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밀린 생애 첫차...고급차, 큰차 양극화 심화 고령화 뚜렷
스마트폰에 밀린 생애 첫차...고급차, 큰차 양극화 심화 고령화 뚜렷
  • 박성민 에디터
  • 승인 2017.11.27 01:00
  • 조회수 29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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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는 생애 첫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나이와 어떤 차를 구매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보면 앞으로시장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 인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생애 첫 차로 선택하는 차종은 경차와 소형차,준중형차 선택 비율이 70%에 달했다. 하지만 이 비율이 5년 새 45% 정도로 급격히 떨어지며 큰 변화를 보였다. 나머지 25%의 고객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최근 5년간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첫 차량을 구매하는 연령대는 높아졌고 크고 비싼 차의 판매량이 늘어났다. 이 기간은 양극화를 심화하는 신자유주의 경제를 채택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다. 이런 변화가 생겨난데는 어떤 요인이 있는지 살펴봤다.


새 차 구입의 유형과 변화는?

최근 소비자들은 큰 차를 선호하며 SUV의 판매량이 7%에서 25%까지 크게 늘었다.


새 차를 구입하는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차가 없다가 새롭게 구매하는 신규 구입, 있던 차를 판매하고 다시 구매하는 대체 구입, 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더 구매하는 추가 구입이다.

이 중 제조사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신규 구입을 살펴봤다. 최근 5년 간의 신규 구입을 분석해본 결과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차를 구매하는 사람의 연령대와 차종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첫 차를 구입하는 시기는 늦춰졌다.  이에 따라 소득이 높은 소비자들로 채워졌다. 특히 5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더 크고 비싼 차를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두드러졌다. 첫 차 구매 시기를 어느 정도 구매 능력이 갖춰진 후로 미루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데는 많은 요인이 있지만 취업난과 늦은 결혼, 차량 구매 대상인 20,30대의 스마트 폰 같은 대체재의 소비 심화가 두드러지고 자동차 관심 감소 등이 동시에 작용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최근 30대 자동차 구입 비중이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0대의 신차 구매 비중은 전체의 18.2%였다. 30대의 자동차 구매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 30대가 사들인 승용차는 14만4360대로 작년 상반기(16만2422대)보다 11.1% 급감했다. 그동안 30대는 전체 자동차 구매의 21~23%를 차지하며 40대와 함께 자동차 구입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30대를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생애 처음으로 차량을 구입하는 시기로 판단해왔다.

비싼 차 선호... 소비자 연령 높인 가장 큰 요인?

생애 첫 차로 수입차를 선택하는 비율이 전체 수입차 판매 비율과 비슷하다.


실제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신차 구매자들이 구입한 차는 준중형 이하의 작은 차가 70%에 달했다. 하지만 이것이 2017년 기준 46%로 감소했다. 또 수입차의 비중도 시장 전체와 큰 차이 없는 14%까지 올랐다. 한국 소비자들의 큰 차, 비싼 차 사랑이 유별난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소형·준중형차의 비율은 줄고 수입차의 비율은 증가했다. (※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 컨슈머인사이트 제공)


차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과시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여전한 셈이다. 작은 차를 타느니 능력을 키워 비싸고 좋은 차를 타겠다는 심리가 더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생애 첫차 구매 평균 연령을 살펴본 결과 2012년 33세에서 2017년 36세로 증가했다. 능력이 될 때 좋은 차를 사겠다는 의미다.

차량의 구입 가격 역시 2014년 기준 2280만 원에서 2017년 2801만 원으로 600만 원가량 올랐다. 이는 신규 구입자들이 원하는 차량의 수준이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


못 사는 것보다는 안사는 것...큰 차, 비싼 차 아니면 공유해서 탄다

이런 변화를 가까이서 살펴보기 위해 실제 소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소재  중견기업에서 입사 5년차인 박모(34세·남)씨는 “차량을 구매하면 우선 목돈이 부담 될 뿐만 아니라 차를 유지하며 보험료와 소모품 교체 비용이 부담 된다”며 “기름 값도 많이 비싸 차가 필요할 때면 카 쉐어링을 이용해 퇴근과 업무상 외근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력을 이유로 차를 못 사는 것이 아닌 안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도로가 복잡한 시간대에는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차가 필요할 때에는 카 쉐어링을 잘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복잡한 서울 시내에서 카 쉐어링을 이용하면 주차 고민까지도 해결돼 차량을 구매할 이유는 더욱 사라진다.

실제로 A카드사의 카 쉐어링을 사용한 연령대 별 점유율을 분석해본 결과 80%이상이 30대 미만의 고객이었다.

차량 공유 시스템의 대표 주자 우버. 시장 가치가 현대차의 2배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뚜렷한 추세인 고령화와 젊은 층의 소비 감소를 보여준다. 양극화의 폐단이다. 이는 10년 전 일본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이에 쏘카 출신으로 공유경제 전문가인 최세원 SK엔카 직영 마케팅 팀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유보다는 공유를 택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으며, 그 첫 사례는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차량 공유 업체의 1위를 달리는 우버의 시가 총액이 현대 자동차의 두 배에 달한다는 것은 차량 공유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차량을 소유하고 그것을 과시하는 문화를 가진 국내 소비자의 특성상 대한민국에서 차량 공유 문화는 어떻게 확산이 될지 궁금해진다. 이와 반대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고급차, 큰 차의 소비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제조사는 시장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전략이 필요할 때다.

박성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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