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인가, CUV인가 알쏭달쏭...티볼리·QM3·니로 정체는!
SUV인가, CUV인가 알쏭달쏭...티볼리·QM3·니로 정체는!
  • 안혜린 인턴
  • 승인 2016.12.22 22:08
  • 조회수 326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호 모빌리스타 칼럼니스트 hj.lee@globalmsk.com

요즘 정체불명의 알쏭달쏭한 차량이 우후죽순 쏟아진다. 중소형 SUV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세단에 단순히 실내 높이를 높인 정체불명의 차량이 SUV로 둔갑하면서다. 대표적인 게 기아 '니로'다.

SUV의 기본적 특질을 전혀 갖추지 않은 채 광고 홍보에서만 SUV로 둔갑하는 형태다.

21세기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 중 하나는 스타일 다변화다. 규모 경제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는 다수의 소비자가 찾는 베스트셀러만이 기업의 효자 모델이었다. 하나의 모델이 장수할 수 있는 큰 요인은 소비자의 트렌드가 민감하지 않을 때다. 스타 디자이너가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면 다수의 브랜드는 그 뒤를 좇았다. 그게 수백억 원 개발비가 들어가는 자동차 산업의 ‘안전빵’이었다.

안전만을 도모해서는 경쟁에서 앞서가기가 쉽지 않다. 안전을 포기하고 도전을 시도하는 기업들은 아카데미의 운송 디자인 졸업생 수와 비례해서 늘어갔다. 많게는 100년 적게는 50년 역사를 쌓은 자동차 브랜드들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더 많은 수익을 얻는데 한계를 느꼈다. 디자이너 수를 늘리고, 빠른 주기에 디자인 다변화를 통해 소비자 트렌드를 민감하게 변화시켰다. 3~4년 주기로 소비자의 싫증을 이끌어내면서 자동차를 의도적으로 소모시켰다.

욕심 많은 기업들은 모델의 디자인 체인지 주기를 단축하는 일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플랫폼을 공유하고 가지치기 모델을 늘려 소비자의 입맛을 더 까다롭게 만들었다. 초창기에는 겉모습은 다르지만 내용물은 쌍둥이처럼 똑같은 다양한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미국 메이커들이 앞장섰는데 이런 눈속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비교적 자유로운 음악과 패션 분야에서 고전 장르를 파괴하는 운동이 일어났지만 자동차 산업에 반영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1984년 미국 자동차 메이커인 AMC가 왜건과 SUV를섞은 이글(Eagle)이라는 모델을 선보였다. 규모가 크기에 보수적이었던 그래서 전통적으로 매우 오랫동안 세그먼트를 나눴던 단단한 틀을 파괴하는 시작이었다. 이름하여 크로스오버(Crossover) 디자인이다.

1984년 미국 AMC가 선보인 이글. 왜건과 SUV를 섞은 크로스오버다.


크로스오버, 디자인 다변화 시대의 핵심 트렌드

벤츠 CLS는 세단과 쿠페를 합친 스타일로 4도어 쿠페 시장을 개척했다.


크로스오버 SUV 스타일의 시초 기아 스포티지.


지금 이 시점에서 크로스오버는 자동차 디자인 다변화의 기본 틀로 자리 잡았다. 2004년 벤츠 CLS는 세단과 쿠페를 접목시켜 왜건+SUV에 머물던 크로스오버 영역을 확장시켰다. 경쟁사인 BMW는 그란 쿠페, 아우디는 스포트백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벤치마킹했다. SUV는 좀 더 빨랐다. 시작은 1993년 나온 기아자동차 스포티지였다. 각지고 단단한 프레임 바디 이미지가 SUV의 정석으로 여겨지던 때에 스포티지는 둥글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앞세웠다. 스포티지는 SUV 틀을 파괴시킨 최초 시도였다. 여파는 대단했다. 혼다 CRV, 토요타 라브4, 랜드로버 프리랜더의 탄생을 재촉했다.

이들에게 크로스오버 명칭을 부여하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이들에게는 SUV다운 디테일인 루프바와 도어 패널 깊숙이 올라오는 스키드 플레이트가 존재했다. 무엇보다 높은 전고와 지상고, 곧추선 D 필러의 존재는 전형적인 SUV 틀이었다.

