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매각 초읽기일까? 모델3 사전 예약 노림수
테슬라 매각 초읽기일까? 모델3 사전 예약 노림수
  • 박상원
  • 승인 2016.05.06 10:27
  • 조회수 1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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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는 테슬라가 모델3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엘론 머스크가 회사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모델3의 출시전 공개는 적절한 배팅이었다. 매각된다면 유력한 후보는 누구일까? 애플·구글·우버 또는 중국 국적 업체가 되리라 예상한다. 이중 애플 또는 우버가 유력하다. 한국 전자업체도 후보군에 들어 있다.
지난 4월 3일 테슬라 모델3 콘셉트가 공개됐다. 실제 판매는 2017년 이뤄지지만 벌써부터 전세계에 예약 구매자가 줄을 섰다. 40만 건의 사전 예약자가 각자 1000달러의 돈을 걸었다. 테슬라는 20조원이 넘는 사전 매출을 올렸다.


테슬라 모델3는 보급형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를 노린다. 전문가들은 내년말 실제 양산은 어렵다고 본다.



하얀 화면 위로 검은색의 타이어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자동차의 부분 부분만 확대됐다. 따뜻한 북부 캘리포니아의 햇살로 올라간 실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이 강하게 켜져 있었지만 관중들의 뜨거운 관심이 온도를 끌어 올리는 듯했다. 마침내 화면이 잠시 어두워졌고 애플 CEO인 팀 쿡이 갑자기 긴장한 듯 높은 톤으로 말했다. “경쟁사들이 스마트폰에 신경 쓰는 동안 우리는 진정한 스마트 모빌리티를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스티브의 꿈이자 우리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개발기간 6년을 거쳐 마침내 오늘 선보입니다. 애플의….” 공식 제품명을 말하기도 전에 일부 관객들이 의자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물 위를 걷는 성인의 모습을 본 듯 흥분이 뒤범벅된 고함과 탄성을 동시에 질렀다. 전기차 특유의 조용함 속에 흰 물체 하나가 무대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짧은 찰나, 쿡 앞으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사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애플의 첫 전기차가 등장했다. 애플의 수많은 제품들이 그러하듯 전기차 또한 매끈하고 완성도가 높아 보였다. 그 순간 수백 개 사진기들의 플래시가 어두운 공간을 밝히듯 터져 나왔다.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그 장면을 보고 중얼거렸다. “Fiat lux”(라틴어로 ‘빛이 있으라’). 2018년 여름이었다.


엘런 머스크는 지난 4월 3일 모델3 콘셉트를 공개했다.



2019년에 출시가 예상되는 애플의 전기차 공개 현장은 지난 2016년 4월 3일 테슬라 모델3 콘셉트 공개 현장을 보면 상상할 수 있다. 미국 언론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은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차의 성공적인 상업화를 실현한 엘론 머스크의 시도에 흥분했다. 테슬라 전시장 앞에는 예약금 1000달러를 내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붐볐다. 이러한 와중에 모델3의 본격 생산 및 판매 시기가 2017년이라는 사실은 의외다. 통상 자동차라는 제품의 주기를 고려하면 신차 발표는 판매 1~2개월 전에 일어난다. 모델3의 경우 콘셉트라고 하더라도 너무 일찍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이른 공개 때문에 애플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은 모델3의 출시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의 경우 빠르면 2019년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아이오닉 전기차) 및 포르쉐(전기 스포츠카) 등 완성차 업체들도 다양한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모델3는 모델S와 달리 심화된 경쟁 환경이 기다린다. 모델3를 미리 선보인 테슬라와 머스크의 전략은 무엇일까?


왜 모델3를 미리 발표했을까

2015년 하반기부터 테슬라의 모델X 공급 문제가 지속되면서 테슬라에 대한 월가의 회의적인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회사의 미래와 성장 가능성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비관적인 보고서 들이 늘었다. 2016년 1월 테슬라 주가는 주당 215달러에서 2월 하순 141달러까지 폭락했다. 테슬라는 4월 3일 모델3 콘셉트를 선보이면서 회의적 시각을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모델3는 4월 20일 현재 40만 건의 사전예약을 확보했다. 175억 달러(20조원)의 사전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대 당 1000달러인 사전 예약금을 통해 모두 4억 달러라는 현금을 확보했다.


모델 X는 생산 품질 문제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출시 1년 반 이전에 차를 선보이는 일은 자해행위다. 엘론 머스크는 베팅을 할 줄 아는 사내다. 과거 많은 사업을 진행할 때 위험을 무릅쓴 사업 전개 때문에 수많은 동료 및 부하 직원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베팅은 대부분 성공했다. 그가 모델3를 미리 선보인 가장 큰 이유는 자본을 제공하는 투자가들에게 회사의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동시에 엘론은 전기차 잠재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세상에 확인시켰다. 자체 예상 대기고객 숫자보다 무려 3배가 많은 예약이 몰렸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는 현대차 등 수많은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투자가들의 시선을 부정적으로 만들어 관련 업체 주가가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모델3 공개 이후 3일 뒤에 열린 다임러 주주총회는 벤츠의 전기차 부재를 성토하는 주주들로 가득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인 <아우토빌트>가 집계한 온라인 투표에 따르면 투표에 참가한 6200명의 독일 독자 중 3분의 2가 모델3 구입을 원한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이번 베팅은 멋지게 적중했다.


