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는 하이브리드 기술 격차… 도요타 독주 시대의 종말?
좁혀지는 하이브리드 기술 격차… 도요타 독주 시대의 종말?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3.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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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친환경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충전이 어렵고 주행거리가 짧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이브리드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토요타가 선두를 달리는 하이브리드 시장에 현대차의 도전이 거세다. 혼다, 포드, GM 등도 하이즈리드 시장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내연기관과 전기 구동계를 동시에 갖춘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단계의 과도기적 기술이다/제공=도요타


지난 1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이 선보이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때마침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표격인 도요타 프리우스도 일본 시장에 완전 변경 모델이 나왔다. 시선을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두 나라의 반응은 크게 다르다. 한국에선 저유가의 영향으로 아이오닉의 판매가 기대 이하다. 일본에선 신형 프리우스가 10만대 이상 계약됐다. 인도까지 8개월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박을 쳤다.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관심 증가는 환영할 일이다. 내연기관과 전기 구동계를 동시에 갖춘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단계의 과도기적 기술이다.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알면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100% 전기로만 구동되는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 이하 BEV)는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인프라도 부족하다. 오죽하면 '주행거리 공포증(Range Anxiety)'이란 용어까지 생겼겠는가.

BMW 전기차 i3는 레인지 익스텐더를 선택할 수 있다/제공=BMW


이런 이유로 현재로선 하이브리드가 친환경 자동차로 가장 매력적이다. BEV를 표방하는 전기차가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라는 옵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소형 내연기관을 발전기로 사용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장치다. BMW i3가 대표적이다. 주행거리가 짧은 평소에는 전기차로, 주말 장거리 여행 때에는 레인지 익스텐더를 작동시켜 먼 거리를 스트레스 없이 달릴 수 있다. 기술적으론 차이가 있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이하 PHEV)와 거의 같은 형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역사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약 120년 전, 내연기관을 얹은 초기 자동차의 성능은 보잘 것 없었다. 전기 모터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우수하고 구조가 단순했다. 구동을 위해 전기모터를 쓰고 내연기관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면 뛰어난 성능과 긴 주행거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아이디어로 1900년 출시된 차가 바로 '로너-포르쉐 전기차(Lohner-Porsche Electromobile)'다. 앞서 언급한 '레인지 익스텐더'와 같은 원리다.

하이브리드 차의 역사는 1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진은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로너-포르쉐 믹스테


내연기관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기술은 잠시 잊혀졌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를 구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하이브리드 기사엔 자주 병렬식·직렬식·마일드 하이브리드 같은 구분법이 등장하곤 했다. 다양한 방식을 일일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 대표적인 기술의 특징을 알고 어떤 방식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할지 이해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Toyota
도요타는 단연 하이브리드의 선구자다. 1997년,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모델인 1세대 프리우스를 출시했다. 그 후로 하이브리드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연비에 있어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출시된 신형 프리우스는 4세대 모델이다. 일본 연비 기준으로 1L에 40.8km, 미국 기준으로 22.7km의 복합 연비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연비와 더불어 더 커진 실내공간과 향상된 운동성능이 특징이다. 국내 연비는 복합·도심·고속도로 각각 1L에 21.9·22.6·21.0km를 기록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HSD(Hybrid Synergy Drive)'라 불린다. 2700개가 넘는 특허로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HSD와 유사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오랜 역사와 최다 판매량으로 검증된 도요타만의 독특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가장 높은 연비를 낸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하이브리드다.

4세대 HSD는 구조를 단순화 해 효율은 높이고 부피는 줄였다. 사진은 엔진과 MG1·MG2·변속기가 모두 결합한 모습/제공=도요타


HSD의 특징은 두 개의 모터를 쓴다는 점이다. 각 모터가 동력 전달(Motor)과 발전(Generator) 용도로 쓰인다고 해서 MG1·MG2란 이름을 붙였다. 모터가 작동하면서 동시에 발전기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도록 두 개의 모터가 달렸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3요소인 엔진·모터·발전기를 최적화한 결과다. 여기에 가장 높은 변속 효율을 보이는 무단변속기(CVT)를 조합했다. 엔진·모터·발전기는 동력분할 유성기어 세트를 통해 위화감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구동력이 조절된다.