포르쉐 카이엔은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크로스오버가 당연하다.


SUV 세그먼트에 크로스오버 개념을 접목시키기 위한 기준이 명백하지 못했다. 일단 SUV는 험로 주파와 강인한 견인력이 장점인 프레임 바디가 기본이었다. 프레임 바디가 없는 브랜드는 단기간에 SUV를 개발할 여력을 갖추지 못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포르쉐의 구세주인 카이엔의 플랫폼 PL7은 폴크스바겐의 상용차 트랜스포터 T7의 변형이다. 포르쉐의 SUV 도전 성공에 자극을 받은 BMW는 5시리즈 플랫폼을 가지고 SUV를 개발했다. 폴크스바겐과 친분이 깊은 포르쉐는 SUV 오리지널리티를 따랐지만 상용차 라인업이 전무한 BMW는 변칙적인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카이엔과 X5는 지상고와 히프 포인트가 전형적인 SUV 구성이다. 일부에서는 카이엔은 SUV, X5는 크로스오버로 구분한다. 프레임 바디와 모노코크 유니바디로 SUV와 크로스오버 개념을 나눴기 때문이다. 이는 타당치 않다. 카이엔은 헤드라이트보다 낮은 그릴로 인해 가장자리가 솟아오른 보닛 디자인이다. 날렵한 루프와 맥을 같이 해 깊게 누운 D필러는 영락없는 포르쉐의 스포츠 아이덴티티다. 카이엔이야말로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크로스오버가 당연하고 그와 다른 X5는 전형적인 SUV 디자인이다.

인피니티 FX는 뛰어난 스포츠성을 SUV에 접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크로스오버 장르로 포함시켜야 한다.


2003년에 등장한 인피니티 SUV FX는 370Z FM 플랫폼을 베이스로 탄생했다. 스포츠카 플랫폼을 이용해서 SUV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파괴적이다. 뛰어난 스포츠성을 SUV에 접목했다는 테마만으로도 크로스오버 장르로 포함시켜야 한다. 형태 면에서도 D필러가 포르쉐 카이엔보다도 더 누웠다. 패널의 볼륨 넘치는 덩어리감이 육감적이지만 SUV 비례가 느껴질 만큼 육중하지는 않다. 차라리 스포츠카의 날렵한 이미지가 드리운다. SUV를 실용성만을 위해 타는 모델이라는 말은 FX 앞에서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SUV에 크로스오버 개념을 대입하기에는 플랫폼 차이만 가지고 논하기에는 부족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노코크 유니바디로 SUV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늘었다. 프레임 바디의 불편과 단점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있겠지만, SUV에 크로스오버 파괴가 일어나면서 도심형 SUV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창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모노코크 유니바디의 최대 단점인 강성을 보강하기 위해 서브 프레임 구조를 덧대기도 한다. 섀시의 크로스오버도 이뤄지는 마당이다.

2008년 파리모터쇼에 등장한 BMW X1은 E91 3시리즈 투어링의 플랫폼을 이용한 SUV이다. X1의 높은 지상고는 전형적인 SUV 모습이지만 전체 비례는 전형적이지 않다. SUV는 높은 전고가 특징이다. 오프로드 성능을 위해 지상고가 높은 이유도 있겠지만, 지형지물 탐색 용이 및 편한 승하차를 위한 높은 시트 포지션 때문이다. 시트 포지션이 높다는 사실은 바디 패널의 면적이 비대해짐을 뜻한다. 펜더가 두터워지고 도어 패널이 거대해진다. 이런 디자인 경향은 SUV가 본래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도심형으로 바뀌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FR 구동계 플랫폼을 이용한 X1은 3시리즈의 비례와 같이 후드가 길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트 포지션의 높이를 최대한 절제해서 패널의 비대함을 막는다. 지상고는 낮은데 시트 포지션만 높여서 비례가 이상야릇해진 도심형 SUV의 비례가 아니다. 그렇다고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처럼 세단에 지상고만 높인 파격적인 이질감도 없다. 최초의 크로스오버가 왜건의 틀에 SUV 필링을 입혔다면, X1은 반대로 SUV에 왜건의 필링을 씌운 스타일이다. X1의 헤드 디자이너인 한국인 리처드 김의 뛰어난 조형술이 빛나는 결과물이다.

