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현대 쏘나타,르노삼성 QM3는 수입차?
미국산 현대 쏘나타,르노삼성 QM3는 수입차?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12.17 09:01
  • 조회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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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를 타는 사람은 수입차를 아직도 ‘물 건너온 비싼 차’라고 생각한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닛산 로그. 물량을 국내로 돌리면 국산차인지 수입차인지 분류하기 애매한 문제가 생긴다.
국산차와 수입차는 물과 기름이다. 별개로 활동하기 때문에 영역이 다르다. 국산차를 타는 사람과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의 인식도 다르다. 국산차나 수입차나 다 같은 자동차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산차를 타는 사람은 수입차를 아직도 ‘물 건너온 비싼 차’라고 생각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수입차를 국산차 사듯이 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아직은 차급에 비해 돈을 더 지불해야 하고, AS등 인프라 측면에서도 국산차보다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국산차와 수입차가 대등하게 경쟁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쉐보레 임팔라는 미국에서 수입해 국산차 타이틀을 달고 팔린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국산차 같은 수입차, 수입차 같은 국산차가 등장해서다. 이런 현상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1월초 열린 수입차협회 20주년 간담회에서는 쉐보레 임팔라와 르노삼성 QM3를 수입차로 넣어야 하는가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오갔다. 어디로 넣는지에 따라 점유율 산정 등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르노삼성 QM3는 스페인에서 만들어 국내로 들여온다. 물론 국산차다. 쉐보레 임팔라도 마찬가지다. 속은 수입차이지만 겉은 국산차다. 가격은 국산차 수준이다. 닛산 로그는 르노삼성 부산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물량 일부를 국내로 돌린다면 로그는 수입차일까 국산차일까? 닛산코리아는 로그에 수입차 가격을 매길까, 국산차 가격에 맞출까? 별일 아닌 것 같아도 막상 따져보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르노 캡처.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한다. 국내 시장에는 QM3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브랜드의 국적만 놓고 보자면 수입차 같은 국산차는 더 늘어난다. 쉐보레 크루즈 오너는 미국차를, 르노삼성 SM7 오너는 프랑스차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쌍용 렉스턴을 타는 사람은 인도차를 몰고 있는 게 된다.

자동차 시장에 국적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M&A 때문이다. 서로 합치고 갈라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국적이 불분명해진다. GM은 캐딜락·쉐보레·올즈모빌·뷰익·새턴·폰티액·지오 등 여러 개의 디비전을 거느렸다. 이들 대부분은 인수합병으로 끌어들였다. 이 밖에도 호주 홀덴, 독일 오펠, 영국 복스홀, 스웨덴 사브, 한국 대우 등을 자회사로 끌어들였다. 이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즈모빌·뷰익·새턴·폰티액·지오 등이 사라졌고 GM대우는 실체는 그대로이지만 쉐보레로 편입됐다. 사브 역시 GM을 나와 떠돌다가 공중분해 됐다.

미국에 GM이 있다면 유럽에는 폴크스바겐이 인수합병의 대가로 꼽힌다. 부가티·벤틀리·람보르기니·아우디·세아트·스코다·스카니아·포르쉐 등 대중차부터 초호화 스포츠카 브랜드까지 모두 갖췄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부가티·벤틀리·람보르기니·아우디·세아트·스코다·스카니아·포르쉐 등 대중차부터 초호화 스포츠카 브랜드까지 모두 갖췄다.
인수합병의 주된 목적은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다.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규모 산업이다. 생산과 판매가 많아야 대량생산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플랫폼 하나를 만들어서 여러 브랜드에 돌려 쓸 수 있다면 효율성은 엄청나게 높아진다. 자동차 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500만 대 이상 생산 규모를 갖춰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한 폴크스바겐이 계속해서 인수합병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다임러와 결별한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와 손잡는 등 세력 키우기가 한창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1990년 대 후반에는 400만대 이상은 생산해야 하고, 6위 안에는 들어야 살아남는다는 그레이트 식스(Great Six) 이론이 나왔다. GM·포드·도요타·폴크스바겐·다임러-크라이슬러·르노-닛산이 이에 속했다. 안정권에 든 이들은 물론이고 순위 밖의 회사들도 6위 안에 들기 위해 규모 키우기에 나섰다.