한국에서도 예약을 할 수 있다.



모델3의 누적 대기 수요는 100% 판매로 이어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100% 판매로 연결되지 않는다. 사전 예약은 한국을 비롯해 수많은 시장에서 이뤄졌다. 경쟁사들이 경쟁 차종을 도입해 대기 수요를 빼앗기 때문에 100%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GM 쉐보레에서 올해 하반기에 전기차 볼트(Volt)를 출시한다. 닛산은 2세대 리프를 2018년 내놓는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전기차 모델을 준비 중이다. 포르쉐는 2019년쯤 세단형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애플의 전기차도 2019년 출시가 유력하다. 테슬라의 차종은 강력한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모델에 몰린 대기자를 빼앗기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다.


테슬라는 앞으로 독자 생존 가능한가

테슬라는 매각 가능성이 크다. 첫 번째, 엘론 머스크의 과거 사업 행적을 보면 페이팔처럼 매각하고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크다. 두 번째, 테슬라는 머스크가 창업한 회사가 아니고 중간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세 번째, 간신히 흑자를 내는 테슬라와 달리 무려 7조원의 수주 물량을 확보한 스페이스X야 말로 머스크의 열정이 담긴 차세대 성장 사업이다. 테슬라는 종내 매각될 가능성이 짙다. 2019년 전후로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애플까지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본이 애플처럼 거대하든가 완성차 업체처럼 자동차 생산능력이 고도로 발달하지 않은 경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엘런 머스크의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꼽힌다.



실리콘 밸리는 테슬라의 신차 개발 계획이 모델3 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엘론 머스크가 궁극적으로 회사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 경우 최근 모델3의 선공개 후출시라는 마케팅 기법은 적절하다. 40만 건 이상 사전예약 및 발생한 예약금은 회사 가치평가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매각된다면 유력한 후보는 누구일까? 애플·구글·우버 또는 중국 국적 업체가 되리라 예상한다. 이중 애플 또는 우버가 유력하다. 한국 전자업체도 후보군에 들어 있다.


왜 한국 정부는 전기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미국 언론의 테슬라에 대한 열광은 비이성적인 면이 존재한다. 2015년 미국에서 판매된 1700만대의 신차 중 테슬라는 0.3%도 되지 않는 5만 여대에 불과하다. 모델X는 생산품질 문제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엘론 머스크라는 스타가 없었다면 이미 ‘챕터 11’이라는 파산신청을 거듭하고도 남았다. 테슬라는 언론의 숭배와 월가의 계속되는 애증 속에 미국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한다.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선거 유세 때 정책으로 내세웠던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친환경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집권 여당과 민주당 또한 테슬라가 고마운 존재다.


모델3의 시장을 뺏어올 전기차들이 속속 대기중이다. 사진 왼쪽 위부터 우측방향으로 쉐보레 볼트, 포르쉐 미션E, 닛산 신형 리프, 현대차 아이오닉.



미국과 달리 한국은 여당 및 야당 모두 복지에 더 많은 투자를 주장한다. 경기 위축에 따른 세수 감소 추세 속에 2015년 정부 세수의 12% 정도를 차지한 유류세는 보물과 같은 존재다. 대한민국 정부는 자동차들이 전기차로 바뀌기 시작하면 세수가 부족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정부가 얼마나 전기차 보급 의지가 없는가 하면, 현재 대당 400만원인 전기 충전기 보조금은 대선을 앞둔 2017년에 완전 삭감 예정이다. 물론 정부는 전기차가 세계적인 추세가 되면 이를 본격 지원하겠다고 말한다. 문제는 대세가 될 경우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후폭풍은 오히려 업계가 감수해야 한다. 차세대 전기차 전략은 산자부·국토부·환경부 간의 자동차산업 정책에 대한 주도권 싸움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 또한 세수감소에 따른 후유증을 고려해서인지 한국의 전기차 보급은 물론 산업에 대한 지원도 활발해 보이지 않는다.


이미 한국에 사무실을 연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2019년 애플의 전기차가 긍정적일 경우 우리나라의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 경우에도 대다수 한국 기업들의 전통적인 전략인 ‘빠른 추종자’가 유효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전기차의 경우 미국은 물론 중국과 독일까지 리더가 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인다.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에서의 신사업에 대한 리더십을 모방해야 하는가. 팀 쿡 회장이 애플 전기차를 선보이기 전까지 한국에서 전기차 개발에 대한 리더십이 생기기를 간절히 기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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