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기차 충전소 전략...테슬라를 벤치마킹하라
[칼럼] 전기차 충전소 전략...테슬라를 벤치마킹하라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7.09.11 09:36
  • 조회수 296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은석 칼럼니스트 carguy@globalmsk.com

2020년대를 향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경제 살리기, 외교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충전망 인프라 청사진도 시급하다. 미국·유럽은 한국과 달리 100 % 민영 전력 공급체제를 갖추고 있다. 상업용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서비스 전략이 우리나라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전기차 업체 중 기술·사업 면에서 선두 주자인 테슬라는 아예 급속충전설비를 자체 비즈니스 모델(Closed Loop Business Model)로 구축한다. 한국이 충전 기반시설과 서비스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할지 답안을 보여준 셈이다.


도요타는 프리우스에 니켈 배터리를 탑재하며 기술력을 쌓았다


지난 호에서는 다양한 전기차 급속충전설비를 국가 차원에서 미리 개발하는 문제를 다뤘다. 이런 설비를
신속히 전국적으로 구축할 때 관련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이 세계 최고의 전기차 각축장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유럽·미국의 전기차 충전설비 시장에서는 여러 상업용 충전설비 공급업체가 활동 중이다. 새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에 턴키방식으로 설치하거나 기존 공공시설에 부분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설비를 공급, 관리해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가정용 전기차를 쉽게 충전을 할 수 있도록 전국 판매망을 확보한 홈데포(Home Depot)·로위스(Lowes) 등의 DIY 샵이 주택 차고에 설치할 충전장비를 판매한다. 상업용 충전설비업체들은 주로 시내 공공건물과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충전소 사업을 한다. 사업영역을 국가 단위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유럽 회사의 사업전략과 실행능력을 살펴보자. 유럽은 The New Motion, EV-Box, Chargemaster PLC, Fortum, Innogy SE, Clever A/S, POD Point 등이 이 사업을 주도한다. 미국에서는 ChargePoint, Greenlots, EVgo, SemaConnect, Car Charging Group 등이 선두 그룹이다. 이 중 The New Motion, ChargePoint, EVBox 등이 메이저다. The New Motion과 ChargePoint는 각각 유럽과 미국에서, EV-Box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회사는 그러니까 자국 시장만 사업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다. 유럽 대륙이나 미주 전역 나아가 전 세계 시장을 놓고 각축한다. 일례로 미국의 강자인 Greenlots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상업용 충전 및 관련서비스 시장의 위상은 어떨까. 우선 한국은 한국전력이 전력 공급망을 독점한다. 선진 업체보다 유리한 반면 보급 방식과 속도 면에서는 밀리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가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적지 않은 완성차 회사와 부품 업체들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전은 최근 “몇 년 안에 5분 이내 완전충전을 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든다.

1. 한전의 로드맵은 무엇일까 2. 세계 시장에 진출할 만큼 기술 면에서 종합적인 이해 및 개발능력을 한전은 갖추고 있는가 3. 내수 시장으로 한정할 것인가 4. 개발 과정을 한전이 독점할 것인가 아니면 Open Innovation을 추구할 것인가 5. Open Innovation을 한다면 전세계 업체를 대상으로 할 건가. 아니면 국내 업체로 국한할 건가.

한전의 복안이 무엇이든 세계 시장서 통용되는 기술 개발이 먼저다. 아울러 단순한 충전설비 개발에 그치지 않고 턴키방식의 차별화된 서비스 패키지 BM을 내놔야 한다.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함으로써 날렵한 디자인과 안정성, 구조적 강성을 한 번에 얻었다


이런 전제 위에서 테슬라 사례를 정밀하게 들여다 보자. 전력망이 민영화된 미국에서 테슬라는 이미 지방 전력회사와 손잡고 자사 전기차 충전설비 수퍼차저를 2단계로 공급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대중용 전기차로 개발 중인 odel 3 충전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모델3는 오는 9월께 미국에서 먼저 시판할 계획이다). 테슬라 odel S와 X가 가장 많이 보급된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1단계로 보급한 수퍼차저로 수백 대가 동시에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테슬라는 남캘리포니아에 전력을 공급하는 Southern California Edison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충전소 설치를 요청 받으면 3개월 안에 설비를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지난 4월 전 세계 수퍼차저 공급을 연내 두 배로 늘리겠다는 한 계획의 일환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기존 충전망으로는 Model 3 판매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2월 한국에 진출하면서 몇 달 안에 충전설비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1단계 설치 후 시장상황을 판단해 단계적으로 충전망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어떤 식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테슬라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에 대응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어떤 충전망 공급 전략을 짜고 있을까.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있기는 할까.

