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GM 한국에 남은 이유..이쿼녹스 신차 꼭 성공해야

한국GM 사태가 일단락됐다. 정부와 제너럴모터스(GM) 미국 본사가 70억5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 자금 지원에 합의하면서다. 한국GM은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법정관리를 모면하게 됐다. 미국 GM 본사의 적극적 개입, 여론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노조의 양보가 대타협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군산공장 폐쇄, 노동자 희망퇴직, 판매망 붕괴 등 큰 손실을 입었다. 아울러 한국GM 생산규모는 연산 50만대로 10년 전 잘 나갈 때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이제 기존 한국GM이 아닌 새로운 한국GM이 탄생하는 과정만 남았다.

산업은행과 GM이 합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살펴보면 한국GM 경영에 대한 GM 측 책임이 커졌다. GM은 우선주로 출자 전환하는 기존 대출금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을 포함해 총 63억달러(약 6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자금 투입 순서도 GM이 먼저하고, 산은이 나중이다.

그렇다고 한국GM의 완전히 생존한 것은 아니다. 생산부터 판매,AS까지 하루 빨리 정상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1,2년 내에 흑자를 내야 한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손실을 기록, 누적적자가 3조1315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런 악조건 속에 GM 본사는 어떤 판단에 근거해 한국에서 철수 대신 회생을 택했을까?

한국GM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판매 부진에 따른 가동률 저하→적자 누적→경영악화의 악순환이다. 이면에는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이 바뀐 것도 영향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GM은 2001년 9월 산업은행에 4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5200억원)을 주고 파산한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당시 헐값 매각이라는 시비는 있었지만 인수 직후 승승장구했다. 대우차의 경소형차를 중국에 현지조립생산(CKD) 형태로 수출했다. 뷰익과 쉐보레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단숨에 중국 시장 점유율 2위로 치고 올라갔다. 아울러 유럽과 기타 신흥시장에는 소형차를 내세워 수출 시장을 개척했다. 한국GM이 GM의 글로벌 생산 및 개발기지의 중요한 축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아울러 한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됐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GM이 곤경에 처하면서 한국GM의 순항은 함께 끝났다.

GM이 금융위기 떄 파산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방만경영이다. 자동차 이외에 금융 캐피털을 지나치게 키우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곳곳에서 적자가 누적됐고 파산으로 이어졌다.

<미국서 세단 포기한 포드의 충격 선언>

지난 3월25일, 미국 자동차 업계 2위인 포드 역시 대대적인 구조조정 전략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미국내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세단 라인업을 포기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익을 내는 SUV와 픽업트럭만 팔겠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형차 피에스타, 중형세단 퓨전, 준대형 세단 토러스 등을 단종한다. 스포츠카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머스탱을 제외한 모든 세단 라인업을 정리한다.  이를 통해 포드는 115억달러(약 12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절감에 나선다. 포드는 2022년까지 255억달러(약 27조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8%의 이익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절감을 통해 2020년까지 SUV 개발에 70억 달러(한화 약 7조5000억원)를 투자한다. 총 8종의 SUV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차종을 단순화하면서 신차 출시 주기(마이너 체인지 포함)를 평균 5.7년에서 3.3년으로 단축한다. 포드는 2020년까지 북미시장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약 90%를 트럭, 유틸리티차량, 상용차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의 70%보다 높아진 수치다. 이는 SUV 세그먼트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작용했다. 포드는 202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50%는 SUV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처뿐인 세계 1위 대신 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로 무장>

한때 미국 국부의 상징이었던 GM 디트로이트 본사

파산 이후 새롭게 태어난 GM의 전략 수정 시발점은 2014년 메리 바라 회장(CEO)의 취임이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1위 전략을 폐기하고 수익낮은 해외 사업에서 철수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구조조정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GM은 급속도로 미래차 핵심인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는 수익성을 확보한 거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상당 기간 적자가 누적된 국가에서는 철수해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는 것도 원인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급속히 SUV로 재편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업체가 기술력이 취약한 자율주행이나 전기차로 전환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GM은 2014년 포드보다 먼저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 판매에서 벗어나 과감한 전략 수정을 단행했다. 바라 회장은 “이제 GM이 내연기관 자동차 제품 경쟁력에서 독일·일본 업체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아울러 대표 브랜드인 캐딜락·뷰익·쉐보레 브랜드의 가치 재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미래 GM의 지속가능성의 관건으로 본 셈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완성차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데다 2020년대에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한 데 근거한다. 자율주행차는 현재처럼 차량을 소유하는 방식에서 탈피, 차량공유 서비스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라 회장이 주도한 구조조정은 확실한 명분을 갖고 빠르게 진행됐다. 철수 결정을 내린 곳 대부분은 오랜 기간 판매가 저조했던 지역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에서는 수출 생산기지만 남기고 내수 시장에서 철수했다. GM은 1995년 인도에 진출했지만 20년 넘도록 시장 점유율이 1%에 못 미쳤다. 마찬가지로 죽을 쑤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켰다.  2015년 인도네시아·태국·러시아 등에 있던 공장을 폐쇄했다. 인도네시아는 공장이 가동된 지 불과 2년 만이라 다소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어 유럽에서 독일 브랜드에 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자회사 독일 오펠, 영국 복스홀을 2017년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PSA)에 매각했다. 이런 의사결정 배경에는 자동차 사업 문외한으로 IT와 금융분야 경력으로 GM에 스카우트 된 재무최고책임자(CFO) 라인이 힘을 보탰다. ‘실적’이라는 숫자로 평가할 뿐 과거 GM이 투자의 잣대로 썼던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의미 없는 가치가 돼 버린 것이다. 과거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가 득세해 자동차 금융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던 게 GM 재무라인의 특징이었다. 바라 회장을 뒤를 받치는 재무라인은 첨단 IT와 금융계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한국GM 부활의 키를 쥐고 있는 중형 SUV 이쿼녹스가 6월 등장한다.

