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디젤 조작 원흉 VW, 한국 소비자에게 한 푼도 못 주는 이유
[단독]디젤 조작 원흉 VW, 한국 소비자에게 한 푼도 못 주는 이유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10.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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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막장 드라마


미국 소비자 1100만원 보상, 한국은 한 푼도 못 준다?


해결책은 검찰의 강력한 수사 결과뿐


김태진 기자 carguy@globalmsk.com



한스 디터 푀츄 폴크스바겐그룹 이사회 의장과 마티아스 뮐러 CEO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디젤이다. 디젤차는 기름값이 적게 들고 연비가 좋아 2010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 브랜드의 전방위 마케팅으로 ‘친환경’에 ‘합리적 소비’ 인식까지 생겼다. 많은 사람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디젤차를 샀다. 기름값을 줄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 스캔들이 터지지 않았다면 디젤 광풍은 계속됐다. 올해 들어 디젤은 추풍낙엽 신세다.

지난 9월 수입차 판매에서 디젤 비중은 기존 70%에서 50%까지 떨어졌다. 9월 디젤 판매대수는 8894대로 전년 동월(1만3826대)에 비해 36% 감소했다. 대신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3%에서 9%까지 올라왔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일단락됐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과 147억 달러(약 17조 원)에 달하는 배상금과 벌금에 최종 합의했다. 대상 차종은 배출가스를 조작한 디젤 승용차 47만5000대다. 그 결과 미국 소비자는 인증 취소된 해당 차량을 반납하고 1인당 최고 1만 달러(약 1150만원)까지 보상을 받는다. 공교롭게 디젤차의 본거지인 유럽 이외에 미국 다음으로 피해자가 많은 한국의 소비자는 단 한 푼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미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AVK)는 “한국에서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 없다”고 여러 번 잘라 말했다. 왜 그럴까.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의 이면과 앞으로 진행될 사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지난 8월 인증취소된 폴크스바겐의 베스트셀링 모델 골프 디젤


미국에 이어 지난 8월 초 우리나라 환경부가 이미 판매된 폴크스바겐〮아우디 32개 차종 80개 모델(약 8만3000대)의 인증을 무더기 취소했다. 이번에는 위조서류로 불법인증을 받은 게 드러나서다. 디젤 배출가스를 조작한 유로5 차량은 이미 올해 초 11만대를 인증 취소한 바 있다. 이후 폴크스바겐 딜러는 개점휴업이고 해당 차종을 구입한 소비자는 걱정 반, 분노 반 상태다. 한국 정부가 미국보다 더 세게 나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 정부의 조치는 강한게 아니라 오히려 지나치게 독일을 의식했다고 보인다. 미국 정부는 47만여대 인증 취소뿐 아니라 차량 교환까지 명령한 상태다. 미국 소비자는 최대 1만달러(한화 1150만원)를 보상받는다. 차량을 반납하면 폴크스바겐이 되사주는 형태다. 기존 중고차 잔존 가치에다 이 금액을 더해 배상해준다.

앞서 폴크스바겐 사태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밝혀냈다. 폴크스바겐이 미국서 디젤 승용차의 배기가스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한국에서도 불법 소프트웨어로 인증을 받은 차를 판매했다. 자가인증 제도에 따라 독일 폴크스바겐 본사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인증받은 서류를 근거로 인증을 내줬다. 문제는 디젤 사태가 터진 이후 AVK의 태도다. “본사에서 한 일이라 한국지사는 본사의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어떤 답변도 할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소비자의 불만과 개선 의견도 철저히 무시했다. 한국에 파견된 독일인 경영진은 아예 한국 직원들을 떼어 놓고 회의를 하거나 금전적 부정을 저지르는 부도덕한 직원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마티아스 뮐러 CEO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8월 퇴직한 AVK 한 간부는 “폴크스바겐 조작 사태보다 AVK 경영진의 대응 수준이 상식 이하였다. 한국인 직원 불신부터 한국 소비자는 ‘생떼를 써 보상금을 받아내려는 식’으로 이해하곤 했다. 불을 끄려는게 아니라 석유를 붓고 그것도 모자라 더 잘 타라고 산소까지 공급하는 식이었다”고 말한다.

서류조작을 통해 인증을 받았다면 해당 차에 대한 인증 취소는 당연한 결과다. 앞으로 검찰 조사결과가 남아 있다. 검찰 조사는 조작과 비리에 대한 경영진 기소가 필연이다. AVK 경영진에 대해서 위법 여부를 가려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소비자들이 배상을 받을 길이 조금이라도 열린다. 검찰의 기소 와 함께 이들의 유죄가 확정된다면 내년에는 국내 폴크스바겐 소유주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말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 사건이라고 봐야 한다. 이제 겨우 1막 이 끝났다고 할까.”

AVK가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마디로 꼼수의 향연이다. AVK는 지난해 연말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법무인증 업무를 담당하던 임원을 갑자기 승진 발령했다. 아우디, 폴크스바겐 두 브랜드 공통 법무팀을 총괄하던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차량 인증담당 부장도 이사로 승진시켰다. 이외에 대부분 직원의 직급을 한 단계씩 올렸다. 대리는 과장, 과장은 차장, 차장은 부장으로 발령했다. 본사직위는 올라가지 않고 명함에 찍힌 타이틀이 바뀌는 형태다. 검찰 조사와 민사소송 등을 위한 꼼수 승진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사의 한 간부는 “본사 직급이나 연봉은 변함없이 명함에 찍는 직급만 바뀐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소송이 줄을 이으면서 인증이나 법무 관련해 외부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임원 직급으로 격상시킨 독일 경영진의 꼼수”라고 지적한다.