인수합병은 규모 키우기와 더불어 약점을 보강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 브랜드 또는 첨단기술이 필요한 후발 주자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약점을 채운다. 포드는 링컨이라는 고급 브랜드가 있지만 포드 브랜드 때문에 대중차 이미지가 강했다. 고급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급 브랜드가 필요했다. 포드는 재규어·랜드로버·애스턴마틴·볼보를 ‘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PAG)’으로 묶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PGA 브랜드는 포드에 녹아들지 못하고 결국 다시 방출됐다.

인수합병은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높다. 국적을 달리 하는 서로 다른 조직이 하나로 합치는 일은 쉽지 않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세기의 실패로 꼽힌다. 두 회사는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상호보완 효과와 시너지 창출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됐다. ‘천상의 결혼’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세기의 인수합병은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합병 직후 두 기업의 통합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역량의 통합이 아닌 서로 간섭하지 않는 분리정책이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시장 인수합병은 경제 논리가 작용한다. 요즘 인수합병의 주역은 중국과 인도다. 이미 중국은 자국내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 기업은 합자회사 형태로만 진출을 허용했다. 넓은 의미로 합병이 지속되어 온 셈이다. 이제는 좀더 적극적인 인수합병이 이루어진다. 포드 밑에 있던 볼보는 지리 자동차로 넘어갔다. 1986년 냉장고 공장으로 시작해 1990년대 말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신생 자동차회사 지리가 볼보의 주인이 됐다.



중국 지리자동차로 넘어간 볼보. 고급차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대형 SUV와 세단에 많는 투자를 하고 있다.
푸조와 시트로엥으로 이루어진 프랑스 PSA 그룹은 중국 둥펑에 14%의 지분을 매각했다. 둥펑이 PSA의 대주주가 되면서 100년 넘게 이어온 푸조 가문의 지배체제가 막을 내렸다. PSA가 어쩔 수 없이 엎드린 비극적인 상황은 아니다. PSA는 둥펑을 통해 급성장 하는 중국 시장에 수월하게진출하게 됐고, 둥펑은 반대로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자동차 인수합병은 오랜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합병 후 다시 결별하거나 인수된 브랜드가 다시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성공사례는 르노와 닛산, 현대와 기아 정도다. 닛산은 일본 2위 자동차 회사로 승승장구하다가 밑바닥까지 추락했고, 르노와의 제휴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현대는 기아 인수를 통해 규모를 키워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한단계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고급차의 대명사로 꼽히는 롤스로이스. 영국 브랜드이지만 현재 소속은 독일 BMW다.
인수합병으로 자동차회사의 국적은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영국은 자동차 산업과 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로 꼽힌다. 영국은 전통과 감성과 기술을 골고루 갖춘 고급 브랜드가 많다. 롤스로이스·벤틀리·애스턴마틴·재규어·랜드로버·미니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브랜드가 영국 출신이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전부 뿔뿔이 흩어져서 다른 나라 소속이 됐다. 비단 영국 브랜드만의 얘기가 아니다. 본래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의 국적은 의미를 잃어 가면서 수입차와 국산차의 구분이 불필요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 생산한 차가 국내에 들어오고,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 브랜드로 수출만 하는 차가 국산차로 둔갑해 팔릴 수도 있다. BMW가 한국에 공장을 지어 국내에 팔 수도 있고,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이 외국 업체에 매각돼 더 이상 한국 업체가 아닌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기아차가 유럽에서 생산해 유럽에만 파는 씨드. 언젠가는 국내에 들어올 지도 모른다.
수입차가 국산차만큼 보편화되어 국산차와 수입차를 구분하는 인식이 줄어든다면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도 희미해진다. 그저 다 같은 자동차가 될 뿐이다. 지금은 국산차와 수입차의 점유율이 관심이다. 수입차가 얼만큼 성장했고, 국산차의 점유율이 어느 정도 하락 했는지 등에 민감하다. 앞으로는 국내에서 생산한 차와 해외에서 들어온 차로 구분하는 게 더 정확하고 신뢰 있는 통계로 여겨질 수 있다. 아예 국적 불문하고 브랜드로만 평가 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동차 회사들간의 가계도는 복잡해지지만, 사람들의 판단 근거는 더 단순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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