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디젤 모터스포츠서도 퇴출...천연가스 GTL로 대체
잘 나가던 디젤 모터스포츠서도 퇴출...천연가스 GTL로 대체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10.31 17:37
  • 조회수 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우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한 때 모터스포츠에서 금기로 여겨지던 디젤은 어느 순간 모터스포츠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한창 잘나가던 디젤은 디젤 사태로 인해 고꾸라지면서 모터스포츠에서 디젤의 위상도 흔들렸다. 디젤의 장점은 여전해서 모터스포츠는 GTL 디젤 등 새로운 해법을 찾고 있다.

주유소에서 두 종류 기름을 판다. 그중 하나는 다른 기름에 비해 가격이 20% 싸다. 화재 위험도 적고 연비도 20% 정도 높다. 힘도 확실히 좋다. 밟으면 밟는대로 나간다. 바로 디젤이다. 디젤의 장점은 단지 일상생활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쓰이는 곳 어디서든 장점을 드러낸다. 모터스포츠도 그중 하나다.

모터스포츠에서 디젤은 매력이 풍부한 연료다. 디젤은 가솔린과는 주행 특성이 다르다. rpm이 낮은 구간에서 성능이 탁월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드라이빙 스타일도 달라진다. 우선 기어 변속 횟수가 적다. 토크 커브가 일찍부터 치솟기 때문에 코너 탈출구에서 가속이 훨씬 빠르다. 반대로 말하면 훨씬 정교한 가속 페달 조절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가솔린보다 가속 반응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디젤은 연비가 좋기 때문에 레이스 전략을 짜기 훨씬 유리하다. 가솔린 경주차 대비 주행거리가 길어서 같은 양의 연료를 싣고도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이런 디젤의 특성은 24시간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르망 대회 같은 내구레이스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르망에서 디젤 머신은 최근 수 년 동안대세로 통했다. 아우디 디젤 머신의 활약은 대단했다.


디젤의 장점을 활용해 레이스에서 성과를 거둔 업체는 아우디다. 르망 24시 대회 우승을 목표로 삼은 아우디는 내구레이스에서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면서도 피트 스톱 횟수를 줄이는 것이 승리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2006년 처음 등장한 아우디 R10은 르망 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디젤 머신이었다.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101kg·m 힘을 내는 5.5L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이 머신의 심장으로 쓰였다.







레이싱에서 검증된 TDI 엔진




아우디가 디젤 경주차를 과감하게 선택한 때는 TDI(터보 직분사) 엔진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면서부터다. 1989년 개발된 TDI 엔진은 1990년대 펜스케 레이싱팀의 연료압축 기술을 접목시키면서 효율을 크게 올렸다. 아우디는 TDI 엔진에 커먼레일 기술을 접목해 고효율의 완성도 높은 디젤 엔진을 탄생시켰다.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2006년 시즌 투입된 R10은 평균 시속 232km로 르망 대회에서 우승했다. 디젤이 스피드에서 가솔린 레이스카보다 탁월하게 빠르지는 않았지만 효율이 좋아 피트 스톱 횟수가 줄어들었다. 2006년 르망 대회에서 우승한 R10은 2008년까지 내리 3년을 르망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아우디는 TDI 엔진 기술을 바로 양산차에 활용했다. 아우디의 모터스포츠 엔진 개발 책임자 울리 히바레츠키는 당시 인터뷰에서 “연료분사 기술은 엔진 효율을 올리는 핵심 기술이다. 2004년 R10 개발을 시작했을 때 양산차의 분사 압력은 1600바였다. 우리는 R15에서 2200바까지 테스트를 했고 2008년 양산차 테스트를 시작했을 때는 압력을 2000바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레이스트랙에서의 경험을 양산차로 접목시키는 데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R10과 함께 재탄생한 TDI 엔진은 폴크스바겐 게이트가 터진 2015년까지 디젤 신화의 주역이었다. 아우디폴크스바겐 그룹은 1.2L부터 6L 모델까지 다양한 TDI 엔진을 선보였다. 힘세고 효율도 좋은데 유지비도 저렴한 디젤에 시장이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디젤은 가파르게 성장해 2010년부터 유럽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겼다.

