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여행]프랑스 와인의 시작점! 리옹서 론까지
[미식여행]프랑스 와인의 시작점! 리옹서 론까지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7.10.01 09:52
  • 조회수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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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따쥬 언덕에서 내려다 본 론 강


양진원 칼럼니스트




‘와인으로 유명한 국가는?’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 가장 먼저 프랑스를 연상할 게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가장 일찍 포도나무가 심어진 곳은 어디일까. 특급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아니면 부르고뉴일까. 정답은 론(Rhône) 지방이다. 로마인이 시작했다. 론은 특출한 개성과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명성에 가려져 있다가 20여 년 전부터 화려한 맛과 향 긴 숙성력, 헤아릴 수 없는 깊이와 여운으로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론 스타일의 블렌딩을 따르는 것만 봐도 이곳 와인의 유명세를 알 수 있다. 론 계곡의 포도밭은 북부와 남부로 구분된다. 북부의 와인 생산량은 론 와인 전체의 10분의 1도 되지 않지만 대부분 고급 와인이다. 남부는 종류가 다양하고 풍경도 북부와 많이 다르다. 북부론은 녹지가 대부분이며 남부 론은 지중해성 기후에 가깝다.










폴 자불레 에네 Paul Jaboulet Aîné









리옹 중심가에서 출발해 약 1시간을 쉼 없이 달려오면 땅-레르미따쥬(Tain- l’Hermitage)마을에 도착한다. 북부 론에 속해있다. 이곳에는 폴 자불레 에 네를 비롯한 론을 대표하는 여러 네고시앙의 테이스팅 셀러룸이 유명하다. 론 지방에서 가장 우수한 와인으로 널리 알려진 에르미따쥬(Hermitage) 밭이 인접해 있다. 셀러룸에서 테이스팅을 하고 에르미따쥬 언덕을 올라가면 책으로만 봤던 론 지역의 떼루아(토양)가 한눈에 펼쳐진다.

폴 자불레 에네는 명실공히 론 와인의 명가이다. 1961년과 같이 역사적인 빈 티지의 에르미따쥬 라 샤펠(La Chapelle) 와인의 경우 병당 가격이 4000만 원 이 넘어간다. 1834년 앙뚜안 자불레(Antoine Jaboulet)가 에르미타쥬와 크로 제 에르미타쥬(Crozes Hermitage) 지역의 포도밭을 구입하면서 역사가 시작 됐다. 앙뚜안의 아들인 폴(Paul)은 와이너리를 더욱 발전시켰으며 그의 이름 이 오늘날 ‘폴 자불레’ 와이너리 이름이 됐다. 줄곧 가족 경영으로 이어지다 2005년 프레이(Frey) 가문이 와이너리를 인수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프레이 가문은 빌까르-살몽(Billecart- Salmon)과 보르도 그랑크뤼 3등급 와이너리인 샤또 라 라귄(Château La Lagune)도 소유하고 있다. 오랜 기술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폴 자불레 에네는 더 큰 발전을 꾀한다. 이들이 소유권을 갖은 이후 꽁드리유(Condrieu), 꼬뜨 로티(Côte-Rôtie)와 남부 론의 샤또뇌프 뒤 빠프(Châteauneuf du Pape) 부지를 사들였다. 현재 109ha에 달하는 거대 포도원으로 확장했다.

