 카메라 앞이나 곡선로에서 속도를 줄이는 기능도 달린다. 베뉴는 설정한 속도로만 달리는 기본 크루즈 컨트롤만 적용된다. 캐스퍼보다 한 급 위에 포진하지만 안전장비면에선 베뉴가 한 수 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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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차박

일반적으로 급이 다른 차량의 가격대가 겹치면 아래급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대형 SUV가 인기를 얻으며, 중형 SUV의 판매량이 하락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캐스퍼와 베뉴의 경쟁구도는 다소 다르다. 캐스퍼를 두고 굳이 베뉴를 구매할 이유는 좀 더 넓은 공간을 제외하면 없어 보인다. 캐스퍼를 구석구석 살펴 보면 가격 때문에 구매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내 필요와 용도에 맞춰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큰 차가 정답은 아니다.

경차는 무조건 저렴해야 된다는 것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특유의 실용성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인기인 해치백이 반대로 국내서는 찬 밥 신세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정된 크기에서 공간을 최대치로 늘리다 보니 대부분의 경차는 해치백 스타일이다. 국내 판매되는 대다수의 경차가 해치백이다보니 크기를 키운 준중형 해치백이나 왜건이 출시되면 국내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단종 수순을 밟는다.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크기는 작지만 속은 알 찬 캐스퍼가 이제는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에어백을 비롯한 대부분의 안전장비는 중형차 이상으로 좋아졌다. 캐스퍼를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선입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봐야한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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