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가 최고' 미친 소비자 때문에..'뻥연비’와의 전쟁
'연비가 최고' 미친 소비자 때문에..'뻥연비’와의 전쟁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7.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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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 모빌리스타 칼럼니스트 carguy@globalmsk.com

한 시장조사 전문 업체는 해마다 10만 명의 자동차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동차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연비라고 한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아무리 고급차를 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기름값과 유지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연비 하면 항상 따라오는 논란은 ‘뻥연비’다. 표시(공인)연비 표기가 과장됐다는 뜻이다.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뻥연비’라는 입에 착 달라붙는 자극적인 단어가 더욱 주목 받는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를 시작으로 미쓰비시와 스즈키의 연비 조작 스캔들까지 터지 면서 뻥연비가 다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소비자는 왜 실제 연비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느 낄까?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 측정의 어떤 부분 때문에 조작 유혹을 받을까?

체감(실제) 연비와 표시연비의 차이는 측정 조건에서 비롯된다. 다양한 조건의 도로를 달리며 겪 는 체감 연비와 달리 표시연비는 실험실 안의 정해진 조건에서 측정한다. 물론 실제 연비도 운전자 가 누구인지, 차에 몇 명이 탔는지, 짐은 얼마나 실었고 외부 온도는 어떤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사 람들은 자기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연비가 더 정확하다고 믿는다. 표시연비가 그보다 좋을 경우 잔 뜩 흥분해 뻥연비라 목청 높인다. “실제 연비가 이렇게 좋지 않은 줄 알았다면 이 차를 고르지 않았 을 것”이라는 얘기도 꼭 덧붙인다.

가장 객관적인 연비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표시연비의 특성상 앞서 언급한 특정 조건을 일일이 고려할 수는 없다. 세계 각국 정부는 카본 밸런스(Carbon-Balance) 법에 의한 표시연비 제도를 운영 한다. 모든 시험에 습도와 온도 등 외부조건을 동일하게 설정하고 똑같은 주행 프로그램으로 테스트 한다. 주행 프로그램의 경우 다양한 실제 주행 상황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설계한다. 연비 실험은 자 동차용 러닝머신이라 할 수 있는 섀시 다이나모에서 진행한다. 배기구에는 배출가스를 분석할 수 있 는 장치를 연결한다. 우리나라에 팔리는 차는 모두 같은 조건에서 테스트를 받는다. 표시연비는 가 장 객관적이고 믿을만한 수치라는 뜻이다.

카본 밸런스법에 의한 표시연비는 실험실에서 배출가스를 분석해 측정된다.


정부공인 표준연비 측정법의 강화


논란은 표시연비를 측정하기 위한 주행 프로그램이 얼마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지에서 비롯된다. 연비가 자동차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각 업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표시연비를 높 일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짜낸다. 정부 기관도 이를 잘 안다. 체감 연비와 표시연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연비 측정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는 고속도로 주행을 포함, 다섯 가지 실제 주행여건을 고려해 만든 5사이클 모드를 쓴다. 2011년까지는 1975년 미국 LA의 시가지 주행 조건을 모델로 만들어진 FTP-75(CVS-75) 모드를 써왔다. 전체 테스트 거리 17.85km에 최고속도 시속 91.2km, 평균 주행속도 시속 34.1km에 불과해 체감 연비보다 20%이상 좋게 나온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2년부터 쓰인 새로운 연비 측정법은 주 행 프로그램으로 5사이클 모드를 쓴다. 실제 조건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실험차의 마일리 카본 밸런스법에 의한 표시연비는 실험실에서 배출가스를 분석해 측정된다. 120 100 80 60 40 차량속도(km/h) 시험 시간(sec) 20 0 250 500 750 1000 1250 1500 1750 2000 2250 2500 120 100 80 60 40 차량속도(km/h) 시험 시간(sec) 20 0 100 200 300 400 500 600 700 저온시동시험 초기단계 저온시동시험 안정단계 Soaking Time (600s) 고온시동시험 120 초기단계 100 80 60 40 차량속도(km/h) 시험 시간(sec) 20 0 250 500 750 1000 1250 1500 1750 2000 2250 2500 120 100 80 60 40 차량속도(km/h) 시험 시간(sec) 20 0 100 200 300 400 500 600 700 저온시동시험 초기단계 저온시동시험 안정단계 Soaking Time (600s) 고온시동시험 초기단계 표준연비 측정시험의 FTP-75 모드 표준연비 측정시험의 HWFET 모드 MECHANISM FUEL EFFICIENCY 36-37 연비를 높이는 아주 간단한 경제 운전법 (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수송에너지) 0 1 연료주유 는 아침일찍 새벽 무렵은 연료의 팽창이 가장 적은 때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아침 일찍 주유하는 게 1L에 몇 원 싼 주유소 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표시연비 측정에 쓰이는 섀시 다이나모. 롤러의 구름저항을 조절해 실제 도로 상황을 재현한다.



