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부터 로킷까지' 미래 전기차 상상의 디자인 쏟아진다
'가오리부터 로킷까지' 미래 전기차 상상의 디자인 쏟아진다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10.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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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기자 carguy@globalmsk.com





디젤 게이트로 인해 전기자동차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에 관심이 쏠린다. 취향 맞추기에 제격인 간단한 구조와 제작 방식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 파괴력을 발휘한다.

폴크스바겐으로부터 시작된 디젤 게이트 때문 에 전기자동차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 부정적 견해도 없지 않다. 전기에너지 주 생산시설인 화력발전소가 공해의 주범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으로 각국은 탄소가 발생하는 전기 생산은 해마다 줄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20년까지 30조 원을 투자해 신 재생발전소를 늘릴 계획이다. 7.6%에 불과한 신 재생발전 비율은 2029 년까지 20.6%로 높아질 전망이다. 내연기관의 배출가스 규제는 강화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다.

신개념의 2인승 전기차 르노 트위지.







 그럼에도 기술의 한계는 점점 명백해진다. 폴크스바겐은 40여 종의 내연기관 모델을 없애고 2025년까지 30종 이상의 전기차 200~3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TOGETHER-Strategy 2025’를 발표했다. 세계 1위를 다투던 자동차 그룹이 전기 자동차에 주목하는 현실은 화석연료 를 사용하는 자동차 산업의 위축을 의미한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GDP의 3.3%, 총 고용의 7.3%를 차지한다. 단일 산업 중 최대 규모다. 철강을 비롯해 유리·고무·섬유·피혁 등 연관 제조업 규모도 크지만 판매·정비·운수업 등 서비스 관련 산업까지 포괄하면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자동차 모델 하나만 봐도 볼트까지 합해서 2만5000개 정도 부품을 필요로 한다. 이는 신 모델 개발리스크가 얼마나 큰 지 알수있는 지표다. 하나의 모델이 실패하면 몇 십만대의 생산을 고려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된다. 자동차 기업의 부도는 국가 경쟁력 하락에도 지대한 영향을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큰 규모가 휘청거릴때마다 공적자금 등 국가 지원하에 살아남곤 한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진다. 규모의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중차 브랜드에 필요한 요소는 가격 경쟁력이다. 수많은 부품과 연계된 생산과 조립공정 짜임의 결과에 따라 UHP(시 간당 생산대수)가 결정된다. UHP 증가와 가격 경쟁력은 정비례한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건 시간과 생산 대수와의 싸움이고 이를 위해 수천억 원의 개발비가 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규모의 경제이자 모더니즘 시대의 생산방식이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의 원흉, 2.0리터 TDI 디젤 엔진





생활 필수품에서 소비재로 바뀐 자동차


국내 자동차 총 등록대수가 2000만 대를 넘어 섰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1가구 2차 시대다. 이제는 자동차가 생활 필수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소비재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생활 필수품이라면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여기겠지만 소비재는 가성비만을 따지지 않는다. 가격만을 무기로 삼는 브랜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가구에서는 이케아, 패션에서는 SPA 브랜드의 성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소비 패턴이 대중 시장을 형성한다. 가격 경쟁력만을 위시하는 전통적인 모더니즘 생산방식으로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다. 소품종 대량생산은 소비를 쉽게 질리게 만든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의 경우 3·5·7시리즈 라인업을 40년 넘게 유지해오다 현재는 1·2·4·6시리즈로 세그먼트 를 세분화시켰다. 크기에 따른 C·D·E세그먼트 분류가 아닌 해치백, 4도어 쿠페, 그란 투리스 모, CUV, MPV 등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한다. 1가구 2차 시대이지만 세단 또는 SUV만 두 대 보유하리라는 생각은 큰 오판이다. 대부분 서로 다른 스타일의 자동차를 구입한다. 스타일은 소비자의 독특한 라이프와 소비심리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폴크스바겐 디젤 배기가스 조작으로 판매 딜러들은 사실상 고사 상태다.


