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를 공개하는 기업은?테슬라 전기차 판을 키우자...오픈 소스 공개
특허를 공개하는 기업은?테슬라 전기차 판을 키우자...오픈 소스 공개
  • 정재헌 인턴
  • 승인 2016.12.21 17:48
  • 조회수 7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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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스타 편집부 carguy@globalmsk.com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이들 회사의 기술력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특허의 수량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특허를  많이 내는 회사다. 현대차 역시 뒤질세라 특허 출원에 여념이 없다. 전 세계 주요 대기업들은 특허 전쟁을 한다. 대표적인 게 3년째 이어오는 애플-삼성전자의 특허 전쟁이다. 현대차도 크고 작은 특허 소송에 시달리거나 역으로 상대 기업에 특허 침해 소송을 내기도 한다.

이처럼 특허는 보호 받고 공개는커녕 상대방을 특허로 몰아 붙이는 게 글로벌 기업의 관행이었다.

테슬라는 관행을 깨는 기업으로 유명하다.특허에서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2014년 6월  보유하고 있던 200여 건에 달하는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했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사용하는 것도 막지 않는다. 오픈 소스 정책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것이 특허 수입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게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의 논리다.

“우리의 모든 특허는 여러분께 있습니다.” 2014년 6월 12일, 테슬라 자동차의 최고경영자 엘론 머스크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발표를 했다.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던 200여 건에 달하는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한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그는 “다른 거대한 자동차 회사가 우리 기술을 베껴도 상관 없다”라며 배짱을 보이기도 했다.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확대가 성공의 열쇠다.


오픈 소스(Open Source) 정책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것이 특허 수입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또한 기술력은 특허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회사가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에게 얼마나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허권이란 새로운 기술이나 디자인 등을 발명한 자가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대가로 일정기간 동안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권리를 뜻한다. 테슬라 같은 기술 중심 기업에서는 기술력이 곧 그 회사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특허를 대단히 소중하게 다룬다. 얼마 전까지 지속된 애플과 삼성의 집요한 특허전쟁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삼성과 애플은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걸고 서로가 서로를 베꼈다며 ‘카피캣(Copycat)’ 공방전을 벌였다. 특허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기술을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공개하고 나섰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비교적 작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이목을 끌기 위해 몇몇 중요하지 않은 특허만을 살짝 개방하고 핵심기술을 감추는 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테슬라는 전기 모터 및 충전 기술, 그리고 전원을 관리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 등 핵심기술까지 모두 공개했다. 배터리 회사 파나소닉과 공동 취득한 특허까지도 “파나소닉의 허가를 받아오면 테슬라는 OK”라고 했다. 놀랍게도 현재 특허뿐 아니라 앞으로 취득할 기술까지도 무상 공개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단지 한 가지 단서를 붙였을 뿐이다.

“우리 기술을 사용하길 원하는 그 누구에게도 법적인 부분을 문제 삼지 않을 것입니다. 단, 선의를 갖고 사용할 때에만.”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다.

시장 확대를 위한 통 큰 결정


엘론 머스크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그가 블로그에 밝힌 대로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테슬라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달리는 순수 전기차만 만든다. 이 점이 테슬라와 다른 자동차 회사를 구분 짓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는 석유로 움직이는 엔진으로 구성된 내연기관이 달린 자동차를 주로 만든다. 요즘 서서히 판매량을 늘려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조차 내연기관이 들어간다. 전기차에 힘을 쏟고 있는 회사라 할지라도 전기차 생산량은 1% 수준이다. 즉 현재 상황에서는 순수 전기차를 팔 만한 시장 자체가 아주 작다.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가 처한 현실이다.

테슬라는 도요타나 메르세데스-벤츠가 아니다. 상품을 팔릴 시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특허를 움켜쥐고 있어봐야 큰 이익을 취할 수 없다. 우리가 벽돌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휴대전화를 쓰던 1993년, 애플은 스마트폰의 조상 뻘인 PDA 뉴턴(Newton)을 개발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필기인식기능까지 갖춘 첨단 제품이었지만 판매량은 처참했다. 시장이 생성되기도 전에 나온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이 제품에 대한 특허를 고수했다고 해서 얼마만큼 이익을 냈을지 엘론 머스크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우리의 경쟁상대는 다른 소규모 전기차 회사가 아닌, 매년 1억대씩 쏟아져 나오는 내연기관 자동차”라며 시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거대 자동차회사든 중소 전기차 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전기차를 더 많이 만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겉은 일반 자동차와 비슷하지만 동력 구조는 많이 다르다.


이 과정에서 특허를 개방해 테슬라의 기술로 도로를 달리는 차가 늘어난다면 테슬라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잡을 확률이 커진다. 전기차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충전 인프라의 확충이다. 테슬라의 독자적인 배터리 충전 방식인 ‘수퍼차저’(Supercharger) 기술을 쓴 전기차가 늘어난다면 충전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어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전기차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현재 전체 자동차 시장의 0.1%도 되지 않는 시장점유율을 가진 테슬라가 잃을 것은 전혀 없다. 게다가 공개한 특허는 이미 테슬라가 몇 년에 걸쳐 충분히 활용한 기술들이다.

