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프리미엄 새 기준 볼보 S90, 아우디 A6 추월
[시승기]프리미엄 새 기준 볼보 S90, 아우디 A6 추월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9.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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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 carguy@globalmsk.com

프리미엄 도전 성공작 볼보 S90


디자인ㆍ인테리어 차별화 성공 


재질감 벤츠 E클래스 보다 좋아



프리미엄과 대중 브랜드 사이에서 어정쩡했던 S80


볼보 S90은 S80의 후속이 아니다. 과거 S80이 프리미엄과 대중 브랜드 사이에서 어정쩡했다면 S90은 이름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다 바꿨다. 프리미엄을 선포한 볼보가 기존 강자인 벤츠∙BMW∙아우디와 어떻게 차별화할 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손색이 없다. 한 눈에 볼보임을 알아보게 하는 유니크한 디자인, 시트에 앉자마자 감동을 자아내는 럭셔리한 인테리어로 완벽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프리미엄 도전의 정답이다.

볼보 S90은 렉서스 ES, 캐딜락 CTS, 재규어 XF와 경쟁한다


S90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를 정 조준한다. 여기에 캐딜락 CTS, 재규어 XF, 렉서스 ES가 현실적 경쟁자다. 제네시스 G80도 체급은 크지만 사정권이다.

우선 S90은 디자인만 놓고 보면 프리미엄 자격이 충분하다. 기존 볼보가 가졌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전통을 제대로 해석해 냈다.

Volvo P1800. S90은 P1800에서 영감을 받은 '콘셉트 쿠페'를 모티브로 완성됐다.


S90의 디자인은 2013년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볼보 쿠페 콘셉트'가 기반이다. 토르의 망치 주간 주행등을 비롯, 오목한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 엠블럼 등 콘셉트카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사용됐다. 전체적으로 튀지 않으면서도 매끄러운 직선 라인을 살려 세련된 느낌을 준다. 비교적 심심한 옆면에 비해 전면∙후면 곳곳에 제대로 포인트를 줬다. 여기에 1960~1970년대 희트작인 볼보 클래식카 P1800의 경쟁력 있는 요소도 제대로 버무렸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편안한 디자인이면서도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은 새로움이 더해진 셈이다

기아 K7의 전면부 그릴은 볼보 S90과 닮았다


아쉬운 것은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오목하게 한 S90의 디자인 포인트를 기아 K7이 몇 달 먼저 선수를 친 점이라고 할까. 글로벌 출시로 보면 당연 S90이 먼저다.

볼보 디자인이 대변신을 한 것은 2012년 폴크스바겐 출신의 토마스 잉겐라트가 오면서다. 그 전 까지는 맘씨 좋은 뚱뚱한(?)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피터 호버리가 맡았다. 호버리는 영국왕립예술대학(RCA) 출신으로 2000년대 도드라진 볼보 디자인을 완성한 분이다. 현재 질리자동차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다.

S90의 전면부는 '토르의 망치' 주간 주행등과 라디에이터 그릴이 포인트다.


인테리어 전문가인 잉겐라트는 볼보에 오자마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 요소를 볼보에 접목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 마주 오는 차에서, 뒤따르는 차에서 봤을 때 앞뒤 모두 ‘아 저건 볼보야’라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것이다. 전면 토르의 망치 주간 주행등,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의 승부수인 셈이다.

프리미엄 디자인의 공통점인 긴 보닛과 짧은 오버행이 S90을 돋보이게 한다. 전륜구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륜 오버행이 후륜구동 디자인처럼 짧아졌다. 볼보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한 단계 상승했다는 증거다. 짧은 오버행 덕분에 다이내믹한 디자인 요소가 살아난다. 오목한 라디에이터 그릴뿐 아니라 긴 보닛에서 오는 시원한 비율이 인상적이다. 옆면의 심심한 요소는 루프 라인이 극복해낸다. 루프는 뒤로 가면서 살짝 낮게 떨어져 쿠페 같은 기교를 부린다.

후면부 디자인도 확실하게 차별화했다. 누가 봐도 남과 다른 S90임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ㄷ’자 모양의 후면등 뿐 아니라 긴 트렁크 리드는 S90을 구별 짓는 요소다. 공을 들인 디자인 냄새가 확 풍긴다.

천연 우드트림과 나파 가죽 등의 천연소재로 마감된 실내는 심리적으로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한다.


운전석에 오르면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 볼보의 자연친화적인 원목 우드 인테리어가 그것이다. 그렇다고 모던을 집어 던진 것은 아니다. 앞부분 계기반과 페시아를 크게 묶어 전체를 크롬으로 감쌌다. 눈에 보이는 어느 한 곳도 대충 마무리하지 않았다. 정성과 고급이 함께 깃든다.