X1은 세계적인 추세인 크로스오버 SUV의 시야를 확장시킨 모델이다. 2015년까지 생산되다 단종된 E84 X1의 지상고는 193mm로 전통적인 SUV 지상고에 꽤 많이 근접하는 수치다. 반면 앞바퀴굴림 플랫폼으로 바뀐 후속 모델 F48 X1은 183mm로 지상고가 줄었다. 전고는 1612mm로 E84보다 1535mm 보다 높아졌다. 즉, 리처드 김의 결과물인 X1은 SUV의 태생적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 크로스오버를 실천한 디자인인 반면에 새로운 X1은 SUV 본질을 잃고 도심형 스타일에 타협한 디자인이다. 지상고는 낮고 시트 포지션은 높아졌다. 펜더에서부터 도어 패널의 두께는 상당히 두꺼워졌다. 전작에 비해 크로스오버스러운 가치가 많이 퇴색되고 타사와 동일한 전형적인 도심형 SUV 스타일로 바뀌었다.


크로스오버 경향 두드러지는 콤팩트 SUV 시장

SUV의 크로스오버화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복잡하게 풀어놓는 이유는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르노삼성 QM3, 쌍용자동차 티볼리, 기아 니로와 같은 SUV로 불리는 모델들의 디자인 가치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서다. 물론 도심형 SUV라 부르든 CUV라 말하든 문제는 없다. 다만 점점 무뎌지는 SUV 디자인의 정통성에 대한 고찰을 해보기 위해서다.

콤팩트 SUV 시장에서 유독 크로스오버 성향이 두드러진다. 많은 매체에서 콤팩트 SUV와 CUV를 혼용해 쓴다. 콤팩트 SUV와 CUV는 디자인 가치로 구분할 때 엄연히 다른 장르다. 콤팩트 SUV는 말 그대로 정통 SUV 스타일을 고수한 채 제원이 전체적으로 작은 사이즈를 일컫는다. CUV는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단어와 SUV와 철자가 공통인 ‘유틸리티 비히클’(Utility Vehicle)을 합친 신생어다. 물론 크로스오버라는 용어 자체가 왜건+SUV에서 나왔기 때문에 굳이 유틸리티 비히클이란 단어를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재 크로스오버는 SUV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세그먼트의 결합으로 혼용해 쓰기 때문에, SUV를 베이스로 크로스오버 특성을 살린 스타일이라면 CUV라 하는 게 타당하다.

먼저 국내 전통 SUV 메이커인 쌍용차에서 만든 C세그먼트 SUV인 티볼리를 보자. 루프바와 스키드 플레이트 역할을 하는 검은색 플라스틱 가니시는 SUV 스타일을 따른다. 길이 4195mm, 높이 1590mm 크기는 콤팩트 SUV 자격을 만족시킨다. 중요한 부분은 지상고다. SUV라면 험로 주파를 위한 높은 지상고가 핵심이다. 험로 주파를 하지 않는 SUV는 자신의 본능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다. 티볼리는 지상고가 165mm이다. 참고로 코란도 C는 180mm, 전형적인 SUV인 렉스턴은 225mm이다.

또 다른 정통 SUV 메이커 지프를 보자. 길이 4255mm, 높이 1695mm인 콤팩트 SUV 세그먼트 모델 레니게이드는 지상고가 무려 210mm이다. 레니게이드는 생김새부터 뼛속까지 SUV의 혈통을 타고났다. 레니게이드야 말로 콤팩트 SUV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다. SUV 정통성을 지켜내는 브랜드는 또 하나 있다. 바로 볼보다. 토마스 잉엔라트 이전의 볼보 디자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들은 자국의 기후와 지형적 영향 때문에 일찌감치 크로스오버 정신을 실천했다. S60 크로스컨트리는 세단에 SUV를 접목시킨 크로스오버 스타일이다. 애스턴마틴도 DBX 컨셉트카를 등장시켜가면서 SUS(Sport Utility Sedan) 장르의 기대감을 키운다. 이런 앞선 볼보의 크로스오버 정신은 1999년 V70 XC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S60 크로스컨트리는 지상고가 세단인 S60보다 65mm나 높은 200mm다. 자사의 SUV 모델인 XC60의 230mm보다 단지 30mm 낮을 뿐이다.