HSD는 4세대에 걸쳐 개량을 거듭하며 내부 저항과 무게를 줄일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동력분할 유성기어는 운전자가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를 모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도록 하고, 시스템이 최적의 효율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HSD 유성기어는 구조를 단순화해 부피·무게·동력손실을 줄이도록 개선했다. 4세대 프리우스의 경우 20%의 저항이 줄어 그만큼 효율이 높아졌다.

공기역학에 중점을 둔 결과 프리우스는 공기저항계수 Cd=0.24를 달성했다/제공=도요타


엔진과 모터도 꾸준히 개선됐다. 고속도로에서의 연비를 높이기 위해 3세대부터 1.8L로 배기량을 늘린 엔진은 4세대에 이르러선 열효율을 40%(3세대: 38.5%)로 끌어올렸다. MG1과 MG2는 무게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 회전수를 높였다. 모터의 구동 토크를 높이기 위해선 두께가 두꺼워져야 한다. 그러면 구동계의 부피와 무게가 늘어나 전체적인 효율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터의 두께를 줄이는 대신 회전수를 높였다. 부족한 토크는 감속 기어비를 조정해 해결했다.

최적으로 조율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4세대 프리우스는 새로운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플랫폼을 썼다. 공간은 더 키우면서 무게중심을 낮추고 차체강성을 높였다. 차체 뒷부분을 공기의 흐름을 안정화시키는 스포일러의 역할을 하도록 디자인하고, 액티브 그릴 셔터를 달아 공기저항을 역대 최저인 Cd=0.24로 낮췄다. 이런 모든 노력을 통해 4세대 프리우스는 3세대보다 연비를 10% 높였다.

Hyundai
현대 하이브리드의 역사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도요타에 비하면 짧지만, 세계 최초로 LPG 하이브리드를 양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가솔린 값보다 LPG가 확연히 싼 우리나라 현실에 초점을 맞춘 아이디어다. 아반테 하이브리드는 연료의 특성과 저출력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우스개 소리로 '포르쉐보다 연비 나쁜 하이브리드'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제공=현대자동차


첫 출발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쏘나타·그랜저에 꾸준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올리며 기술을 개선했다. 1월에는 하이브리드 전용모델 아이오닉이 선보였다. 현대차는 4세대 프리우스의 연비를 뛰어넘을 것이라 자신한다. 국내 연비는 1L에 22.4km다. 21.0km인 3세대 프리우스 보다 1.4km 높다. 4세대 프리우스보다 복합연비는 0.5km, 고속도로는 1.2km 높고 도심 연비만 0.1km 낮다.

현대차는 도요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두 개의 모터를 쓰는 HSD와 달리 1개의 모터를 쓴다. 변속기도 CVT가 아닌 DCT(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달았다. 43.5마력을 내는 전기모터와 엔진 사이에 클러치가 들어간다. 구조상 HSD보다 훨씬 간단하다. 현대차가 쓰는 1모터 방식의 경우 변속기의 선택이 자유롭다. 현대가 원했다면 굳이 DCT가 아닌 일반 자동변속기도 쓸 수 있었다. 현대는 동력 전달 효율과 함께 운전의 즐거움까지 생각해 DCT를 조합했다.

최근 선보인 아이오닉은 프리우스의 아성을 넘본다/제공=현대자동차


엔진은 1.6L 직분사 방식이다. 배기량은 프리우스보다 작지만, 최고출력 105마력으로 더 높은 출력을 낸다.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으로, 연비를 높이기 위해 롱 스트로크에 기반한 앳킨슨 사이클을 적용했다. 여기에 냉각 장치와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의 효율을 높여 4세대 프리우스와 같은 40%의 열효율을 달성했다. 아이오닉과 프리우스 모두 양산형 가솔린 엔진 중에서는 열효율이 최고수준이다.