테슬라는 차량 판매방식도 전략적으로 차별화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당연시되는 딜러망 판매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 것이다.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의 전망이 무색하게 판매는 순조롭다. 내년 상반기 대중용 전기차 Model 3(전기차 정부 지원금을 받을 경우 예상 가격은 4000만원대 안팎)를 도입할 때도 이 방식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테슬라의 이런 직판 방식이 통하면 국내 자동차 업체의 영업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GM은 아직까지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사용하지만 언제 전략을 바꿀 지 알 수 없다


테슬라 케이스와 비교해 국내 현실을 점검해 보자. 우선 앞서 언급한 서구의 상업용 충전설비 회사 중 상당수가 스타트업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해당 국가 정부에 관련 정책 수립에 대한 자문도 한다. 전기차 충전설비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대체 에너지 설비를 포함해 종합적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참고로 지난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판매량1위 업체는 GM, 포드 같은 거인이 아니라 테슬라다. 테슬라 역시 스타트업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후발주자지만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과거 다른 산업이 부닥친 높은 기술 진입장벽은 겪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그보다 전반적인 시장환경 미비와 해당 기반시설 부족이 오히려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얼마나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가. 과연 세계에서 통하는 융통성 있는 기술과 서비스 패키지를 개발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다시 말해 이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전력·통신 등의 인프라가 국영화돼 있다. 이런 조건을 잘 활용하면 비교우위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직은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적인 큰 그림 없이 일부 지자체나 국영기업이 단독 드리볼 했다가는 백전백패다. 선두주자는커녕 세계 시장 진입조차 어려울 게 분명하다. 반드시 국가
차원의 총체적 접근을 해야 한다. 그 길만이 살길이다.

충전설비 선두 회사의 기술과 사업모델을 철저히 분석, 사업 초부터 세계 시장 진출과 내수 확보를 병행하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일부 지자체 중심으로 ‘우물안 개구리식’ 접근을 했다가는 필패다.



버스·트럭 등의 상업용 전기차는 또 다른 급속 충전기술을 필요로 한다. 어쩌면 보급 속도 면에서 승용차 충전설비보다 더 빨리 추진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정부가 국내 자동차 업체가 전기버스와 트럭을 개발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선진국이 이미 개발한 상용차 배터리 팩을 표준으로 상용차 급속충전설비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외국에서 개발한 차량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

버스와 트럭을 전기차로 빨리 전환하면 노후 디젤차로 인한 미세먼지, 소음 등의 공해를 감축할 수 있다. 또 유치원 및 학원 차량을 전기 상용차로 교체하고 자율주행모드를 부분적으로라도 적용하면 어린이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사업주에게 국가가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면 우선 어린이 통학 차량용 급속충전설비 개발, 보급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가 수익성을 구실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감한 시장개방으로 해당 차량을 수입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사실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버스∙트럭 고급화를 등한시했다. 이들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필요 없다.나아가 다양한 전기버스 및 전기트럭의 무관세 수입과 더불어 정부가 구매비용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승용차용 말고 대용량 배터리팩을 급속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의 개발 및 보급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스쿨버스 주차장처럼 동네마다 유치원, 학원버스, 택배용 소형 트럭 전용 주차 및 충전용 건물을 만드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이들 차량은 정해진 경로로 반복 운행해 이런 건물이 필요하다. 이 모델이 성공한다면 한국적 상업용 전기차 및 서비스 패키지를 세계 시장에 수출할 길이 열릴 것이다.

국가적인 급속충전 설비망은 전력 수요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전은 전기차 보급에 따른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감안해 전력 공급 계획을 짜야 한다. 효율적인 변전·송전·배전망 구상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자료가 있어야 관련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충전용 전기요금으로 전국 어디서나 불편 없이 충전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한전에 묻고 싶다).

어쩌면 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숙제일 수도 있다. 국가가 관련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청사진을 제대로 그려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전기차 충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자동차 OEM 눈치 볼 필요 없이 세계적인 추세보다 한 발 앞서 국가 기간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광통신망을 포함해 IT 인프라를 선진국보다 먼저 전국적으로 구축한 성공 경험이 있다. 우리에게는 국가적으로 기간시설을 갖춰 관련 산업을 글로벌하게 키운 경험과 DNA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