소비에서 스타일을 중시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체제가 요구된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기존 자동차 산업이 선택한  수단은 혼류 생산과 모듈 방식 플랫폼 공유다. 새로운 생산 수단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큰 효과를 내는 브랜드는 의외로 고급 브랜드다. 포르쉐의 경우 UPH가 13대다.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의 UPH 40~50대와 비교된다. 그럼에도 포르쉐 라이프치히 공장의 경우 2002년 259명 이던 직원이 2016년 4월 기준 3865명으로 15배 가량 늘었다. 연내 4000명이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2012년 6300대였던 마세라티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3년 1만5400대, 2014년에는 3만 6500대로 매년 2배 성장을 이어간다. 또한 자사 최초 SUV 르반떼의 등장으로 SUV시장 인기와 맞물려 고공성장을 예상된다. 고급 브랜드의 성장은 자동차가 생활 필수품에서 소비재로 넘어섰음을 의미하는 또 다른 근거다. 자동차는 소비자의 경제적 수준을 반영하는 소비재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 열정에 대한 주제, 생활 스타일 등을 대변하는 비중이 커진다. 도요타 프리우스를 보자. 타인에게 보여질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공인들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도덕적 실천 용도로 프리우스를 탄다. 소형차로 청렴과 겸손을 이미지화하던 과거에 이어 친환경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라는 역할이 추가됐다. 도덕적 역할 외에도 소비재로서 자동차는 외적인 모습 투자에도 집중한다.





디젤 게이트 덕분에 하이브리드는 호기를잡 았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판매가 급증했다.


고급화 경쟁이 대중 브랜드에서도 벌어진다. 2000~3000만 원대라도 실내 가죽 사용에 소홀하지 않는다. 외부 디자인에 LED 주간등 사용은 기본이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고급 옵션을 사용한다. 고급 장비가 고급차의 전유물이던 때는 지났다. 자동차에 대한 인식과 소비 형태 변화가 규모의 경제로 공장을 돌리는 자동차 기업들의 부담을 늘린다. 세그먼트의 다양화뿐만 아니라 스타일을 위해 수많은 크로스오버를 시도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하이브리드부터 전기 파워 트레인, 심지어 수소연료 엔진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갖춰야한다. 많이 팔아야 이윤이 남는 대 중 브랜드들은  다품종 대량생산을 실천해야 한다. 생산 설비 투자는 모델이 다양화될수록 늘어난다. 투자 회수를 위해서는 가격을 높이거나 UPH를 늘려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도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인력 충원은 필수다. 그렇다고 결과물의 성공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결국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린다. 이들은 위기 탈출을 위해 규모에 규모를 더한다. 효율을 위해 선택한 M&A는 자동차 산업을 더욱더 거대하게 만든다.




Local Motors의 3D프린팅 전기 자동차 Strati 2.


3D프린터로 자동차 제작 단순화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 구조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전기자동차 대중화로 변화를 맞고 있다. 초기 자동차 산업의 규모는 당연히 가벼웠다.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생산 이전까지 자동차 생산은 코치빌더와 제조사로 역할이 나뉘었다. 자동차 구매자들은 섀시와 엔진 및 드라이 브 트레인을 제작하는 제조사를 고른 후 그에 어울리는 바디 디자인 전문인 코치빌더를 선택했다. 디자인과 섀시 생산은 분리된 구조였다. 성능은 같았지만 개별화가 가능한 디자인 덕분에 소비자의 개성이 존중됐다. 대량생산 방식이 등장하면서 제조사는 거대해졌다. 그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코치빌더를 사들였다. 유니바디 구조를 이용해 한 공장에서 완성품을 대량 생산했다. 똑같은 모습의 차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동차의 대량생산은 편리의 보편화를 가져왔지만 독창적 개성을 말살시켰다.

미국 전기차 회사인 패러데이 퓨처의 'FF ZERO 01'. 미국 아트센터(ACCD)의 한국계 교수인 리차드 김이 디자인했다.