실내는 감동 그 자체다. 깔끔하다. 센터페시아에 오막 조막 붙어 있는 버튼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인테리어는 XC90과 비슷하다. 차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가장 다른 것은 에어컨 송풍기가 XC90은 가로인데 비해 S90은 세로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박힌 9인치 모니터는 XC90과 같다. 차내 모든 기능을 터치로 이용하게 했다. 각각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배치했고 아이폰을 쓰는 것처럼 홈버튼 하나로 작동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아직까지 개선할 점이 여럿 보인다. 아이폰보다는 확실히 직관성이 떨어진다. 대신 단점도 있다. 한꺼번에 수 많은 모듈을 모아 9인치 모니터에 집중했더니 각종 잔 고장을 일으킨다. 이미 XC90이 출시 한 두달 만에 이런 곤란을 겪는다. 볼보 본사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개발에 한창이란다. 신기술이라는 게 실제 적용에는 이런 모험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고객 불만이 쌓여 시간이 지나야 해결된다.

<경쟁 모델 압도한 오디오, 인테리어  A6 추월>

프리미엄 브랜드는 모두 인테리어 재질과 오디오에 공을 들인다. 대중차와 차별화할 가장 확실한 요소다. 소비자가 손쉽게 느낄 수 있는 게 재질과 음질이다.

S90의 소재는 동급 모델 중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올해 6월 출시된 벤츠 E클래스의 럭셔리한 소재를 단박에 추월한다. 벤틀리 출신의 인테리어 총괄인 로빈 페이지가 오랜 만에 밥값을 제대로 했다. 스코틀랜드 최고급 소가죽(브리지 오브 위어)을 비롯해 호두∙자작나무 원목 트림을 시원시원하게 사용했다. 경쟁 모델에 비해 실내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차별 포인트다.

곳곳에 설치된 19개의 스피커는 감동을 선사한다


또 다른 경쟁 우위는 바워스&윌킨스와 공동 개발한 엄청난 화력의 오디오 시스템이다. 19개 스피커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하면 ‘달리면서 듣는 음악의 즐거움’이 확 다가온다. 이런 재질과 음질의 감동을 느끼려면 약 600만원 비싼 인스크립션 트림을 선택해야 한다. 기자의 판단으로는 강추다. 재질과 오디오만 해도 600만원 이상의 가치를 한다.



전체적인 실내 크기는 잘 뽑아냈다. 널직한 무릎 공간뿐 아니라 쿠페형 디자인인데도 불구하고 2열 시트 머리 공간도 잘 나온다.

인테리어가 모두 만점은 아니다. 곳곳에 단점도 보인다. 가장 어색한 것은 뒷좌석 뒷부분과 후면 글래스 사이 공간이다. 통상 휴지 박스를 두는 편평한 공간이다. S90은 희한하게 볼록 솟아 있다. 후면 시야를 가릴 뿐 아니라 간단히 자켓을 놓아둘 공간이 없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예상컨대 19개의 스피커를 달면서 패키지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과거에도 볼보는 실내 공간을 뽑아내는 패키지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졌다. 또 버턴을 대부분 없애고 지나치게 터치식 모듈로 통합하다 보니 모든 기능을 시동을 걸어야만 사용하게 한 것도 단점이다.

볼보코리아는 S90의 마케팅 슬로건으로 '스웨디시 젠틀맨' 을 내세운다. 참 어렵다. 잉글리쉬 젠틀맨은 알겠는데 스웨디시 젠틀맨은 잘 다가오지 않는다. 북극의 나라 스웨덴의 차가운 신사인지, S90을 타면 신사가 된다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어떤 신사도 한국에서 운전을 하면 거칠어 지는 조폭이 되는 운전 문화에서 말이다.

<거칠지만 제 할일 충실한 2.0L 엔진>

연간 생산대수가 50만대 정도에 불과한 볼보는 파워트레인이 단순하다. 차종도 많지 않아 2.0L 4기통으로 설계한 가솔린과 디젤로 대부분 모델을 커버한다. 경쟁 프리미엄 업체는 생산대수가 200만대가 넘어 비교적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가져 갈 수 있다. 볼보가 감수해야 할 한계다.

S90은 이 점에서 다행이다. 2톤에 육박하는 XC90보다 게가 400kg 가량 덜 나가는 세단이라 200마력 전후를 내는 2.0L로 충분하다. 경쟁 모델 역시 대부분 2.0L라 차이가 없다.

우선 최고 254마력/5500rpm, 최대토크 35.7kg.m/1500~4800rpm의 직렬 4기통 2.0L 싱글터보 T5 가솔린 엔진을 점검해봤다. 수치나 가속력에서 경쟁 모델에 뒤지지 않는다. 초기 반응부터 시원하게 가속을 뽑아준다. 정숙성은 동급 모델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기분 좋은 배기음이 잘 상쇄해준다. 부드러움의 대명사인 직렬 6기통 ‘실키 식스’를 계승한 BMW 4기통 보다는 확실히 거칠다. 터보랙을 거의 못느낄만큼 꾸준히 이어지는 가속 질감은 좋은 점수를 줄만 하다. 단, 연비 면에서는 약점을 노출한다.

