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기차(2)...글로벌 회복은 중국에 달렸다
위기의 현기차(2)...글로벌 회복은 중국에 달렸다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2.17 08:00
  • 조회수 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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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현대기아차는 분기점을 맞이하는 해다. 2000년 현대그룹에서 현대차그룹으로 분리한 이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단독 리더십 아래 승승장구했다. 20년 만에 판매대수로 일약 ‘글로벌 톱5’에 올라섰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모두가 큰 위기를 겪었던 2008년 금융위기에도 현대기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원화 약세에 힘입어 오히려 수출증대로 가볍게 극복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다르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8.4% 낮춘 755만대로 잡았다.구체적으로 현대차 467만5000대, 기아차 287만5000대다. 이는 2013년(741만대) 이후 최저치로 사실상 5년 전으로 후퇴한 셈이다.

현대기아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北京现代)와 둥펑위에다기아(东风悦达起亚)의 올해 상황을 분석해봤다.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축소해 잡은 원년이다. 어찌 보면 20년 만에 첫 위기를 만난 셈이다.

지난해 판매실적인 730만대보다 3% 증가한 목표치지만 실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판매 회복의 키는 중국이 관건이다. 지난해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전년 대비 약 30% 판매가 감소한 중국 판매량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데는 2,3년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드 여파보다 더 큰 고민은 현대기아 모델 라인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급격히 SUV로 재편된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는 SUV 모델이 가장 적은 업체로 꼽힌다. 아울퍼 중국에서 판매가 급속히 증가하는 10년 동안 브랜드나 품질은 여전히 대중차에 머물렀다. 그 결과 글로벌 경쟁 브랜드가 아닌 중국 토종 브랜드에 시장을 뺏겼다는 게 뼈아픈 점이다. 중국 유력 자동차 매거진인 ‘치처즐지아(汽车之家) 는 “현대기아차는 중국 토종 브랜드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고, 디자인은 독일차를 베끼는 수준으로 혁신이 없다. 브랜드 가치 마저 독일이나 일본차에 비해 뒤진 게 판매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사드 보다는 근본적인 상품성 부족이 현대기아가 지난해 중국에서 힘든 날을 보낸 원인이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급증한 SUV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우세를 보이지 못했다는 게 결정적”이라고 꼬집었다. 이럴 경우 할인 판매 같은 근시안적 처방으로는 회복이 어렵고 2,3년 이상 더딜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기아는 중국에서 극적으로 반전을 일궈낼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는 2002년 합작을 시작으로 중국 자동차시장에 진출했다. 합작 파트너사인 베이징자동차그룹(北京汽车集团)과 MOU를 체결하고, 베이징현대를 설립하였다. 진출한 지 8년도 채 안된 시점에 이미 중국 자동차 점유율 3위로 급부상하며 중국 자동차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였다. 기아자동차 역시 2002년 동펑그룹(东风集团), 위에다그룹(悦达集团)과 합작하여 동펑위에다기아를 설립한 이래 베이징현대 뒤를 이어 10위를 차지하며 한국 자동차의 위상을 높였다. 2015년에는 현대·기아는 13년 만에 중국 진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가운데 가장 빨리 '1000만대 누적 판매'를 돌파하였다. 말 그대로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2013-2017 중국 현대,기아 판매량


하지만 2017년 한중 양국 간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싸드) 갈등이 고조되며 2017년 3월 이후 판매가 급격히 추락했다. 현대차의 2017년 판매량은 2016년 대비 31.3% 하락한 78만5000대, 기아차는 44.6% 하락한 36만6대로 집계됐다.

2017년 하반기 한중간 싸드 관계가 점차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예전 실적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8년도 1월 현대차는 3만5126대를, 기아차는 2만5986대를 판대했다. 전년 동기 각각 7만6514대, 3만80대를 판매한 것과 크게 비교되는 수치다. 싸드 갈등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현대와 기아가 다시 예전의 명성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현대·기아차량의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단순히 싸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중국에서 사실상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충격적인 분석은 지난해 중국에서 현대·기아가 까먹은 판매량의 반사이익을 일본 브랜드가 가져갔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닛산은 18%, 혼다 15%, 도요타 14%씩  판매가 상승했다.  현대기아차가 기존에 중국에서 강세를 보이던 소형차(A세그먼트)는 일본 브랜드가, 준중형 B세그먼트는 쉐보레 같은 미국 브랜드, SUV 는 중국 본토 브랜드가 차지했다는 게 중국 자동차 시장 전문가의 분석이다.

현대기아는 불과 2,3년 전까지 중국에서 성장 신화를 일궈냈다. 저렴한 가격에 합작브랜드의 이점을 살려 중국 토종 업체가 걸음마 단계일 때 극찬을 받았다. 현재는 독일•,미국•일본 브랜드에 뒤진 데다 심지어 중국 브랜드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가격은 일본 브랜드와 비슷한데 브랜드 파워에서 떨어지는 현대기아를 더 이상 중국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지적은 눈 여겨볼 포인트다.

그렇다면 현대기아가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중국에서 살아남으려면 포지셔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럭셔리 이미지를 강조하는 해외 고급 브랜드처럼 고가 정책을 유지하거나 아예 가격을 떨어뜨려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과거에 가성비 좋은 차량에 주력하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았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중국 브랜드들이 장악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 현지 업체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중국 자동차 시장 수요에 맞춘 모델로 승부수를 두어야한다. 험한 지형이 많은 중국 대륙의 특성, 크고 화려한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SUV 차량(Sport Utility Vehicle)이 인기이다.



실제로 2017년 중국에서 SUV는 총 2440만여 대가 팔렸다. 그중 많이 팔린 SUV 차량 TOP 10 모델들을 살펴보면 2위 바오쥔510(SGMW), 7위 앙커웨이(BUICK), 9위 치쥔(NISSAN)을 제외한 7개의 모델은 모두 중국 본토 브랜드다. 10개의 모델 중에 현대·기아자동차는 하나도 없다. 이는 현대기아가 중국 토종 브랜드에도 밀리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중국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는 현대·기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SUV 시장 공략을 꾀하면서 재 도약을 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현대는 투싼보다 차체가 작고 가격도 저렴한 'ix35’를 출시하며 중국 현지 업체와 경쟁해도 승산이 있다고 기대한다. 기아 역시 소형 SUV ‘K2 Cross’를 2017년 하반기 출시했다. 쏘렌토 중국 모델인 ‘KX7’과 함께 중국 SUV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베이징현대 ix35


동펑위에다기아 KX Cross


하지만 중국인의 반응이 좋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중국에서는 이미 현대·기아가 독일, 일본 다음의 저가 브랜드로 인식된다. 결과적으로 중국 토종 브랜드와 경쟁하는 상태다.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기아는 가성비로 중국 현지브랜드를 압도하든, 일본차와 비슷한 준고급 브랜드 이미지로 자리매김해야 중국 소비자들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점이다. 현대와 기아는 국내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자 한국 2위의 재벌 기업이다. 하지만 전기차 같은 미래차 신기술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노사문제, 상품 경쟁력과 라인업 등 숱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한국 내수가 아닌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대·기아만의 색깔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중국 시장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강혜지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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