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은 같지만 K5와 K7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는?
정체성은 같지만 K5와 K7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는?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3.23 10:26
  • 조회수 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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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의 인기 비결은 상품성이 높아진 외에 디자인이 대폭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신형 K7. 디자인이 호평 받으며 국산 준대형차 시장에서 판매 선두를 달린다/제공=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K5와 K7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같은 회사 차인데도 디자인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기아차는 정체성을 통일하기 위해 전체 모델이 비슷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반응은 나뉜다.

2009년 선보인 기아차 K7 1세대. 기아차 디자인의 이미지를 바꿔놓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제공=기아자동차


2009년 등장한 준대형 세단 K7은 디자인 혁신을 추구하는 기아차의 의지를 가장 잘 표현한 모델로 꼽힌다. 알파벳 K를 이름에 쓰기 시작한 첫 모델이기도 하다. K7 디자인에 대한 반응은 좋아서 준대형급 큰 차체임에도 젊고 역동적인 감각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준대형차의 대표모델인 현대자동차 그랜저보다 많이 팔리는 돌풍을 일으켰다.

K7 페이스리프트는 초기 모델의 개성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사진은 수출 모델)/제공=기아자동차


2012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지만 반응은 초기 모델만큼 좋지 않았다. 페이스리프트치고는 변화의 폭이 컸지만 K9과 디자인이 비슷해 식상한 느낌을 줬다. 대형 세단 K9은 BMW를 따라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K7은 현대차 그랜저 HG에 밀려 2인자에 머물렀다. 쉐보레 임팔라가 선보이면서 판매는 계속 줄어들었다.

쉐보레는 GM대우시절부터 내놓는 중대형차마다 성공하지 못했다. 스테이츠맨·베리타스·알페온 등 해외 모델을 국내에 들여왔기 때문에 디자인이 국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임팔라 역시 해외에서 완제품을 수입하는 형태지만 과거와 달리 디자인이 우리 정서에 맞아 떨어지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판매도 큰 폭으로 늘어 K7을 제치기도 했다.

K5 1세대는 K7, 스포티지와 함께 기아차 디자인 혁신의 주역으로 통한다/제공=기아자동차


2010년 나온 중형 세단 K5 역시 K7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이 호평받았다. K5도 중형세단의 강자인 현대차 쏘나타를 누르며 승승장구 했다.

지난해와 올해 K5와 K7은 각각 완전변경 모델이 나왔다. K5는 정체성을 강화한다며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세부 요소를 다듬는데 주력했다. 바뀐 부분을 모르겠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판매도 예전만 못했다. 1세대가 출시 초기 월 1만 대씩 팔린 것과 대조적으로 신형은 월 5000~6000대에 머물렀다. 쏘나타를 뛰어넘는 이변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디자인이 바뀌지 않았다는 소비자 인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두 가지 디자인으로 나온 신형 K5(아래). 구형(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제공=기아자동차


올해 2월 선보인 신형 K7의 반응은 아주 좋다. 2월 판매량은 6046대를 기록했다. 2009년 12월 1세대 K7 출시 첫 달에 기록한 5640대를 뛰어넘었다. 6년 2개월 만에 달성한 역대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이다. 기아차 전모델 중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3876대가 팔린 현대차 그랜저를 제치고 준대형차 1위에 올랐다.

K7의 인기 비결은 상품성이 높아진 외에 디자인이 대폭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정체성을 유지해 한눈에 기아차임을 알아볼 수 있는 동시에 ‘새 차’라는 인식이 든다. 정체성을 강조하지만 변한 부분이 없어 보이는 K5와는 대조적이다.

신형 K7을 구매한 한 고객은 “올해 하반기에 나오는 그랜저를 기다리다가 K7 출시 소식을 들었다”며 “실물을 보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K7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디자인은 자동차 구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요즘 들어 디자인의 영향은 더 커졌다.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 확대를 위해 보편적이고 편안한 특성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차들이 성능과 성격이 비슷해졌다. 차별화 요소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새롭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 관심을 끌기 힘들다.

기아차 K7은 현대차 그랜저와 같은 차다. 모양만 다르다. K7의 인기 요인은 디자인 외에도 경쟁 모델인 그랜저가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형 그랜저가 나오면 K7의 판매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성능이나 장비가 같다는 사실을 안다”며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K7의 인기 지속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K5도 쏘나타와 속은 같지만 껍데기만 다른 차다. 쏘나타는 인지도가 높아서 디자인 외에도 경쟁력이 크다. K5가 쏘나타보다 경쟁 우위에 서려면 디자인에서 더 큰 감흥을 줘야 한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차종이 다양해졌다. 소비자들이 디자인을 보는 눈이 높아졌고 자동차를 자기표현 수단으로 삼는 소비자도 늘었다. 업체들도 디자인으로 승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앞으로 디자인이 자동차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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