지상고로만 SUV를 나누는 것도 문제다. S60 크로스컨트리를 SUV라고 부를 수는 없다. 바디 형태는 전형적인 세단이기 때문이다. S60 크로스컨트리는 누가 뭐래도 CUV이지만 지상고가 전통적인 SUV에 버금간다.

또 하나 혼동스러운 모델은 기아 니로다. 브랜드의 홍보 사이트에서도 니로의 컨셉트를 설명하는 페이지에 크로스오버와 콤팩트 SUV라는 단어가 줄기차게 나온다. 니로는 지금까지 거론한 모델 중, ‘SUV가 맞는가?’라는 의구심이 가장 많이 드는 디자인이다. 쌍용 티볼리처럼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스키드 플레이트를 대신하고 루프바도 달렸지만 SUV에 넣기에는 지상고가 낮다. 니로의 지상고는 150mm다. 이는 같은 회사 콤팩트 세단 K3의 지상고 140mm와 거의 차이가 없다. 지상고가 151mm인 시트로엥 C4 칵투스는 니로에 비하면 좀 더 SUV스럽다. 앞뒤 스키드 플레이트용 범퍼 가드가 우람하게 면적을 차지하면서 상승각이 크다. 니로의 겉모습은 SUV라기보다는 RV에 가깝다. 시트 포지션과 무릎 및 헤드룸 사이즈를 들어 콤팩트 SUV 트렌드에 편승하는 모습은 옹졸하기 그지없다. 반면 칵투스는 외모상 SUV다운 면모를 충분히 갖췄다.

르노삼성 QM3는 전장 4125mm, 전고 1565mm, 지상고 200mm를 바탕으로 앞뒤 범퍼에 제대로된 스키드 플레이트를 갖춘 콤팩트 SUV이다. 해치백과 SUV를 결합한 이유를 들어 CUV라기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전통적인 SUV 특징을 고루 갖춘 스타일이다. 다른 경쟁 모델인 쉐보레 트랙스는 지상고가 157mm로 낮지만 전고가 무려 1670mm로 경쟁 모델 중 가장 높다. SUV의 정통성을 살린 지프 레니게이드보다도 25mm 밖에 낮지 않다. 결국 트랙스는 패널의 비대함으로 이상한 비례가 나올 것 같지만, 전형적인 SUV 디자인을 채택하고 휠 하우징 여백을 늘리는 감각을 발휘해서 비대함을 상쇄했다.


CUV와 SUV는 확실하게 구분해야

최신 SUV 디자인은 소비자들이 SUV를 활용하는 용도에 따라 변화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SUV를 타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다. SUV를 선택하는 이유로 높은 시트 포지션과 넓은 시야, 승하차시 편리함, 높은 공간 활용도를 든다. 그래서 에어로다이내믹과 운동성능을 위해 지상고는 낮추고 높은 시트 포지션 때문에 패널 디자인은 비대해진다. 물론 아직도 전통적인 SUV 스타일을 고집하는 브랜드도 있다. SUV라면 응당 SUV다운 비례와 디테일들을 갖춰야 함을 미덕으로 삼는다.

콤팩트 SUV 시장이 나날이 커진다. 거론하지 않았지만 혼다 HR-V, 미니 컨트리맨, 닛산 주크도 이 장르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다. 아우디도 Q2를 내놓았다. 볼보도 40.2 컨셉트를 등장시켜 개발 의지를 내비쳤다. 스타일 다변화 시대에 발맞춰 SUV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그 중심에는 해치백 · 쿠페 · 세단을 높은 시트 포지션과 지상고, AWD로 버무린 CUV가 존재한다.

이런 CUV들은 적어도 SUV와는 구분해야 한다. 정통성은 지켜나갈 때 가치가 생긴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소비자 취향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SUV답지 않은 모델을 마케팅 목적으로 SUV로 둔갑시키는 행태는 운송 디자인의 정통성을 파괴하는 일이다. 이는 상업적 옹졸함일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