지난 8월 인증취소된 폴크스바겐의 중형 세단 파사트 디젤


처음 한국 정부가 독일 눈치를 심하게 봐 과징금 800 억 원에 리콜로 끝내려 했다는 시나리오도 들린다. 문제는 AVK가 계속 발뺌하고 책임을 안 지려다가 여 론이 나빠져 서류조작으로 추가 인증 취소까지 이어 졌다는 시각이다.


“한국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많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관행이라고 할까. 2012년부터 수입차 판매에서 디젤차 비중이 50%를 넘었다. 현재는 70%다. 2005년 디젤 승용차 허가 이후 10년 넘게 배출 가스배출가스 인증을 담당한 환경부와 수입차 업체 인증부서와의 밀월 관계는 도가 넘었다는 지적이 여러 번 나왔다. 지난해 해당 공무원이 수입차 업체의 향응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검찰이 환경부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증 서류조작은 수입차 업계에서는 관행으로 여긴다. 그런 관행을 이번에 문제 삼아 인증 취소를 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수입 차 견제’라는 논리가 나온다. 환경부 공무원과 유착이 아니라면 서류조작은 있을 수 없다. 검찰 조사가 확대되면 양파껍질 까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실이 속속 밝혀질 것이다. 디젤차 인증을 많이 받은 수입차 업체를 우선적으로 보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소비자는 1100만 원 넘게 배 상을 받는데 한국 소비자는 한 푼도 못 받는다는 점 이다.


“제대로 보도한 언론이 거의 없다.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AVK 주장대로 한국 소비자가 배상을 받을 확률은 ‘0’에 가깝다. 미국 소비자가 최대 1만 달러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디젤 승용차 배출가스 규제가 달라서다. 쉽게 말하면 디젤 배출가스 규제는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다. 문제의 시작은 폴크스바겐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미국에서 배출가스 인증을 통과하면서부터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인증을 통과할 수 있느냐는 게 열쇠다. 미국의 디젤 승용차 규제는 현재 폴크스바겐의 기술로 해결하기 어렵다. 규제를 맞추려면 해당 차종을 수리해야 한다. 인기 차종인 골프 2.0 TDI 모델의 경우 수리비만 수백만원 넘게 들어간다. 문제는 수리해도 인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보상금을 주고 해당 차량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회수한 이후 이들 차량을 중고차로 수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 하면 된다).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조작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이유도 사실상 디젤 승용차 규제를 맞추기 어려워서다.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 디젤 승용차는 유럽연합(EU)이 정한 규제를 따른다. ‘유로5, 유로6’ 이런 식으로 부르는 배출가스 규제다. 배출가스 조작으로 국내에서 먼저 인증이 취소된 폴크스바겐〮아우디 차량 11만대는 유로5 기준을 맞추면 된다(2015년 9월부터 인증을 받은 차량은 유로5보다 한 단계 높은 유로6 인증을 받는다). “이 규제치는 자동차의 컴퓨터 격인 ECU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간단히 해결된다”는 게 폴크스바겐 본사와 AVK의 주장이다. AVK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인증 취소 차는 전량 리콜해 ECU 업그레이드만 하면 유로5 규제를 만족 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독일 본사에서 이 테스트를 진행했고 유로5 규제를 모두 만족 시켰다는 공식 데이터를 내놓고 있다.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복잡한 수리가 아니라 10~20분 걸리는 간단한 조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 소비자에게 금전적 배상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단지 그동안의 불편을 감안, 무상 엔진오일 교환권 같은 서비스 쿠폰은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면에는 유럽 소비자의 형평성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 정부와 언론의 압박으로 AVK에서 문제 차량에 대해 배상을 해주면 똑같은 유로5 디젤 배출가스 규제를 적용한 독일 등 유럽 소비자에게도 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한국에서 문제가 된 11만여대가 아니라 유럽에서 판매한 수백만 대가 해당된다. 모두 배상을 하려면 수조원이 아니라 수십조원이 들어갈 수 있다. 폴크스바겐 입장에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인 셈이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 소비자로 확대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 소비자에게 한 푼이라도 쥐여 주면 유럽 소비자의 거센 역풍을 맞는다는 점이다. 폴크스바겐이 한국 소비자를 무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검찰이 AVK에 대한 강력한 수사 결과를 내놔야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이라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일지


2015.09.18          미국 환경보호청(EPA), 아우디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 적발

미국내 2009~15년 생산해 판매한 48만대 리콜 명령

2015.09.25          VW 혐의 인정. 해당차종 미국 판매 전면 중단

2015.09.22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CEO) 공식 사죄 성명

2015.09.23          빈터콘 회장 사임

2015.09.25          폴크스바겐 신임 회장에 마티아스 뮐러(전 포르쉐 CEO) 선임

환경부, 국내 아우디ㆍ폴크스바겐 차량 조사 시작

2015.09.30          미국 EPA, 아우디 폴크스바겐 외 다른 자동차 메이커 디젤차 조사 착수

2015.10.03          국내 폴크스바겐 소비자 28명 손해배상소송

2015.10.06          신임 CEO 뮐러, 향후  디젤 투자 전면 재검토 발표

아우디폴크스바겐, 고객 전원에게 사과문 발송

2016.02.19          검찰,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본사 압수수색

2016.06.01          검찰, 경기도 평택 PDI센터 차종 950여대 압수

2016.07.12          검찰, 판매 정지와 인증 취소 검토

2016.07. 25         폴크스바겐 차량 인증 조작 청문회

2016.08.02         환경부, 폭스바겐 32개 모델  8만3000대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2016.09.21        검찰, 폴크스바겐 독일 본사 배출가스 인증담당 그룹장 S 씨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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