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신세 자연흡기 엔진,슈퍼카도 다운사이징 터보 채용
공룡신세 자연흡기 엔진,슈퍼카도 다운사이징 터보 채용
  • 박성민 에디터
  • 승인 2017.12.12 08:31
  • 조회수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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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자동차 업계의 핫 키워드를 꼽자면 디젤 엔진과 다운사이징이다. 모두 환경 규제와 관련이 있다. 그만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 환경규제에 걸맞는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미 디젤 엔진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가솔린의 경우 배기량을 대폭 줄인 다운사이징 된 터보엔진은 환경규제에 살아 남을 대안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운사이징은 저배기량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해 배기량에 비해 높은 파워를 내는 엔진을 말한다. 이는 비교적 준수한 연비 뿐더러 CO2 배출량이 적다. 상대적으로 친환경이다. 한국에서는 낮은 배기량으로 자동차 관련 세금을 적게 낸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분류는  정부나 관련 단체에서 아직도 배기량으로 차급을 구분한다. 과거에는 1.5L 엔진이라면 소형차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고정관념은 서서히 깨지고 있다. 1.5 터보 엔진을 단 중형차가 나오는가 하면 2.0 터보 엔진을 장착한 대형차가 등장하기도 했다.배기량 1.5L가솔린 엔진에 터보차저를 달아 2.0L급 이상의 출력을 발휘하는 식이다. 배기량이 줄어들며 출력이 낮아지는 것을 우려했지만 터보엔진 덕분에 출력은 더 높게 유지됐다. 국산차로는 르노삼성의 TCE 엔진을 시작으로 다운사이징이 시작됐다. 최근 제네시스의 G80 역시 2.0L 엔진을 달고 나왔다. 페라리나 포르쉐 등 스포츠카 회사도 다운사이징 터보로 연료 소모 및 배출가스 저감에 동참하고 있다. 그야말로 모든 자동차 회사가 다운사이징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슈퍼카 업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500마력이 넘는 대다수 슈퍼카는 터보엔진으로 바뀌면서 자연흡기 엔진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은 자연흡기 엔진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아쉬워한다. 자연흡기 엔진은 터보엔진과 어떤 차이를 보일까? 또 환경 규제에 민감한 슈퍼카도 살펴봤다.


잊혀져가는 자연흡기의 매력



자연흡기 엔진을 사랑하는 팬층을 만들어 낼 매력은 무엇일까? 자연흡기 엔진의 원리는 달리면서 흡입되는 공기를 빨아들여 연료와 함께 분사한 뒤 남은 공기는 배기라인을 통해 빠져나오는 방식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방식에는 어떠한 매력이 숨어있을까? 이는 터보 엔진과 비교를 해보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터보엔진이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인 터보랙은 급가속을 해도 증가되는 배기압이 흡기 배기라인을 돌릴 때까지 지연돼 악셀을 밟았어도 가속이 한 박자 늦게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연흡기를 선호층은 “터보랙은 재밌는 영상을 보는 중 갑자기 광고가 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집중하는 데 무언가 방해하는 느낌은 이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고칠 수 없는 터보 엔진만의 고질병 때문에 자연흡기 엔진을 선호한다. 자연흡기 엔진의 특징은 바로 즉각적인 응답성이다.




환경 규제는 슈퍼카도 변하게 했다.



다운사이징 추세는 대중적인 차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하이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스포츠카 제조사도 이를 피해갈 수 없게 돼버렸다.

포르쉐가 지난해 공개한 신형 카이맨에는 2.0ℓ(1988㏄)와 2.5ℓ(2497㏄) 4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다운사이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전 카이맨에 장착한 엔진 중 가장 배기량이 적었던 기종이 2.7L 6기통 엔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다운사이징이다. 신형 카이맨 S의 경우 기본사양인 포르쉐 더블 클러치(PDK)와 옵션사양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Sport Chrono Package)를 장착하면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4.2초에 최고 285㎞/h의 속도를 자랑한다. 기존 6기통 엔진을 능가하는 성능이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페라리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국내에 지난 2월 출시한 GTC4 루쏘T가 그 주인공이다. 12기통에 6000㏄가 넘던 엔진을 8기통 3855㏄로 다운사이징했다. 대신 출력은 최고 610마력에 최고 시속 320㎞, 제로백 3.5초 등 ‘고성능 DNA’는 그대로 유지했다.

BMW,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역시 2.5~3.0ℓ 6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2.0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대체한지 오래다. 4.0L급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3.0 터보 엔진으로 대체했다.

업계 관계자는 "점차 강화하는 배출가스 규제에 발맞춰 속도에만 치중하던 스포츠카 업계도 다운사이징 엔진을 속속 채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통적인 자연흡기 방식 엔진은 공룡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민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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