폴 자불레의 라 샤펠






에르미타쥬(Hermitage)는 프랑스어로 ‘은둔자’를 뜻한다. 론 강을 굽어보는 에르미타쥬 언덕의 맨 꼭대기에는 이 름 그대로 라 샤펠(교회라는 의미)가 세워져 있다. 기사 ‘가스파르 드 스테랑베르(Gaspard de Sterimberg)’에 의해 건설됐다고 전해진다. 1235년이다. 십자군 전쟁에서 부상당한 기사는 쉴 곳이 필요했고 여왕의 허락을 받아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작은 교회를 세울 수 있었다. 이후 교회가 세워진 언덕은 ‘은둔자(에르미타쥬)의 언덕’으로, 주변 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라 샤펠’로 불리게 된다. 에르미타쥬 언덕을 올라가는 길은 거칠다. 비포장도로에 급경사인 점을 고려해 소형 SUV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자동차조차 쉽게 닿지 못하다 보니 이곳에서 자라나는 포도는 자연스럽게 기계의 도움 없이 손으로 경작, 수확한다. 라 샤펠 와인과 사랑에 빠진 이후 1994, 1998, 2001, 2002, 2004년까지 5개의 빈티지를 시음했다. 감동은 매번 달랐다. 평론가들이 한 목소리로 숙성 잠재력을 40~60년이라고 이야기 하듯 1990년대 와인도 아직 어리다는 게 첫 인상이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이 와인이 시라(Syrah) 품종으로 만들어졌는지조차 잊게 된다. 잘 익은 보르도 와인처럼 복합적인 풍미와 우아한 피니쉬가 인상적이다. 라 샤펠 1961년, 1978년, 1990년 산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았다. 폴 자 불레 에네에서는 아이콘 와인인 라 샤펠을 비롯해 20여 종의 와인을 생산한다. 대부분 와인이 수입사 나라셀라를 통해 국내에 판매된다.




땅-레르미따쥬에 있는 폴 자불레 에네의 비네움 셀러 외관






도멘 드 라 모르도레 Domaine de la Mordorée






북부 론에서 남부 론에 있는 따벨(Tavel)까지는 약 134km다. 교통 체증이 없을 경우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따벨은 아비뇽에서 약 14km가 떨어진 시골 마을 한복판으로 프로방스와 랑그독의 교차점이다. 도멘 드 라 모르도레는 파브리스(Fabrice)와 크리스토프 (Christophe) 형제의 아버지가 1986년 밭을 구매하면서 와인 사업을 시작했다. 정상에 있는 다른 와이너리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누구보다 더 빛나는 업적을 일구어 냈다. 모르도레의 와인 메이킹을 담당한 크리스토프를 향해 주저하지 않고 ‘천재 와인 메이커’라는 별명을 붙인다. 단적인 예로 보이는 수많은 수상 경력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입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상장들




2001년 도멘 드 라 모르도레의 샤또 뇌프 뒤 파프, 라 헨 데 부아 (Châteauneuf-du- pape, La Reine des Bois)는 파커 포인트 100점을 받았다. 크리스토프는 2003년 와인 에드버케이트(Wine Advocate)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콩쿠르 제네랄 드 파리 (Concours General de Paris)를 비롯한 각종 와인 평론지의 찬사와 상을 거머쥔 장본인이다. 160여 개가 넘는 메달과 상장은 당당하게 셀러룸의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그의 셀러룸은 자유로운 방문과 시음이 가능하다. 영·미 권의 와인 마니아가 자주 찾는다. 예약은 필수다.

남 론의 명주를 모두 생산하고 있는 도멘 드 라 모르도레







와이너리의 이름인 모르도레는 새의 한 종류인 멧도요새(Bécasses)를 뜻한다. 매년 10월부터 3월 정도에 모르도 레 포도밭을 매년 찾던 철새다. 크리스토프의 할아버지가 이 새의 이름을 따 와이너리 이름을 지었다. 와인 레이블에는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새가 그려져 있다. 뀌베(Cuvée) 이름도 이런 철새와 관련이 있다. 뀌베 라 헨느 데 부아(La Reine des Bois) 또한 멧도요새의 별명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만드는 와인은 새처럼 자유롭다.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의 특혜를 받은 최고의 포도밭에서 유기농 농작을 하며 정상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신념이 굳건하다. 최고의 와인이 꼭 최고가의 와인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 또한 뚜렷하다. 실제로 그들의 아이콘 와인인 ‘샤또 뇌프 뒤 파프, 라 헨느 데 부아’는 파커 포인트 100점을 받은 다른 와인에 비하면 상당히 겸손한(?) 가격대를 형성한다. 파커가 샤또 뇌프 뒤 파프를 대신할 유일한 와인이라고 극찬한 ‘리락, 뀌베 라 헨느 데 부아(Lirac Cuvée La Reine des Bois)’ 또한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구매할 가격대를 유지한다. 셀러룸을 모두에게 개방한 것처럼 그의 와인 가격대가 일반 소비자까지 다가갈 수 있도록 활짝 문이 열려 있다. 안타깝게도 천재 와인메이커로 불려진 크리스토퍼는 지난해 여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파브리스가 와이너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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