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율주행차는 외관보다 인테리어가 핵심" 리차드 정 KADA 회장
[단독]"자율주행차는 외관보다 인테리어가 핵심" 리차드 정 KADA 회장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10.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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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메이커  '자율주행' 버스 못 타면


생산기지나 망하는 길 두가지 뿐


구글·애플은 영업이익 20% 예측


김태진 기자 carguy@globalmsk.com

“구글·애플이 자율주행차에 뛰어든 것은 자동차 산업에서 아무도 기록하지 못했던 영업이익률 20% 이상이 가능해서다. 기존 자동차 업체는 자율주행차라는 급행 버스에 올라타지 않으면 하청 생산기지가 되거나 망하는 길 두 가지뿐이다.”



리차드 정(54) 옌펑글로벌오토모티브인테리어(YFAI) 디자인 총괄 부사장의 자동차 미래 대예측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창립 총회를 한 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KADA) 초대 회장을 맡아 방한했다. YFAI는 중국 옌펑자동차와 글로벌 자동차 인테리어 부품사인 미국 JCI(존슨컨트롤즈)의 7대3 합작회사다. 정 부사장은 JCI 측 대표다. KADA는 정 부사장이 페이스북이 설립 시초가 됐다. 기자 역시 정 부사장이 설립한 페이스북 KADA 멤버다. 약 400여명의 한국계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온오프 모임으로 활동하다 지난 8월 산자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 하면 누가 떠오를까?

현직만 놓고 보자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 제네시스 디자인 담당 상무로 옮긴 이상엽(48)씨가 가장 핫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벤틀리 총괄 디자이너 출신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센터(ACCD: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운송 디자인을 전공했다. 아울러 성주완(45) 르노 아시아디자인센터 부장도 요즘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르는 인물이다. 디자인으로 대박을 친 르노삼성 SM6부터 요즘 핫한 차인 QM6 디자인 프로젝트 리더였다.  그 역시 ACCD 출신이다.

전직 경력을 따지면 김태완(56) 한국지엠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쉐보레 크루즈, 스파크, 피아트 500 등 대표 작품이 여럿이다. 그는 한국에서 드문 RCA 출신이다. 아울러 티뷰론 컨셉트카로 미국 자동차 잡지에서 유명해진 오석근(57) 전 현대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현대차 디자인인 그랜저XG부터 2010년대 나온 현대차는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그 역시 ACCD 졸업생이다.

바로 이런 유명 한국인 디자이너의 경력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게 세계 자동차 3대 디자인 스쿨 인 영국 왕립예술대학(RCA: Royal College of Art), 캘리포니아 ACCD, 디트로이트 CCS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 가운데 RCA는 석사 이상만 받는 매우 비싼 학교다. 물론 ACCD 학비 역시 연간 10만 달러에 육박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국적은 아니지만 한국계 자동차 디자이너 1세대로 손꼽을 인물로 필자는 리차드 정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그는 10월 1일 5년간의 중국 상하이 생활을 정리하고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JCI가 시트부분을 떼어내 분사한 ‘에디언트’의  디자인 및 연구소 총괄 부사장을 맡았다.

매출 30조원대로 세계 선두권 자동차 부품업체인 JCI는 2010년부터 자동차 부품산업의 이익률이 박해지자 관련 사업부를 매각하고 현재 자동차 관련 전장 부품과 2차전지에 주력한다.

정 부사장은 디자이너에서 성공적인 경영자로 변신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와 만나 디자인을 화두로 자동차 산업의 핵심 주제를 놓고 혜안을 들어본 게 국내외에서 여러 번이다. 자동차와 IT가 융합하는 요즘, 그는 “자동차 디자이너는 융합 시대에 맞게 좌우 두뇌가 균형 잡힌 인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시대 자동차 디자이너의 자질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그림을 잘 그리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게 기본이었다. 디자이너 근본이 예술가이다 보니 우뇌가 발달한 반면 좌뇌는 약한 사람이 많더라. 창의력은 풍부하지만 경영이나 전략∙재무 같은 비즈니스 측면은 허당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할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자동차에 IT를 결합한 전장 기술이 가장 핫한 이슈다. 융합 시대에는 자동차 디자이너의 자질도 달라져야 한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디지털 기술이 중요해진만큼 좌우 두뇌가 균형 잡힌 인재가 필요하다. 다른 부서와 이견이 생겼을 때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아내는 협상 능력과 전략적 마인드가 절대적이다. 생산원가를 줄이면서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그런 거다. 그림 잘 그리는 것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

-요즘 뜨거운 감자가 자율주행차다. 디자인은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한 마디로 외관 스타일링보다 내장 인테리어가 더 중요해진다. 자율주행차는 기존 차와 달리 여러가지 안전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공간적인 창조가 가능해진다. 시트가 대표적이다. 시트를 회전시켜 마주보고 앉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공유 경제가 널리 보급되는 시대에는 융합적 비전을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 5년 안에 미국을 시작으로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가 시판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드론과 1인 전기차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창의적이고 혁명적인 디자인을 그려낼 디자이너가 절실하다. 자율주행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과 제도 등 지식도 빠싹해야 한다. 협상도 잘하고 전략적인 마인드도 갖춰야한다.  디자인 업계의 ‘스티브 잡스’가 출현해야 할 정도다.”

