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량 화재 음모론 확산
BMW 차량 화재 음모론 확산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11.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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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베스트셀러인 BMW 520d 모델. 최근 잇따른 화재로 추가 결함 의혹과 음모론까지 나온다.
최근 BMW 일부 모델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차량이 모두 전소돼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영상과 사진이 SNS를 통해 일파만파 전파돼서다. 지난 10월말부터 보름 동안 발생한 BMW 차량 화재는 모두 7건이다. 주로 5시리즈, 7시리즈에서 발생했다. 이 중 3대는 520d로 디젤 엔진 결함에 따라 리콜 명령을 받았다. 한 대는 리콜을 받은 직후, 다른 한 대는 리콜을 받으러 가는 중 화재가 발생했다.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11월 중순 즉각 사과하고 원인조사에 들어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올해 9월 520d를 비롯해 2007년~2013년 판매된 BMW 2.0리터 디젤(엔진 코드명 N47) 모델 5만5712대에 리콜 명령을 내렸다. 동력을 전달해주는 타이밍 체인 텐셔너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N47이라고 부르는 2.0리터 디젤은 BMW의 주력 엔진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생산됐다. 성능이 우수하고 연비 효율성이 좋아 여러 차종에 들어간다.이 엔진은 2013년 유럽에서 타이밍 체인이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이어 자동차 미디어와 소비자 단체에서 집중적으로 파고 들면서 큰 논란이 됐다. ‘리콜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BMW 측은 ‘원인을 조사중’이라며 시간 끌기로 대응하면서 화를 키웠다. 한국에도 이 소식이 전해지고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BMW 카페나 동호회를 중심으로 ‘N47 결함 규명’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지난 9월 국토부는 리콜 명령을 내렸다.

화재사고는 결함 논란에 그치지 않고 음모론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짧은 기간에 7건의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과 베스트셀러 모델인 520d, 따근한 신차인 7시리즈까지 이어졌다는 게 음모론을 부추켰다. 520d는수입차 부동의 인기차로 2012년~2013년 연간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2위에 이어 올해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한다. BMW 신형 7시리즈는 지난 10월 14일 출시됐다. 음모론은 화재 발생과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발표 시기와 맞물리면서 증폭됐다.

현대차는 11월 4일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식을 했다. 이어 10일에는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에쿠스 후속이자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함인 EQ900의 사전 설명회를 열었다. BMW 화재 시기와 우연히 맞물린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국내 마케팅과 홍보 쪽에서 BMW 520d 화재를 부풀려 뉴스화하는 데 공을 들인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BMW의 여러 동호회에서도 이런 음모론이 SNS를 통해 급격히 확산된다.

보배드림 등 각종 사이트에서는 화재 기사에 ‘현대의 소행’, ‘수입차 죽이기’, ‘현대가 돈 좀 썼다’, ‘운전자를 매수해 결함을 조작했다’, ‘특정 브랜드의 차가 왜 한국에서만 불이 날까?’ 등 온갖 음해(?) 추측성 댓글이 달린다. 이에 반해 사실로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오지만, 음모론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실제 취재팀이 서울 중심가 현대차 판매점을 방문한 결과 비슷한 답변을 들었다. 제네시스 구입 상담을 하면서 비슷한 가격대의 BMW 5시리즈 놓고 고민을 하자 현대차 영업 사원은 5시리즈의 불이 난 사진과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며 “이런 위험한 차를 어떻게 구입할 생각을 하냐”는 설명을 늘어놨다. 이런 음모론에 대해 현대차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력히 부인한다.

BMW코리아는 음모론을 경계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차량 화재가 발생한 시점이 여러 이유와 맞물려 갖가지 추측을 낳는다”며 “화재 뉴스가 급속히 확산한 데는 경쟁사의 작업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한다.

현대·기아차나 수입차의 인기 모델에 악재가 터지면 잇따라 음모론이 등장한다. 우스갯소리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상당한 근거로 논리적인 전개를 하는 것도 있다. 이런 음모론이 종종 등장하는 데는 ‘수입차 과열’ 소리가 나올만큼 급격히 커진데 있다. 올해 10월까지 수입차 판매는 19만6543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2280대보다 21.1%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포인트 높아진 15.7%에 달한다. 수입차 판매 호조는 자동차 시장의 맹주인 현대·기아가 4000만원 이상의 고급차 시장에서 고전하는 원인과 맞물려 있다.

자동차 화재는 의외로 많이 발생한다. 국민안전처 화재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일어나는 자동차 화재 건수는 5000건이 넘는다. 전체 화재발생 건수의 20%를 차지한다. 전체 화재의 30~40%는 정비 결함 같은 기능 문제로 알려진다. 제조사 측은 원인불명이나 보증기간 경과로 보상을 거부, 소비자가 보험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회사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결함이 없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화재가 난 경우 신속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가 음모론과 관계 없이 원인을 밝혀내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소비자도 실체가 불분명한 음모론을 무작정 퍼나르는 식의 접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N47 엔진은 BMW와 미니의 주력 엔진으로 광범위하게 쓰였다.
N47 엔진 결함이란?
N47은 엔진 개발코드다. N은 개발 당시 세대를 의미하고 첫 숫자는 엔진의 종류다. 4는 4기통을 가리킨다. 두 번째 숫자는 기술적 특성으로 7은 터보차저다. N47은 4기통 터보차저 직분사 엔진을 뜻한다. N47 결함 논란은 2013년 유럽에서 시작됐다. 영국 BBC 방송이 N47 엔진의 타이밍 체인 결함을 집중 보도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일정 기간 주행한 N47 엔진의 타이밍 체인이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결함을 지적했다.

타이밍 체인은 반영구적이다. 끊어지지 않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통상 타이밍 체인은 열팽창이나 마모 같은 엔진의 가혹한 조건에서도 일정한 장력(張力)을 유지해야 한다. 장력이 약해지면 체인을 당겨주는 텐셔너가 자동 조정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려면 체인 차체나 텐셔너의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텐셔너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장력에 이상이 생기고 타이밍 체인이 끊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엔진 전문가는 “이번 증상만 놓고 본다면 주행거리가 10만㎞가 넘어가고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차에서 문제가 잇따라 발생해 구조적인 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국토부는 지난 9월 텐셔너의 기능이 원할하지 않음을 문제 삼아 리콜을 명령했다. 해당 차종 대수는 BMW 10개 차종과 미니 13차종 등 5만5712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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