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의 승부수...카오디오 하만 인수 다음은 테슬라일까?
삼성 이재용의 승부수...카오디오 하만 인수 다음은 테슬라일까?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11.15 11:19
  • 조회수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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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다음 노림수는 전기차·자율주행차의 선두 기업인 테슬라 인수일까?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자동차 오디오 및 전장 전문기업인 하만(Harman)을 인수하기로 14일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112달러로 인수 총액은 9조2000억원(80억 달러)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번 하만 인수로 연평균 10% 내외의 성장을 하는 커넥티드카 전장 사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만의 주력 사업은 차량용 오디오를 기반으로 하는 커넥티드카 인포테인먼트, 자동차와 위치기반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를 주고 받는 텔레매틱스, 보안SW, 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OTA:Over The Air) 등이다. 지난해 매출 8조4000억원(70억 달러), 영업이익은 8400억원(7억 달러)에 달한다.

하만의 매출 중 65%가 전장사업이다.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하만은 프리미엄카용 오디오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AKG,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같은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41%로 1위다.이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장 점유율이 1위(24%), 인포테인먼트 전체는 2위(10%), 텔레매틱스도 2위(10%)다.

하만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바우어&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된 볼보 S90. 총 19개의 스피커에서 1400W의 출력을 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왔는데, 이번에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의 글로벌 선두기업인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전장사업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박상원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자동차의 신기술 추세가 기계공학에서 디지털을 바탕으로 한 전자장치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어 이번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일단 긍정적”이라며 진단했다. 이어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운전자 각각에 맞는 인터넷 맞춤형 서비스와 위치 기반을 이용한 엔터테인먼트 등 신사업 분야가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T 전문가 역시 삼성전자가 이번 하만 인수를 통해 5G통신 OLED 인공지능(AI) 음성인식과 UX 기술과 모바일, CE 부문에서 축적한 기술을 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으로 이전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TV와 스마트폰은 물론 가상현실(VR), 웨어러블 등 각종 제품을 자동차에 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는 "최근 IT 기술이 자동차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수한 기술과 폭넓은 사업분야를 고루 갖춘 기업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이번 인수를 계기로 고객들에게 더욱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주주총회와 관련 국가의 승인을 거쳐 2017년 3분기까지는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만은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당분간 기존 경영진에 의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 시대 성큼...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BYD 지분 투자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전장부품 사업 진출이 신호탄이다.  이런 밑그림의 시발점은 인수합병이다.  지난 8월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자동차 그룹 피아트 크라이슬러(FCA)의 자동차부품 자회사 마그네티 마렐리의 인수 협상을 시작했다.  인수가는 무려 30억달러(약 3조3500억원)로 삼성전자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FCA가 지분 100%를 보유한 부품업체다. 지난해 매출액은 72억6000만 유로(약 9조200억원)에 달한다. 삼성은 현재 마그네티 마렐리와 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자동차용 카메라 부문(삼성전기) 공동개발 파트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의 지분 5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가 끝나면 삼성전자는 전기차의 선두인 테슬라와 제휴하거나 인수하는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 테슬라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가 확실해지고 아무도 가지 않아 두려웠던 미로에 대한 지도가 가시화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기존 자동차 메이커 아닌  IT가 주도


그렇다면 자율주행차 개발의 키는 누가 쥐고 있을까. 지금까지 자동차 업계는 럭셔리 브랜드는 벤츠나 BMW, 대중차로는 도요타 · GM 등이 100년 가깝게 패권을 겨뤄왔다. 모두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보유한 전통 자동차 회사다. 이들의 경쟁우위 요소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내재화한 기계공학이다. ‘0과 1’로 대표되는 IT기술이 아니다. 기계공학은 경험과 개선의 학문이다. 실패의 노하우를 통해 일보 전진한다. 혁신적인 신기술로 판을 뒤집는 IT 산업과 다른 게임 방식이다.

자율주행차는 기존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미국 IT업계를 대표하는 애플 · 구글이 이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삼성 · LG전자도 점점 무게중심을 자동차 전장사업으로 옮기고 있다.  승부를 유리하게 바꿀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해 보인다.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시장 선도자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간에 시장 선도자로 도약할 답안은 인수합병에서 찾아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와병중인 상태에서 사실상 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기에 선제적 대응’을 화두로 삼았다. 삼성이 과거에는 내부 역량으로 사업을 키워갔다면 이 부회장은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에서는 지분 참여나 인수합병에 대해 망설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인 ‘아르고스 사이버 시큐리티(이하 아르고스)’의 지분 0.39%를 취득했다. 아르고스는 자동차 내 해킹을 실시간 감지 · 경보하는 알고리즘 특허를 출원한 회사다. 해킹 방지 기술은 자율주행차의 핵심 분야다. 이 부회장이 공을 들이는 바이오도 그렇다. 미국 ‘제약업계 애플’로 불리는제약사 퀸타일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지분 2.2%를 투자했다. 퀸타일즈는 임상시험 컨설팅, 신약 프로젝트 관리 같은 신약 개발 노하우로 유명하다. 알츠하이머 신약을 개발한 미국 바이오젠도 복제약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지분 8.8%를 투자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가 막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자동차 사업의 먹거리도 인수합병에서 찾을 수 있다. 전기차의 선두인 테슬라와 제휴하거나 인수하는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 인수가격이 10조원을 훌쩍 넘는 ‘빅 딜’이 예상되기 때문에 수많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입방아만큼이나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가 확실해지고 아무도 가지 않아 두려웠던 미로에 대한 지도가 가시화할 수 있다.

애플의 CEO 팀쿡(좌)과 테슬라 CEO 엘런 머스크(우)


실제로 IT업계 선두 기업인 애플은 2014년만 해도 테슬라 인수에 눈독을 들였다. 애플의 팀 쿡 CEO와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CEO가 이 때 만났다. 애플은 테슬라의 전기차 노하우뿐 아니라 2차전지 배터리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충전이 빠르고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테슬라의 배터리가 애플이 꿈꾸는 모든 제품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한 발 앞당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환상적인 결합은 테슬라의 주가 폭등으로 물거품이 됐다. 테슬라는 2015년 세단형 전기차 모델S를 포함 5만658대 판매에 그쳤다. 당초 목표치인 5만5000대에 못 미쳤다.

테슬라 모델S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전년 대비 60% 이상 성장한 8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아직 멀기만 하다. 2016년 10월 현재 1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엄청나다. 2016년 11월 10일 종가기준으로 약 295억 달러(33조1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테슬라 인수에 쓸 적정 자금을 최대 100억 달러로 추산한다. 그 이상이면 애플이 관련 직원을 고용해 직접 개발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비교해보자. 연간 55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2016년 11월 10일 종가기준)이 29조4000억원이다. 테슬라는 이제 겨우 5만대를 판매한다. 아직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단순히 시가총액을 비교해보면 테슬라가 고평가됐다는 것 보다는 미래가치에 있어 테슬라가 얼마나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브랜드에서 뒤져 있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고 추진하는 시스템만큼은 애플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의 전략 타워인 비서실에 과거 삼성자동차라는 큰 그림을 그려왔던 기획 기능이 아쉬워 보이는 게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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