트윈터보 2.0L 디젤은 두 가지다. 보급형 190마력의 D4, 고출력 235마력의 D5다.

시승한 D5 모델은 S90 라인업에서 유일한 사륜구동이다. 우선 정숙성이 놀랍게 개선됐다. 엔진 소음이 가솔린보다 더 적게 유입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 많이 사용하는 엔진회전수인 1750∼2250rpm에서 50에 육박하는 토크(48.9kg∙m/rpm)가 쏟아진다. 저속 발진 가속을 비롯, 중고속에서도 제대로 속도를 끌어올린다. 예상보다 훨씬 더 매끈하게 잘 달린다. 최대토크 구간을 3000rpm까지 확대했다면 시속 150km 이상 고속에서 가속감이 더 좋아졌겠다.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꾸준하게 엔진의 성능을 뽑아낸다.

D5의 놀라운 가속력에는 터보랙을 줄이는 파워펄스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한다. 미리 2L 가량의 공기를 압축했다가 가속할 때 압축 공기로 터보차저를 돌리는 방식이다. 경제성을 따진다면 디젤이 좋겠지만 기자는 고속까지 가속력을 쭉 물고 늘어지는 가솔린 터보가 더 매력적이다.

승차감은 S80에 비해 깜짝 놀랄 만큼 딴딴하다. 단단한 차체 강성은 말할 것도 없다. 경쟁 독일차를 의식해 핸들링과 스포티한 주행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차체는 볼보가 새롭게 개발한 모듈형 플랫폼(SPA)을 사용했다. 마음대로 늘이고 줄여서 왜건이나 크로스오버 차량을 만드는 장점이 있다. 전작 S80에 비해 초고장력 강판(UHSS)을 5배나 많이 써 탑승 공간을 감싼다.

스티어링휠의 움직임과 차체 반응도 만족스럽다. 앞에서 끌어주는 느낌은 어쩔 수 없지만 고속에서 안정감은 전륜구동의 단점을 충분히 상쇄한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급격한 코너에서 날렵한 핸들링을 보여줬다. 뒷부분이 이질감 없이 제대로 따라온다. 프리미엄에 걸맞은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제대로 노면을 걸러낸다. XC90에 적용된 차체 높낮이를 조절하는 에어서스펜션 기능을 뺀 것은 잘 한 일이다. 이 차급에서 300만원 이상 비싼 에어서스펜션의 활용도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100kg 이상 무거워져 날렵한 핸들링을 방해할 뿐이다.

320마력의 가솔린 트윈차저 모델인 T6, 400마력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T8 출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자기만의 신기술이 있어야 한다. 남의 신기술을 베끼는 건 대중차 브랜드가 하는 일이다. S90은 반 자율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II를 기본으로 달았다. 빗길에서 주행 중 사용해봤다. 우선 시속 15km 이상에서 셋팅된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고 페달 조작 없이 앞차와의 간격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주행한다. 시속 120km에서도 완만한 고속도로 커브는 제대로 돌아준다. 카메라가 차선을 읽어내서다. 두 번 정도 코너를 돌아내면 어김없이 손으로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와 함께 장치가 해제된다.

<프리미엄이라도 예상보다 비싼 가격>

S90의 가격은 D4 5990만(기본형)~6690만원(인스크립션), D5 6790만~7490만원, T5 6490만~7190만원이다. 단순히 가격으로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E클래스(6650만~7900만원), 5시리즈(6330만~7750만원), 아우디 A6(6320만~7660만원)에 비해 300만~700만원가량 저렴하다. 신차라 할인 폭은 100만원 안쪽이다. A6, 5시리즈가 허구한 날 1000만원 이상 할인 하는 것을 감안하면 절대 싸지 않다. 전륜구동 프리미엄을 선호하는 고객층이라면 전체적인 상품성을 고려했을 때 매력적인 가격대로 볼 수도 있다.

S80의 전체적인 주행 성능과 서스펜션은 독일 프리미엄을 정 조준했다. ‘브리티시 엘레강스’를 버리고 독일차로 변신한 재규어 XF와 흡사하다. 동력성능이나 핸들링에서 전륜과 후륜구동이라는 근본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대동소이하다.

인테리어는 독보적이다. 재질과 디자인에서 독일 프리미엄보다 더 점수를 주고 싶다. 2000년대 프리미엄 인테리어를 리드해 온 아우디 A6가 2017년 풀모델체인지를 한다. 이 차를 기다려 비교해 보고 싶지만 현재 시점에서 인테리어는 S80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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