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입차 20년 만에 30만대 기록...내년엔 한국이 추월할까
일본 수입차 20년 만에 30만대 기록...내년엔 한국이 추월할까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1.19 08:06
  • 조회수 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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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볼보 SUV XC60이 '2017 일본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볼보 재팬의 기무라 다카유키 사장은 수상식에서 "안전 성능에서 볼보가 벤츠나 스바루 같은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일본에서 볼보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볼보의 2017년 일본 판매량은 1만5,764대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이는 볼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에서 수입차 판매량이 다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1996년 32만4,973대로 30만대 벽을 돌파해 최고치를 찍고 이후 계속 감소했다. 리먼 쇼크 직후인 2009년에는 16만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의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30만5,043대이다. 20년 만에 30만대를 돌파했다. 한국의 2017년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23만3,088대로 일본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승용차 부문에서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 또한 2009년 4.1%에서 2017년 5.8%로 상승했다. 일본 내 승용차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수입차 점유율이 증가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는 수입차 업체가 신차를 잇따라 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1,920~2,870만원(200만~300만 엔) 정도의 저렴한 소형차와 SUV 라인 업으로 일본차로 향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여 전체 판매량이 늘어났다.

일본 수입차 선두를 달리는 메르스데스-벤츠는 대표 차종 C클래스∙E클래스 외에 2,870~3,830만원(300~400만 엔)대 소형 승용차인 A∙B∙CLA∙GLA를 투입했다. 그동안 500만 엔이 넘는 비싼 가격으로 벤츠를 그림의 떡으로 여겼던 30∙40대 젊은 층 공략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GLC∙GLE∙GLS 등의 SUV 라인업을 확보해 일본 내 자동사 제조사 중 가장 많은 7개 차종을 선보이면서, 일본 고급차에서 벤츠로 갈아타는 사람이 늘었다.

독일 아우디도 주력 제품인 A3와 A4외에, 200만 엔대 저렴한 가격의 A1을 출시했다. 여기에 SUV로는 지난해 6월부터 소형 Q2가 가세했다. Q2는 2,870만원(299만 엔)이라는 수입차 최저가를 내세워 판매 호조를 보인다. SUV 구매자 평균 연령은 20∙30대가 26%로, 40대 29%에 이어 2위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넓은 세대 포섭에 성공했다.

둘째로 최근 일본 소비자는 디자인과 편의장비를 중시한다. 안전 운전이나 커넥티드 기술 등의 이유로 수입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동 제동, 차선 이탈 방지 등 다양한 안전 기능을 탑재한 차가 일본에서는 국산차든 수입차든 필수 장비다. 특히 볼보는 최신 안전운전 지원기능 인텔리 세이프를 전 차종 기본 옵션으로 탑재했다. 2020년에는 자사 모델에서 교통사고 사망자∙중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메세지를 통해 "볼보는 역시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확산되고 있다.

메르스데스-벤츠도 전방위 감시로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운전 시스템 레이더 세이프티를 적용한다. 지난해 7월 발매한 신형 S클래스는 최신 통신 기능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를 탑재했다. 고장∙사고 발생 시 콜 센터로 연결되며, 레스토랑이나 호텔 예약, 병원 안내 등도 차안에서 가능하다.

기능 향상이 수입차 판매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는 없다. 그러나 JD 파워가 2017년 6~7월 실시한 '일본 신차구입  의향 조사'에서 소비자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신차 구입 검토 중인 1만명을 대상 조사다.

수입차를 고려한 사람이 가장 중시한 부분은 '디자인' 이다. 주행과 안전 성능이 그 다음이다. 한편 자국 브랜드를 검토하는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디자인,연비 순이다. 수입차 구매자는 가격∙연비보다 독특한 디자인과 성능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입차는 차주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JD파워 아시아퍼시픽의 기모토 다쿠 오토모티브 집행위원은 "수입차 소비자는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다음으로 최신 안전장치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사적 공간을 소중히 여긴다" 고 분석했다.

볼보 재팬의 기무라 사장은 "수입차가 잘 팔리는 이유는 우선 순위가 높은 상품에만 돈을 쓰는 소비의 양극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끌리는 것에 돈을 쓰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 습관이 만연하다는 뜻이다. 상품과 서비스가 넘치는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것이 자동차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수입차 시장은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과 높은 성능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제조사 또한 적극적으로 신차를 출시한다. 안전운전 지원기능은 경차까지 확산한다. 지난해 수입차가 부활 징조를 보였지만, 그것이 진정한 부활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올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다. 올해 한국 수입차 시장이 아우디 폴크스바겐 가세로 가뿐히 27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2019년에는 한국 수입차 시장이 일본을 추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황서진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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