모터스포츠 기술을 바탕으로 디젤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잘나가던 디젤의 좌절


아이러니하게도 디젤 대중화의 주역이었던 TDI 기술은 이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다. 직분사 방식은 구조적으로 일부 불완전 연소된 연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초미세먼지에 민감한 요즘 TDI는 사라져야 할 대상 1순위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급기야 폴크스바겐은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배출가스 수치를 조작하는 무리수를 시도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디젤 게이트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솔린보다 더 깨끗하다고 환대받던 디젤은 어느 순간부터 부정한 의미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이제 누구도 TDI를 클린 디젤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더티’(dirty) 디젤일 뿐이다.

디젤 머신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모터스포츠의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모터스포츠가 제시한 디젤의 대안


지금 지구상에 운행중인 자동차는 9억 대다. 2050년에는 20억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내연기관이 대세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디젤 엔진을 포기할 수 있을까? 디젤 자동차는 아직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이나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차지한다. ‘더티 디젤’이 미세먼지만큼은 할 말이 없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은 가솔린차가 디젤보다 많다.

워낙 장점이 많은 엔진이라서 디젤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활발하다. 그중 하나가 바이오 디젤이다. 디젤 원료에 해조류나 곡물에서 추출한 에탄올을 섞는다. 또 다른 대안은 GTL(Gas To Liquid) 디젤이다. GTL은 천연가스를 디젤이나 비행기 연료인 제트유 같은 합성 석유로 만드는 새로운 기술이다. 무색무취하고 완전연소에 가까워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를 볼 수 없다. 배출되는 오염물질도 소량이지만 그마저도 이중 필터를 통해 완전히 걸러주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GTL은 바이오 디젤처럼 해조류 등에서 추출되는 바이오 연료나 폐기물을 이용해 만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구소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GTL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AE 인터내셔널의 올해 1월 조사에 따르면 GTL 디젤과 일반 디젤을 비교 테스트한 결과 GTL 디젤은 일반 디젤보다 3.3% 정도 효율이 떨어지지만 일산화탄소배출은 36% 줄었고 이산화탄소는 4.2%, 총 탄소 발생량은 47%, 질소산화물은 35%가 감소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GTL 디젤은 지금 당장 일반 디젤차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벤츠는 지난 7월 벤츠 트럭에 대해서 GTL 디젤을 사용해도 된다는 발표를 했다. GTL을 사용해도 차에 아무 이상이 없고 퍼포먼스 역시 동일하고 토크 데이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GTL 디젤의 미래는


다시 르망으로 돌아가 보자. 2010년 르망 대회 우승한 아우디 R15는 쉘에서 개발한 GTL 디젤을 연료로 사용했다. R15 런칭 행사에서 아우디 모터스포츠 총괄사장 볼프강 울리히는 “르망에서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하고 이를 양산차 개발에 접목시킨다. 개선은 단지 출력을 높이는 목적만은 아니다. 연비와 배출 저감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승 레이스에서 GTL 디젤의 연비는 1L에 2.3Km로 가솔린 경주차보다 10% 개선됐다. 24시간 동 안 총 주행거리는 5410km로 지금까지 역대 최고의 기록이다. GTL 디젤의 가능성을 경주차를 통해 입증했다.
성공적인 검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GTL 디젤의 양산은 요원한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유가 하락이다.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 대표 찰스 콘스탄티누 박사는 2015년 2월 셰일가스 협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GTL의 배럴당 BEP는 67.71달러라고 분석했다. 즉 GTL의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는 돼야 한다. 2014년부터 OPEC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쳤다. 한때 30달러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지금 40달러대 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미국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GTL 공장을 세우려던 셀도 계획을 포기했다. 사솔도 100억 달러를 투자해 하루 9만6000배럴을 생산하는 GTL 공장을 세우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자원의 한계가 명확한 화석연료는 어차피 디젤의 대안일 수 없다. 바이오 디젤과 GTL 디젤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디젤 사태는 모터스포츠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양산차 기술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나온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디젤 사태의 해법과 미래를 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