-자율주행차 시대에 생존 전략은.


“자동차업계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과거 방식에 젖은 사람들이 디자인은 물론이고 기획·개발·생산·마케팅 등을 이끈다. 새롭게 자동차 산업에 발을 담근 테슬라·구글·애플 같은 IT기업들과 비교할 때 자동차업계는 멸종이 임박한 공룡처럼 위태롭다. 구글∙애플은 자율주행차 개발로 영업이익 20% 이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자동차산업이 살길은 하나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우버 같은 공유경제도 핫 이슈다. 한국에서도 쏘카가 승승장구한다. 자동차 판매가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데.




"공유경제 시대의 자동차는 멋진 외관이나 성능보다 편의성과 서비스 중심으로 기준이 바뀐다.  자동차를 기존 소유에서 택시 같은 서비스 개념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쏘카가 퇴직 노인층을 대상으로 자가용으로 이용하지 않을 때 쏘카에 빌려주고 월 20만-30만원을 받는 상품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포드는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 비전을 새로 수립했다. 어떤 서비스를 내놓을 지 관심이다. 공유경제 시대에 자동차 내구 연한이 짧아져 절대적인 판매 대수가 줄 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를 훨씬 더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신 기존 자동차 업체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 자율주행 기술은 단계별로 진화한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가장 뒤졌다는 평도 나온다.


국내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제1호차 현대 제네시스.


“현재 대부분 자동차 업체의 자율주행 기술은 레이더와 카메라로 앞차와 거리 간격을 조절하는 단계는 레벨2다. 사실상 운전자가 필요 없는 단계가 자율주행차의 완성형으로 레벨4다. 포드는 상당히 ‘뻥’ 같지만 지난 7월 레벨4 단계 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2021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실현 가능한 지 의문이지만 2025년까지는 대부분 주요 자동차 업체가 이런 차를 내놓는다고 선언했다. 미국 GM, 독일 3총사인 벤츠·아우디·BMW, 일본 도요타와 닛산, 스웨덴 볼보까지 세계 자동차 업계의 거목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재규어∙랜드로버도 가세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세계 10위권 가운데 빠진 업체가 바로 현대기아차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협상가(네고시에이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다른 부서와 이견을 조율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자동차 업체들이 규제에 따른 과잉 연구개발비에 시달리면서 원가절감이 공통의 경영 목표가 됐다. 이를 해결하려면 디자이너가 신차 개발 단계부터 생산원가를 신경 쓰고 디자인해야 한다. 생산·구매·재무·판매 담당을 만족시킬 디자인을 내놔야 하는 것이다. 얼마나 힘든 일인가.그래서인지 유명 디자이너는 언론 관계가 좋다. 모두 말을 잘한다.(사실 리차드 정은 정말 달변이다)”

-대기업마다 디자인 경영을 내걸고 우수 디자이너 확보에 안달이다.


“사실 많은 대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이라고 외치지만 고위층 임원들이 신입 디자인 채용을 위해 유명 대학에 가서 인터뷰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나는 20년 넘게 부서 책임자들과 함께 신입사원은 물론이고 모교 ACCD를 시작으로 인턴까지 직접 만나 뽑는다. 좋은 인재를 알아보는 비결은 간단하다. 뽑을 사람이 30년 뒤에도 회사에 유용한 사람일지 생각하면 된다.”

-한국 미술 교육의 장단점은.


“기회가 될 때마다 ACCD 모교를 비롯해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제품 디자인 한 번 안 해보고 강단에 선 교수들과 대화를 하면 매번 절망이 느껴진다. 현재 교육 시스템은 개선할 부분이 많다. 교수들이 IT와 융합하는 발전된 기술과 새로운 경향에 대한 이해가 태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생들 가운데 극소수지만 융합과 전략적 마인드를 갖춘 꿈나무가 간혹 보인다는 점이다. 힘이 닿는 데까지 그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겠다.”

-앞으로 KADA의 갈 길은.


“현재 한국∙미국∙중국∙독일∙일본 등 세계 6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자동차 디자이너 50여명이 주축이 돼 발족했다. 기존 회원들의 친목 도모와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 꾸는 학생들의 교육과 육성이 핵심이다. 디자인 공모전도 준비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 애정을 갖고 지켜 봤으면 한다.”

리차드 정=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간 1.5세대 한국계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센터를 1987년 졸업하고 포드자동차에 입사했다. 독종 한국인의 기질을 살려 야근과 휴일 근무를 마다하지 않은 열정에다 남다른 디자인 감각으로 10년도 채 안돼 최연소 시니어 디자이너로 포드 소형차 스튜디오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포드 그룹 전체의 인테리어 감성 품질을 책임지기도 했다. 포드 근무 시절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 산실인 ‘카로체리아 기아’와 일본 마쓰다로 파견을 나가 유럽과 아시아 디자인에 대해서도 눈을 떴다. 하지만 무자비한 포드의 구조조정과 이민 세대로 동양인이라는 한계에 부딪힌 그는 포드 근무 13년을 끝으로 2000년 자동차 인테리어 전문 업체인 JCI 임원으로 이직한다. 이후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면서 많은 디자이너를 만나고 채용했다.처음 어눌했던 한국어는 한국인 부인과 결혼하면서 이제는 꽤 자연스럽다. 디자이너보다 경영자로서 변신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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