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판매 급증에 우려도 증폭 - 한국 자동차 시장 디젤차 광풍
디젤차 판매 급증에 우려도 증폭 - 한국 자동차 시장 디젤차 광풍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08.02 18:23
  • 조회수 2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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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량의 70% 차지 … 세수 부족에 미세먼지 오염 가중 부작용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열풍을 넘어서 지나치게 디젤 승용차가 많이 팔리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디젤차 광풍은 수입차가 주도한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에서 디젤 비중이 60%를 넘은 데 이어 올해(1∼2월)는 70%에 달했다. 국산 승용차도 디젤 열풍은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내수 시장에서 디젤차 판매가 가솔린차를 추월했다.

디젤이 67만2000대, 가솔린이 65만6000대였다. 디젤차 인기는 캠핑을 비롯한 레저붐이 불면서 디젤 SUV가 주도했다. 지난해 국산 SUV는 29만3506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14%나 증가했다. SUV는 디젤 모델이 99%다. 올해도 인기는 여전하다. 1월 국산 SUV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한 2만5972대나 팔렸다. 전문가들은 디젤차 판매가 오버슈팅(과도한 쏠림) 하게 되면 세수 부족부터 환경문제까지 부작용이 잇따를 것으로 분석한다.







올해 1,2월 수입차 판매(2만8701대)에서 디젤차는 2만30대가 팔려 비중이 70%에 달했다. 디젤만큼 연비가 좋다는 하이브리드차는 663대로 2.3% 점유에 그쳤다. 디젤차가 인기인 유럽에서도 전체 신차 판매에서 디젤 승용차 점유율은 50∼60%에 정도다.

유럽에서 팔리는 디젤 승용차는 소형차와 준중형차가 주도한다. 경차나 소형차 중에서도 아주 작은 차는 가솔린이 대부분이다. 작은 차에 디젤 엔진을 얹게 되면 소음과 진동이 심해져서다.

수입차를 필두로 한국의 디젤 승용차 시장은 유럽 다음가는 세계 두 번째로 커졌다. 미국은 연간 1700만대 신차 시장 가운데 디젤 승용차 비중은 1%도 채 안 된다. 중국도 대형 SUV 이외에 디젤 승용차 판매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이나 호주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만 디젤 광풍이 거세게 분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지나친 디젤차 쏠림으로 분석한다. 디젤차가 ‘오버슈팅’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세수 부족 현상이다. 현재 가솔린(보통) 1L에 붙는 세금은 910원 정도다. 경유는 676원으로 가솔린보다 25% 정도 저렴하다. 국가 세수 가운데 기름 관련 비중은 15%로 꽤 큰 편이다. 휘발유차 가운데 10%만 경유차로 바뀌어도 세수는 대략 5200억원 감소한다.

환경 이슈도 등장할 전망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공포에 이어 디젤차에서 쏟아내는 미세먼지(분진 등)도 걱정거리다. 요즘 디젤 엔진이 분진을 거의 걸러내는 친환경이라고 해도 이는 ‘관리’를 잘할 경우에만 해당된다. 분진을 걸러내는 필터가 수명이 다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친환경 디젤차라고 해도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특히 주행거리가 많거나 5년 이상 된 디젤차는 아무래도 분진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디젤 열풍 재미는 독일차 독차지

디젤 인기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국산차가 아닌 독일차다. 수입차 시장은 최근 2년 간 독일차 군단의 대약진이었다. 가장 많은 디젤 모델을 보유한 때문이다. 2011년 35%에 불과했던 수입차 디젤 판매 비중은 2012년 51%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전체 판매 차량(15만6497대)의 62%로 치솟았다. 대표적으로 디젤차가 강세라는 유럽보다 더 쏠림이 심하다. 2004년까지 한국에서는 디젤 승용차 판매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다. 디젤은 시끄러운데다 매연을 내뿜는 공해 차량이라는 인식에서다.

2005년 디젤 승용차 판매가 허용되면서 디젤은 진동과 소음이 줄어든데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차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2000년대 중반 고유가 파동을 겪은 이후 소비자들에게 디젤차는 가솔린보다 연비가 40% 이상 좋은 ‘연비 좋은 차’라는 인식으로 각인됐다.

지난해 전체 수입차 판매(13만858대) 가운데 BMW·폴크스바겐·메르세데스 벤츠·아우디로 대표되는 독일 브랜드가 수입차 22개 브랜드 가운데 1∼4위를 휩쓸었다. 이들 4개 브랜드는 10만5580대를 팔아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점유율도 전년 대비 4%포인트 높아져 68%에 달했다.