<SUV 이쿼녹스, 기필코 성공해야>

이런 구조조정의 여파는 한국GM로 튀었다.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로 알토란 같던 수출시장을 졸지에 잃게 되면서 군산공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오펠과 복스홀 매각으로 부평과 창원공장의 유럽 수출 생산 물량이 30%나 줄었다. 2007년 100만대가 넘던 한국GM의 생산 규모는 지난해 50만대로 쪼그라들었다.

바라 회장은 종종  “세계 시장에서 GM이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특정 시장에서 당분간 승리할 수 없다면 철수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강조한다. 그 동안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GM은 글로벌 판매대수로 폴크스바겐-아우디그룹,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다.

전체 규모는 줄었지만 세계 1, 2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GM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50대50으로 합작한 상하이GM은 지난해 중국에서 404만대를 판매해 전체 2위에 올랐다. 358만대를 판매한 미국 시장에서는 픽업트럭과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최대 흑자를 일궈냈다.

바라 회장은 구조조정으로 절감한 돈을 신기술 개발과 사업구조 재편에 투자했다. GM은 2016년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을 1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어 자율주행의 눈과 귀로 비유되는 ‘라이다’ 제조업체인 스트로브의 경영권도 매입했다. 미국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해 대주주가 됐다. 자체 차량공유 업체인 메이븐을 설립했다. 미래차 개발에 대한 발빠른 행보가 이어진 셈이다. 지난해 말 GM은 미국 주요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26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를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해 전기차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GM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서 선두 업체로 평가를 받는다. 이런 GM의 중장기인 전략을 고려할 때 한국은 매력적인 사업장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서비스는 엄청난 투자비를 들어간다. 초기 4,5년간은 적자가 이어지는 분야다. 자율주행차는 이르면 2021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전기차는 매년 판매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5%도 안 된다.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이런 GM의 글로벌 전략 아래 한국GM이 생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신차시장이 150만대 전후에 불과하지만 GM에는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우선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 개발에 필요한 요소가 상당 부분 있다. 굳이 LG화학이나 삼성SDI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2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3대 강국이다.

더구나 최근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의 절대적 1위 포털 네이버도 GM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네이버가 자율주행 분야로 입지를 넓히는 것도 중국 알리바바와 같은 맥락이다. 한국 소비자의 80% 이상이 이용하는 네이버의 딥러닝 파워는 GM 입장에서도 활용하고 싶은 요소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태도 역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

한국GM  협상 과정에서 노조와 정부는 GM 본사에 전기차 볼트EV의 일부 물량을 생산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GM 입장에서는 전기차 판매 비중이 낮은 한국에 생산 물량을 나눠 주기보다는 중국 생산 공장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미국 정부 역시 전기차 생산은 미국 본토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GM은 GM의 경소형차의 개발과 생산·수출을 전담한다. 하지만 경소형차는 대형 세단이나 SUV, 픽업트럭 등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게 근본 문제다.

한국GM이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크게 줄이고(생산성 향상) 결과적으로 신차 배정에서 새로운 중소형 크로스오버차량(CUV) 생산을 맡아 회생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키는 수익성이다. 신차를 배정해도 결과적으로 내수 및 수출 시장의 판매가 관건이다. 부진할 경우 GM뿐 아니라 어떤 글로벌 기업이라도 철수를 택하는 게 자본주의의 기본 속성이다.

한국지엠 경영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GM이 약속한 신차 2종이 투입되는 2020년 이후 흑자 전환을 전망한다. 국내 공장에 배정하는 신차는 차세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9BUX’, 1단계 개발이 진행된 차세대 글로벌 아키텍처 CUV 등 2개 차종이다. 삼일 측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SUV, CUV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흑자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한국GM이 신차 구매 선택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해야 편익이 늘어난다. 경영 정상화는 결국 판매가 살아나야 한다. 한국GM은 한국 시장에서 임팔라부터 말리부, 크루즈까지 주로 세단 라인업으로 승부했다. 2010년 이후 시장 트렌드는 SUV가 주도한다. 결과적으로 한국GM 판매 회복의 신호탄은 당장 5월에 나올 경차 스파크 마이너체인지 모델, 6월 데뷔할 중형 SUV 이znj녹스가 키다. 두 신차를 기반으로 한국GM이 당당히 재건되는 날이 올지 길어야 1,2년내 승부가 난다.

김태진 편집장 tj.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