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UAR XF, '아름다운 고성능' 지켜낸 새로운 기준
JAGUAR XF, '아름다운 고성능' 지켜낸 새로운 기준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4.26 10:37
  • 조회수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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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XF는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싹 개선했다. 무게를 190kg 줄이고 뒷좌석을 넓혔다. 흔한 독일차를 대신할 대안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무엇이 좋은 차인가.’ 15년 이상 자동차 전문기자를 하면서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요즘 정답은 보편성 있는 근사치로 접근해간다. 성능을 기준으로 하면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차’다. 여기에 호감 가는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이후 고유가의 아픈 기억과 날로 엄격해지는 친환경 규제를 감안하면 연비는 좋은 차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재규어코리아가 4월부터 시판하는 럭셔리 중형 세단 ‘올 뉴 XF’를 이런 기준에 맞춰 시승했다. 이 차는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독일 프리미엄 3총사인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와 경쟁한다. 가격대 역시 6000만~8000만원에 주력 모델이 몰려 있다. 수입차의 일반적인 가격 할인(통상 5~15%)을 감안하면 엔트리 모델은 500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진다. 국산 고급차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아차 K9이 우수한 성능과 탁월한 옵션에도 불구하고 독일 3총사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현대·기아의 아킬레스건은 6000만원 전후 고급 세단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재규어는 2015년 전 세계에서 8만4000대를 팔았다. BMW·벤츠·아우디 같은 경쟁 회사가 연 150만대 이상 판매하는 것에 비하면 재규어는 아주 작은 회사다. 가장 큰 이유는 요즘 인기 상종가인 SUV 라인업이 없어서다. 뒤늦게 재규어는 올해 ‘F페이스’ 라는 이름으로 중형 SUV를 내놓는다. 연간 10만대 판매가 가능한 모델이다. 재규어 전체 판매보다 더 팔릴 수 있는 대박 가능성이 큰 SUV다. 검증받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차체에 디자인 역시 매력적이다. 한국에는 6월 부산모터쇼에 출품한 뒤 하반기 판매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XF는 독일 3총사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고속도로와 구불구불 코너가 반복되는 지리산 일대 300㎞ 시승길에 올랐다. 이 차는 2008년 선보인 1세대 XF에이어 8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한 2세대 모델이다. 2세대 XF는 알루미늄 소재를 대폭 적용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선을 보인 준중형 세단 XE의 플랫폼과 같다. 전후좌우를 늘렸다. 기존 모델 대비 차체 중량을 최대 190㎏를 줄였다. 차체 강성은 28% 이상 강화했다. 문제는 지독한 다이어트에도 불구하고 XF의 공차 중량이 BMW 5시리즈 보다 무려 200kg이나 무겁다는데 있다. 연비에서 불리한 요소다.





우선 디자인은 기존 모델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크게 달라진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무엇이 바뀌었을까, 숨은 그림찾기’로 화제가 됐던 2세대 기아 K5와 비슷하다고 할까. 기존 모델의 디자인이 워낙 좋아 2세대 XF는 기존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쓰면서 미세한 부분을 더 가다듬는 ‘파인 튜닝’이 디자인 콘셉트다. 재규어의 디자인 총괄 이언 칼럼은 “XF는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차”라고 주장한다. 그럴 법한 설명이다. 워낙 전작이 좋았던 모델이라 파인 튜닝에 점수를 주고 싶다.
첫 모습에 라디에이터 그릴과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공기 흡입구가 인상적이다. 작은 LED 헤드램프는 전작과 비슷하다. 옆모습에서 고성능차로서 이상 징후가 보인다. 타이어를 감싸는 휠하우스와 타이어 사이의 공간이 생각보다 넓다. 이 간극은 좁을수록 스포티해보이는 게 디자인의 기본이다. BMW나 포르쉐, 대중차로는 혼다가 이걸 잘한다. 요즘 현대차도 휠하우스와 타이어 사이의 간극을 줄인 디자인으로 스포티한 옆모습을 뽐낸다.
옆모습은 전체적으로 전면부터 이어지는 긴 직선이 후면까지 이어져 살아있는 듯한 역동성을 자아낸다. 후면 디자인 역시 요즘 추세를 반영한다. 날렵하게 파진 후면등과 스포츠카 냄새를 풍기는 선들이 그렇다. 요즘 신차의 후면 디자인은 너무 비슷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경우가 왕왕 있다.