더구나 올해 1·2월은 독일차 비중이 더 심화돼 전체 수입차 가운데 74%로 치솟았다. 수입차 1위인 BMW의 경우 디젤 판매 비중은 80%가 넘는다. 지난해 가장 큰 폭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한 폴크스바겐의 디젤차 비중은 95%에 달한다. 가솔린 모델은 파사트·페이톤 일부로 극소량이다. 이런 디젤 ‘몰빵’효과로 지난해 2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디젤 모델이 없는 일본차는 속수무책이다. 가솔린이 인기였던 2005∼2008년 4년 동안은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일본 브랜드 가운데 인피니티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디젤 모델이 전무하다. 수입차 10대 가운데 디젤이 7대인데 주력 상품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일본차는 특히 지난해 죽을 쒔다. 2만2042대를 팔아 전체 수입차 판매 비중이 14%에 그쳤다. 올해(1∼2월) 일본차는 더 쪼그라들었다. 3035대를 팔아 11% 점유율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줄었다. 마찬가지로 미국차도 크라이슬러·지프 브랜드 이외에는 별다른 디젤 모델을 내놓지 못해 판매는 신통치 않다.

현대차·일본차 속수무책으로 당해

익명을 요구한 일본차 업체 상품 담당자는 “디젤은 가솔린 차보다 200만원 이상 비싼데 소비자들은 연비가 30% 정도 좋다는 말에 초기 구입비용을 망각하고 디젤로 넘어간다”며 “가솔린 연비 기술이 놀랍게 발전한데다 디젤차와 연비가 비슷한 가솔린 하이브리드 가격이 점점 내려가 2,3년 내 수입차에서 디젤 비중은 5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젤 모델이 대부분인 볼보의 부진은 의외다. 디젤 대세론에 따라 지난해 90% 이상 디젤로 교체했지만 판매는 전년 대비 겨우 10.9% 증가한 1980대에 그쳤다. 이는 수입차 전체 판매증가율(19.6%)에도 못 미친 수치다. 독일 디젤차에 밀린 셈이다.

국산차 역시 SUV 이외에 디젤 세단·해치백은 죽을 쒔다. 현대차가 2012년 수입 디젤차로 향하는 젊은층의 발길을 잡기 위해 내놓은 프리미엄 라인인‘PY L(Premium Younique Lifestyle)’의 i30·i40 디젤 판매 부진은 심각하다. 지난해 각각 30% 이상 판매가 줄었다. 월간 판매에서도 두 차종을 합친 숫자가 월 평균 1000대를 파는 폴크스바겐 골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지난해부터 수입차 베스트 셀링 모델은 단연 ‘BMW 520d’다. 지난해 8346대를 팔아 압도적인 1위였다. 가격이 6200만원인이 모델은 8단 자동변속기에 2.0L 디젤 엔진을 달고 무려 16.4㎞/L의 놀라운 연비를 뽐낸다. 차체가 큰 데다 중형차 가운데 연비가 으뜸이라 잘 팔린다.

동급 국산차에선 현대 그랜저 HG 3.0 익스클루시브(가격 3422만원)가 인기 모델이다. 520d보다 출력이 좋고 편의장치도 호화롭다. 이 차는 3.0L 가솔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달고 연비가 10.4㎞/L 나온다. 재미난 점은 그랜저를 사려던 고객이 ‘연비가 50% 이상 좋다’는 경제성에 끌려 2700만원 이상 비싼 520d로 변심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물론 BMW라는 브랜드도 변심의 주요 이유일 것이다.

주판을 튕겨보자. 연간 2만㎞를 뛴다면 어림잡아 그랜저의 연료비는 386만원, 520d는 221만원이 들어간다(서울 휘발유 가격 2011원, 디젤 1817원 기준). 연간 연료비 차이는 165만원이다. 기름값으로 본전을 뽑으려면 17년 이상 타야 한다. BMW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점을 감안해도 경제성 때문에 520d를 산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연비(燃費)의 뜻은 ‘주행거리당 소비하는 연료의 양’이다. 고연비(高燃費)는 연료 소비가 높다는 뜻으로 연비(燃比)가 나쁜 걸 말한다. 연료비를 아끼려다 이렇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게 오버슈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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