비나 눈이 내려 습도가 높은 날은 주유를 피한다. 연료탱크 안에 물방울 이 맺힐 수 있기 때문이다. 1회 주유량은 연료탱크의 3분의 2정도가 적당하다. 연료를 가득 채우면 그 무게 만큼 연료소모량이 증가한다. 0 2 자동차의 관성 주행 최대한 이용 일반적으로 엔진 회전수가 1500rpm이상일 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연료분사가 정지된다. 이를 ‘퓨얼 컷 오프’(Fuel Cut Off) 구역이라 한다. 정지선을 앞에 두고 적당한 거리에서 가속페달을 더 이상 밟지 않으면 공짜로 운행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공회전 수준으로 rpm이 떨어지면 연료분사가 다시 시작된다. 공회전 방지 기능이 있는 차는 정차 시에도 연료를 아낄 수 있다. 0 3 급 출 발 급 제 동 은 금 물 정지한 물체를 순간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천천히 움직일 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100m 앞의 신호대기에 멈춘다고 가정해 보면 급출발을 한 경우보다 부드럽게 출발시켜 목표 지점에 도달한 쪽의 연료소모가 훨씬 적다. 전력 질주보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달릴 때 같은 거리를 달리더라도 체 력 소모가 적은 이치와 같다. 0 4 가 능 하 면 정 속 주 행 자동차가 달릴 때 받는 공기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진다. 이에 상대적으로 연료소모도 증가하므로 과속을 피하고 정속으로 주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서울-대전 구간 130km를 시속 80km와 시속 100km 로 왕복 주행 했을 때의 결과를 보자. 소형차(1500cc)는 14% 증가한 998cc, 중형차(2000cc)는 18% 늘어 난 1407cc, 대형차(2500cc)는 12% 증가한 1317cc의 연료를 더 소모했다. 지를 3000km 이상으로 설정했다. 연비 등급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1등 급이 이전 1L에 15km 이상에서 복합연비 기준 16km 이상으로 강화됐다.



5사이클 모드는 FTP-75 모드 외에 고속도로주행 모드인 HWFET와 최고속 및 급가속(US06) 모드, 에어컨 가동(SC03) 모드, 외부저온조건 도심주행(Cold-FTP) 모드를 추가했다. HWFET 모드는 전체 테스트 거리 16.4km, 평균 주행속도가 시속 78.2km다. Cold-FTP 모드는 영하 7도에 서의 도심주행 환경을 테스트한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SC03 모드도 추 가했기 때문에 에어컨 작동 유무로 배출가스의 양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 려던 꼼수도 쓸 수 없다.

다섯 가지 상황을 복합적으로 측정하는 5사이클 모드에서의 연비는 FTP-75에서 측정한 연비보다 평균 20%정도 낮아졌다. 체감 연비에 더 욱 근접한 셈이다. 2013년부터 우리나라에 팔리는 모든 차에는 5사이클 모드로 측정한 연비를 적용 한다. 연비 측정 방법이 개선됨에 따라 모든 차에 붙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에도 도심·고속도 로·복합연비를 각각 표기한다. 복합연비는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주행 연비에 각각 55%와 45%의 가 중치를 적용해 산출한다.


다시 한 번 강화된 신연비 측정법


2014년 11월 20일, ‘자동차연비 공동고시 제정’을 통해 정부는 다시 한 번 연비 측정 방법을 개선했다. 산업부·국토부·환경부 별로 서로 다른 연비 정보를 하나로 통일해 3개 부처에 동일한 제원값을 신고하도록 했다. 실험차의 길들이기 절차(주행거리)에 관한 규정도 신설했다. 이전 3000km 이상 이던 실험차의 사전 주행거리가 6500km(±1000km)로 늘었다. 연비 테스트를 위해 섀시 다이나모 에 저항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주행저항시험방법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고 주행저항값을 사후관리 할 수 있는 규정도 만들었다.

연료와 관련된 계산식도 수정했다. 휘발유·경유·LPG 등 연료에 따른 탄소 함량 밀도값을 실제와 더 비슷하게 개선했다. 휘발유의 경우 이전에는 고정값을 썼다. 새로운 연비 측정법에서는 성분 분석 을 통해 산출한 탄소 함량과 연료 밀도, 발열량을 쓴다. 실제 성분 분석을 통한 값을 쓰기 때문에 체 감 연비와의 차이가 더욱 줄어든다. 경유와 LPG의 경우 연료에 따른 고정값을 바꿨기 때문에 연비가 약 3%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2017년 9월 이후부터는 경유차에 대해 실제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를 측정할 예정이다.

공동고시를 통해 다시 한 번 강화된 신연비 측정법은 연비 측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각의 요 소를 집중 관리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부처별로 다르던 관리 규정이 통일되고 명확해졌다. 공차중량, 주행저항값 등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보다 철저히 관리한다. 강화된 신연비는 2015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된다. 2017년 5월 20일부터는 우리나라에 판매하는 모든 차에 신연비로 측정한 값 을 써야 한다.

수 차례에 걸친 연비 측정법 개선으로 우리나라 연비는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축에 속하게 됐 다. 체감 연비와 가장 근접해졌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감 연비와 표시연비 사이에 논 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내 차의 연비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운전습관부터 돌아보자. ‘한국에너 지공단’에서 추천하는 아주 간단한 몇 가지 운전법은 연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표시연비와 체감연비 사이의 '뻥연비'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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