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토막] 프랑스 대통령은 왜 DS 7 크로스백을 탈까?
[자동차 한토막] 프랑스 대통령은 왜 DS 7 크로스백을 탈까?
  • 이재욱 에디터
  • 승인 2017.05.16 17:17
  • 조회수 2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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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다음날부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방탄차를 타는 모습이 포착돼 주목받았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취임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DS 7 크로스백을 타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국가원수들은 방탄기능이 탑재된 대형 세단을 의전차로 사용한다. 그런데 DS 7 크로스백은 다름아닌 SUV. SUV가 의전차로 사용되는 건 매우 낯선 풍경이다.

DS 7 뿐 아니라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은 꾸준히 DS 브랜드를 애용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해치백 형태의 크로스오버 DS 5를 의전차로 사용했다. 왜 프랑스 대통령들은 넓고 편안한 대형 세단 대신 DS를 탈까?



DS의 대통령 전용차 역사는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대전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이끌었던 샤를 드골은 1959년 프랑스 제5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그가 선택한 전용차는 가장 프랑스적인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플래그십 세단, 시트로엥 DS였다.

샤를 드골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프랑스는 식민지들의 독립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민족주의자였던 드골은 식민지의 독립을 추진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는 1961년 알제리에서 프랑스 군을 철수시키고 이듬해 알제리 독립을 국민투표에 부쳐 가결시켰다.

이러한 그의 민족자결주의 정책은 프랑스의 골칫거리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경제를 부흥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시에는 알제리 독립을 반대하던 극우주의 세력의 반발을 샀다. 급기야 극우 무장세력 테러리스트들은 드골을 암살하기로 한다.



1962년 8월 22일, 파리의 쁘띠-클라마르 교차로에서 장 바스티엥-티리 등 테러리스트들이 드골 대통령이 타고 있던 자동차를 공격해 암살을 시도했다. 영화와 소설로 만들어진 '자칼의 날'이 바로 이 쁘띠-클라마르 암살미수사건을 각색한 것이다.

12명의 테러리스트들은 드골 대통령이 타고 있던 시트로엥 DS를 향해 기관총을 난사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순식간에 거리는 아수라장이 됐다. 심지어 DS는 방탄기능조차 탑재되지 않았다.

하지만 140여발의 기관총 세례에 차체가 너덜너덜해지고 타이어조차 찢겨나갔음에도 DS는 전속력으로 현장을 탈출해 드골 대통령의 목숨을 구했다. 급조작에도 자세를 유지시켜주는 첨단 유압 서스펜션이 타이어가 터져도 차체를 안정적으로 지탱해 준 덕분이었다.



이 사건 이후 드골 대통령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시트로엥 DS에 많은 찬사를 보냈다. 넓고 아늑하며 뛰어난 주행성능을 가진 DS의 명성은 사건 이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 교황 요한 23세, 화가 샤갈 등 세계적 인사들이 DS를 애용했다. 프랑스 대통령이 DS를 전용차로 사용하는 건 오늘날까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DS는 PSA 그룹의 럭셔리 브랜드로 독립하면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DS 7 크로스백 역시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성능과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잘 조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시는 내년으로 계획됐지만 벌써부터 외신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래적인 실내외 디자인과 최고급 소재, PSA 그룹 최초의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 등이 적용됐고, 180마력 디젤 엔진과 225마력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DS 7 크로스백의 국내 출시 시기는 미정이지만, 업계 관계자는 "내년 국내에서 DS 브랜드가 완전히 독립되면 브랜드 판매 견인을 위해 충분히 국내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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