전기 자동차는 가볍다. 내연기관의 자동차보다도 부품수가 30%가량 적다. 부품수가 적다는 사실은 그만큼 구조가 단순하고 기술 장벽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복잡 한 구조만큼이나 노하우의 축적을 요한다. 수제작 슈퍼카 코치빌더들이 많지만 엔진은 전통 제조사를 통해서 공급받는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하드웨어 중심이다.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는데 천문학적 액수를 투입해야 한다. 반면 전기 자동차에서 하드웨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기 자동차 대중화에 가장 앞장서는 테슬라는 전기 구동장치와 동력 전달 장치 등 전기 자동차 관련 핵심 특허 300여건을 모두 공개했다. 구글은 준비 중인 자율주행 시스템인 오토파일럿 기능을 지난해 10월 모델 S에 도입 했다. 전기 자동차를 베이스로 한 자율주행차는 비자동차 제조사의 도전을 쉽게 허용한다. 적극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테슬라의 혁신도 한 몫한다. 현재 전기 자동차는 자율주행이라는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거대 IT 기업들도 뛰어들었다. 디자인에서도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위기감이 커진다. 바로 3D프린터의 등장 때문이다. 스트라티는 미국의 로컬모터스가 내놓은 3D프린터로 만든 전기 자동차다. 부품이 모두 47개에 불과하다.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바디를 프린팅 하는데 44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로컬모터스 마케팅 총괄인 엘 셀리는 “완성차 업체가 100만 대를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3D프린터로 제작한 자동차는 1000대만 팔 아도 이익이 나는 구조”라고 말한다. 3D프린팅 디자인의 특징은 대량 생산체제를 만들기 위한 축구장 9배 크기의 공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이다. 복잡한 구조이기에 복잡한 공정으로 생산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공정이 복잡한 일반 자동차는 신모델 개발기간이 5년이나 필요하다. 3D프린팅 자동차는 10분 의 1 수준인 5개월이면 끝난다. 섀시의 단순화는 곧 공정의 단순화다. 하나의 프린터에 하나의 바디를 생산해내는 효율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서 최적 생산 도구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 맞춤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디자인이 지겨워지면 바디를 분해해서 녹인 후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프린팅하면 된다.

패러데이 퓨터의 디자인 디렉터 Richard_Kim. 한국계 미국인으로 일러스트를 전공하다 자동차로 바꿨다.


3D프린터 자동차가 당장 현재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대체할 수는 없다. 로컬모터스 스트라티 디자인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희망이 없 지는 않다. ‘패러데이 퓨처’의 전기차 FFZERO1 디자인은 한국계 리차드 김이 맡았다. 일러스트를 전공하다 자동차 디자인으로 진로를 바꾼 리차드 김은 BMW i시리즈 디자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었다. 모교인 ACCD의 운송기기 디자인학과에서 강사를 하기도 하다. 이런 인재 이동이 3D프린터 자동차 기업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로컬모터스와 같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디자인에 깊은 노하우와 철학이 있는 인재를 영입한다면 뛰어난 상품성을 갖추게 된다.







취향 만족이 미래 자동차 생존의 열쇠


궁극적으로 디자인은 생산자 입장에서는 설득이고 소비자의 입장에선 취향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디자인을 하기 힘들다. 생산 조건과 단가를 따진다면 최종 선택된 디자인을 소비자가 구매하도록 설득할 뿐이다. 소비자는 어떠한가? 수많은 디자인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그나마 맞는 것으로 타협한다. 분야가 좀 다르지만 중식으로 유명한 이연복 셰프는 일본에서 중식당을 경영하면서 짬뽕이라도 일본·한국·태국 손님에 맞춰 맛을 달리했다고 한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바로 고객의 취향 맞추기였다. 아직도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생산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동차 산업의 생산품들은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준이 되지 않는다. 파워트레인은 튜닝을 통해 어느 정도 소비자의 입맛을 맞출 수는 있지만 디자인은 제약이 많다 기껏해야 드레스업, 인테리어 재질 변경, 바디 컬러링 정도다. 패널의 라인 혹은 볼륨을 변형하거나 세단을 왜건 스타일로 바꾸는 일은 비용이나 완성도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다이하쓰 코펜의 드레스 포메이션 정도만이 양산차 업체가 내놓을 수 있는 패널 디자인의 변형이다. 로브와 쎄로란 이름의 두 가지 디자인에서 패널 교체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 역시 두 가지 대안에서 선택하라는 설득일 뿐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너무 거대해졌다. 그만큼 소비자의 취향 범위는 줄어들었다. 독특한 성격과 개성 강한 외모로 소비자를 유혹하던 다양성이 M&A로 사라져버렸다. 이대로 소비자는 설득과 타협 속에서만 살 수는 없다. 전기 자동차와 3D프린팅이라는 기술의 발전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촉매로 등장했다. 3D프린팅 결과의 완성도가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다룰 수 있는 소재는 플라스틱에서 금속· 섬유·유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기술 발전 속도는 매우 희망적이다. 3D프린팅으로 만든 전기 자동차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전통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업체들은 제조사로서 섀시와 파워· 드라이브트레인 개발과 완성도에 집중하면 된다. 3D프린터로 생산기반을 갖춘 코치빌더(카 로체리아)는 디자인을 전담해서 소비자의 입맛 을 치밀하게 맞춘다. 로컬모터스와 같은 코치 빌더들이 늘어나 소비자의 설득과 타협의 폭이 점점 줄어드는 때가 언젠가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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