단점인 실내공간 동급 최고로 뽑아내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달린 레드 컬러의 재규어 엠블럼이 눈길을 끈다. 2006년까지 모든 재규어 모델의 보닛에는 재규어가 펄쩍 뛰어오르는 모습을 형상화 한 조각품 ‘리퍼(Leaper)’를 달았다. 그 다음해 대형 세단 XJ가 나오면서 리퍼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대신 포효하는 재규어 얼굴을 새로운 엠블럼으로 만들어 라디에이터 그릴 한 가운데 박았다. 재규어 마니아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보닛 맨 앞에 달린 ‘리퍼’ 엠블럼을 그리워한다. 리퍼는 보행자와 충돌했을 때 부상 부위를 최소화하는 ‘보행자 안전 규제’로 인해 사라졌다.





XF는 엔진과 옵션에 따라 7개 모델로 나뉜다. 변속기는 모두 독일 ZF의 8단 자동이다. 준중형 세단 XE에 먼저 선을 보인 2.0L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단 ‘20d 프레스티지’와 ‘20d 포트폴리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적용한 ‘25t 프레스티지’와 ‘25t 포트폴리오’, 3.0L V6 터보 디젤 엔진을 얹은 ‘30d 포트폴리오’, 3.0L V6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단 고성능 모델 ‘35t AWD R-Sport’, 최상위 모델인 ‘S AWD’ 다. 가격은 6380만~9920만원이다.
첫 번째 시승 모델은 XF 25t 프레스티지다. 최고 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m의 힘을 내는 2.0L 터보 가솔린이다. 실내 공간의 크기를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간 간거리)가 2960mm로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길다. 기존 모델의 단점이었던 좁은 뒷좌석이 넉넉해진 이유다. 앞뒤 무게 배분은 50대 50 근사치가 됐다. 공기저항계수도 역대 재규어 모델 가운데 가장 낮다(0.25cd).





계기판과 대시 보드 등 인테리어는 ‘심플’이다.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 추세를 따랐다. 우선 기본 사양으로 달린 10.2인치 스크린이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느낌이다. 조그 셔틀을 일일이 돌리는 독일차의 복잡한 조작 방법과 달리 한국인이 좋아하는 터치 방식이라 호감이 간다. 계기판은 12.3인치 풀HD 디지털이다. 스탠다드·에코·다이내믹·윈터 모드에 따라 색상이 바뀐다. 변속기는 동그란 다이얼을 돌리는 재규어만의 방식을 채택했다.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풍부한 옵션 속에 옥에 티가 있다. 국산 준중형급 고급 옵션에도 적용되는 통풍 시트가 빠졌다.
가속력은 일품이다. 터보 가솔린은 8단 변속기와 맞물려 제대로 출력을 내준다. 계기판 바늘이 순식간에 시속 200㎞를 넘어선다. 직진 성능은 수준급이다.





섀시와 후륜 서스펜션 숙제 남아
지리산의 유명 드라이브 코스인 오도재를 올라간다. 코너링을 테스트하기 위해 엑셀을 꾹 밟았다. 고속에서 날렵한 핸들링을 보여주던 차량의 후미가 생각보다 밀려 나간다. 타이어는 굉음을 지르며 미끄러진다. 독일 3총사에 비해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꿈뜨지 않고 치고 나가는 맛은 독일 차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지만 급격한 코너링에서는 가끔씩 자세를 잃어버린다. 운전의 재미를 위해 뒷부분을 살짝 흘리는 ‘오버스티어’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세팅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오도재를 넘어 시승차를 디젤로 바꿨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그릉그릉’ 하는 엔진음이 한결 부드럽게 다가온다. 기존 모델보다 초반 가속에서 확실하게 소금과 진동이 좋아졌다. 디젤은 토크는 좋지만 순식간에 힘을 짜내는 가속력은 가솔린 터보가 한 수 우위다. XF의 날렵한 성능을 이끌어 내기엔 가솔린이 더 어울린다. 연비는 경쟁 차종 대비 100~200kg 무거운 차체로 인해 10% 이상 뒤지게 나온다.
2세대 XF는 전체적인 성능에서 독일 3총사와 어깨를 견줄 만큼의 강렬한 인상은 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시야를 넓혀주는 대안 역할로는 충분하다. 너무 흔한 독일차에 싫증난 소비자, 국산 고급차에서 느낄 수 없는 다이내믹한 성능을 찾는 사람에게 XF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적어도 독일차와 차별화를 추구하는 ‘브리티시 디자인’이 정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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