특허 개방으로 예상되는 두 번째 효과는 부품 사업 확대다. 현재 테슬라는 2010년 인수한 캘리포니아 북부의 누미(NUMMI) 공장을 사용하는데, 현재까지 연간 생산 능력은 5만대가 채 되지 않는다. 생산된 모든 차를 열심히 팔아 치운다 한들 4조원이 넘는 부채를 갚아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자동차뿐 아니라 배터리팩이나 모터 같은 부품 판매도 최대한 늘려야 한다. 특허 개방으로 손쉽게 다가가게 된 덕에 테슬라 기술을 채택하는 회사가 늘어나면 그에 따라 부품 매출도 증가한다. 더불어 부품 생산량 증가는 원가 하락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테슬라 자동차의 생산 단가를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특허를 개방한다는 파격적인 조치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엄청난 홍보효과다. 엘론 머스크의 용감한(?) 모험에 세계 각국의 언론이 기사를 쏟아냈고 대중은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주가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반적인 기업과는 전혀 반대의 전략을 취함으로써 자신들이 가진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비쳤다. 동시에 ‘선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요즘 트렌드에 걸맞은 ‘착한 기업’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테슬라는 혁신의 아이콘’이란 인식을 한층 더 공고히 한 셈이다.

효과는 테슬라에 국한되지 않아 앞서 테슬라 특허 공개에 대한 표면적인 이유를 몇 가지 언급했다. 특허 공개를 택한 진짜 이유는 엘론 머스크가 진행 중인 다른 사업과의 연관성을 살펴봐야 알 수 있다. 그는 현재 테슬라 CEO인 동시에 ‘솔라시티’(Solar City)라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의 회장과 ‘스페이스X’하는 민간 우주선 회사의 CEO이다. 즉, 엘론 머스크가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사업은 인류의 생활 방식을 결정짓는 에너지와 이동수단에 초점을 맞춘다.

테슬라는 독자적으로 수퍼차저 스테이션을 운영한다.


 

테슬라가 보유한 200여건의 특허 중 관심을 끌만한 부분도 배터리 관련 기술이다. 배터리 충전과 관리 기술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이 기술이 테슬라 특허의 70%에 달한다. 전기 모터나 섀시 설계 등에 대한 기술은 이미 다른 회사들도 기술력을 축적한 상태다.

테슬라의 특허를 이용한다는 얘기는 결국 테슬라가 가진 배터리 충전 및 관리 기술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별도 비용 없이 최고의 배터리 관련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수퍼차저 충전 기술을 사용해야만 하는 수요가 늘어나면 충전소를 보급하는 데 탄력을 받는다. 수퍼차저 네트워크의 확장은 솔라시티의 에너지 공급 인프라 사업의 확대로 연결된다. 현재 많은 수퍼차저 스테이션에는 에너지 재생을 위한 태양광 패널이 달려있고 이는 솔라시티에서 공급한다.

테슬라 역시 전기차 사업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4월에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활용해 ‘파워월’(Powerwall)이라 불리는 벽에 세워 두는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출시했다. 태양광 패널이나 심야전기 등을 활용해 최대한 값 싼 전기를 충전해둘 수 있는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다. 일반 가정 하루 전기 사용량의 절반 정도를 충전해둘 수 있다.

테슬라가 2015년에 받은 2.7조원의 대출금도 대부분 기가팩토리의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가팩토리는 테슬라가 네바다 주에 건설중인 초대형 배터리 공장으로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테슬라는 2020년까지 연간 50만대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한다. 기가팩토리의 규모도 50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가팩토리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면 배터리 가격은 최소 30% 이상 낮아진다. 앞으로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를 사용할 다른 회사까지 합해 최소 50만대 이상의 전동 이동수단이 보급되고, 기가팩토리에서 저렴한 패터리팩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친환경 에너지를 다루는 솔라시티의 지배력도 높아진다.

특허 공개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커진다면 테슬라에게 오히려 이득이다


일반 자동차 회사로서는 생각도 하지 못할 사업 형태다. 그러나 전기차 회사와 배터리 공장, 친환경 재생 에너지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업가라면 이런 생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테슬라의 특허 개방은 단순히 전기차 시장을 키우고 홍보 효과를 누리는데 있지 않다. 모빌리티와 에너지에 관련한 일련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꿈으로써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자 하는 역발상이다. 일견 무모해 보이지만, 이 계획이 성공을 거둔다면 에너지에 대한 엄청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에너지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그 자금은 스페이스X로 흘러간다. 지구에서의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를 넘어서 우주시대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특허 개방 이면에 감춰진 엘론 머스크의 꿈은 원대하기 그지없다. 인류 역사 상 가장 큰 꿈을 꾸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원대한 모험에 박차를 가할 특허 개방 전략에 혀를 내두를만한 안전 장치가 달려있다. 앞서 언급한 특허 개방에 대한 엘론 머스크의 원문을 다시 해석하면 이렇다. “선의를 갖고 우리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언제든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선의’라는 애매한 단어는 누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간 테슬라가 쌓아온 ‘착한 기업’ 이미지까지 실익을 챙기는 기가 막힌 전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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