모터와 동력분할 기어, CVT를 거치며 부드러움이 극대화된 HSD와 달리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구동계는 직결감이 더 뛰어나다. 여기에 1.56kWh 용량의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달렸다. 프리우스의 경우 니켈-수소 배터리가 기본이다. 4세대 모델부터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지만, 용량은 0.75kWh로 아이오닉의 절반 수준이다. 장거리를 주행할 땐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HSD가 실제 연비에 있어서 유리할 수 있다. 배터리를 가득 충전한 상태로 시작할 수 있는 공인연비 테스트에서는 단순하고 직결감 높은 아이오닉이 연비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아이오닉 역시 프리우스 못지 않게 차체 구석구석 신경 썼다. 하이브리드 전용 설계로 실내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배터리를 위치시켰다. 더불어 묵직한 배터리를 차체 낮은 곳으로 밀어 넣어 무게 중심도 낮췄다. 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을 대거 적용해 무게를 줄였다. 서스펜션 부품에까지 가벼운 알루미늄 부품을 썼다. 효율과 운동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현대차 고질병으로 지적 받던 녹 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약간은 도움이 되겠다. 공기저항계수도 4세대 프리우스와 같은 Cd=0.24다.

기타 브랜드
일본과 미국, 유럽의 다른 브랜드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혼다다. 모터가 주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HSD와 정반대로 모터가 엔진을 보조만 하는 'IMA(Integrated Motor Assist)'란 방식을 썼다. 장점은 구조가 단순하고 값이 싸다. IMA 기술이 들어간 1세대 혼다 인사이트는 16년 후 나온 4세대 프리우스와 같은 연비를 기록했다. 그러나 너무 낮은 출력과 부족한 실용성 등 연비를 위해 희생한 부분이 너무 많아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결국 단종됐다.



1세대 혼다 인사이트는 지금까지 나온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 중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제공=혼다


인피니티도 꾸준히 하이브리드에 힘을 싣고 있다. 다른 브랜드완 달리 연비보다는 성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퍼포먼스 하이브리드'를 표방한다. 305마력 6기통 엔진을 세로로 얹고 68마력을 내는 전기 모터의 앞·뒤로 클러치를 나란히 배치했다. 모터는 동력을 전달하는 본연의 역할 외에 발전기와 토크 컨버터, 시동모터 역할까지 대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하이브리드 세단'이란 기네스 기록을 갖고 있다.

인피니티 하이브리드는 성능에 초점을 맞춘다/제공=인피니티


미국 브랜드의 경우 캘리포니아 주의 엄격한 대기환경보호법 때문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GM과 포드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과거 마쓰다를 거느리던 포드는 일본 쪽 하이브리드 기술을 받아들여 결국 도요타의 HSD 기술을 라이선스를 주고 활용했다. GM은 전기모터에 의존하는 직렬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했다. GM은 "엔진은 발전만 담당하고 구동에는 전기모터만 관여한다"고 주장했다. 레인지 익스텐더나 PHEV와 작동 방식이 거의 같다.

쉐보레 볼트는 정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계를 넘나든다/제공=GM


디젤 엔진이 강세인 유럽 브랜드는 시내 주행에서의 효율을 높이는 정도로만 하이브리드 기술을 받아들였다. 초기 가속 시에 엔진의 부담을 줄이고, 낮은 속도에서 엔진 시동을 빨리 꺼지게 하는 정도의 역할만을 부여했다. 대용량 배터리와 강력한 모터 대신 작고 가벼운 하이브리드 구동계로 충분하다. 벤츠와 푸조가 대표적이다. 판매는 그리 많지 않다. BMW의 경우 인피니티와 유사한 1모터 2클러치 '액티브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썼지만, 역시 판매는 신통치 못하다. 지금은 'i' 브랜드를 통해 친환경 전용차에 힘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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