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토막] 원형 교차로에서는 누가 먼저 가야 할까?
[자동차 한토막] 원형 교차로에서는 누가 먼저 가야 할까?
  • 이재욱 에디터
  • 승인 2017.04.05 04:03
  • 조회수 45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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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교차로라고 하면 십자형 교차로(cross road)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교차로가 항상 십자 모양은 아니다. 교차로의 사전적 정의는 '둘 이상의 도로가 만나 교차하는 곳'이다. 여러 개의 도로가 서로 만나고, 각 길에서 다른 길로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은 모두 교차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교차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지방 소도시를 시작으로 서울 시내 곳곳에도 설치되고 있는 것이 바로 회전 교차로(roundabout)다. 운전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과거 있었던 로터리(rotary)가 떠오를 것이다. 회전 교차로와 로터리를 통틀어 원형 교차로라고 부른다.

원형 교차로를 통과할 때면 늘 고민에 빠진다. 일반적인 십자 교차로는 으레 신호등이 있고, '먼저 진입한 직진 차량이 우선'이라는 원칙 덕분에 걱정이 없다. 하지만 원형 교차로에서는 교차로 안에서 회전 중인 차와 진입하는 차 중 누가 먼저 가야 하는 지,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

얄궂게도 회전 교차로와 로터리는 서로 규칙이 다르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갈 수록 늘어나는 원형 교차로, 누가 먼저 가야 하는 지, 왜 먼저 가야 하는 지 알아보자.



회전 교차로는 교통량이 많지 않은 곳의 안전하고 원활한 통행을 위해 설치된다. 주로 지방 도로나 주택가에 설치된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회전 교차로는 규모도 매우 작다는 뜻이다. 이런 도로에서 모든 차량이 원활하게 통과하려면 회전 도로 내의 차들이 빠르게 빠져나가줘야 한다.

만약 좁은 회전 교차로에 막무가내로 차가 진입한다면 회전하는 차들끼리 교통정체가 발생해 옴싹달싹 못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회전 중인 차가 우선권을 갖고 빠르게 원하는 방향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진입 차량이 기다려야 한다. 즉, 회전 중인 차가 우선권을 갖는 것이다.

이런 회전 교차로의 가장 큰 장점은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십자형 교차로에서는 신호가 끊어지기 전에 통과하기 위해 과속하거나 꼬리물기를 하는 등 교통법규 위반으로 사고 위험이 높다. 특히 점멸 신호등만 배치된 통행량이 적은 도로라면 좌우를 확인하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하다가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회전 교차로가 설치되면 회전 차량에 양보하고 교통섬 주변을 돌기 위해 자연스럽게 통과 속도가 줄어든다. 회전 교차로를 설치하면 교통사고율이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좁은 도로에서 각 방향으로의 교통 흐름을 훨씬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여러 장점 때문에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회전 교차로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2022년까지 전국에 회전 교차로 1592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반면 로터리는 통행량이 훨씬 많은 도심에 설치된다. 대형 랜드마크나 넓은 광장 주변을 도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은 차들이 동시에 돌기 때문에 통행 우선순위를 철저히 지키지 않으면 극심한 혼란과 정체가 야기된다.

로터리는 수시로 각 방향에서 차가 드나드는 회전 교차로와 달리, 일반적으로 신호등을 활용해 각 방향에서 오는 차량의 흐름을 제어한다. 다섯 개의 진출입로가 있는 로터리라 가정하면 A 도로에서 진입하는 차들이 다른 도로로 어느 정도 분산되기를 기다렸다가 B 도로, C 도로 등이 순서대로 차량 진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한 번에 많은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때문에 먼저 회전하고 있던 차들은 진입하는 차들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정차해야 한다. 회전 교차로와는 정 반대로 진입 차량이 우선권을 갖는 것.

유럽 도시에서는 이런 로터리를 많이 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개선문 주변을 빙빙 도는 자동차들을 볼 수 있다. 자그마치 12개의 도로가 개선문으로 모여들기 때문에 로터리가 아니면 사방팔방에서 진입하는 차들을 소화할 수 없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등 스페인 대도시에서도 심심찮게 로터리를 볼 수 있다.



로터리의 또 다른 규칙은 우측 차량이 우선권을 갖는 것이다. 로터리를 빨리 벗어날 차량은 우측 차로로 진입해 제일 먼저 로터리를 빠져나가고, 안쪽을 달리던 차는 로터리를 돌며 서서히 바깥쪽으로 이동하며 원하는 진출로로 나간다. 만약 제때 도로 바깥쪽으로 이동하지 못했다면 절대 무리해서 진출하지 않고 한 바퀴 더 돌면서 서서히 빠져나와야 한다.

이렇게 대형 교차로에 로터리를 설치하면 일반 교차로보다 훨씬 많은 교통량을 소화할 수 있다. 특히 십자형이 아닌 비정형 교차로라면 로터리가 큰 도움이 된다. 과거 신촌 오거리, 시청 앞, 숭례문 주변 등지에 로터리가 설치됐던 것도 여러 방향에서 오는 차들을 원활히 통과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 원형 교차로가 회전 교차로인 지, 로터리인 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보통 '작은 것'이 회전 교차로, '큰 것'이 로터리다. 또 회전 교차로에는 '회전 차량 우선'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표지판의 지시대로 회전 차량을 먼저 보내고 진입하면 된다.

만약 표지판이 없더라도 진입로에 정지선이 그려져 있다면 일단 정지해 회전 차량이 있는 지 확인하고 진입해야 한다. 반대로 로터리는 회전 차량이 진입 차량에게 양보해야 하기 때문에 교차로 안에 정지선이 그려져 있다. 로터리에 진입하는 차량이 있을 때는 그 정지선에 멈춰서 진입 차량들이 원활히 들어올 수 있도록 양보하면 된다.

이처럼 두 종류의 원형 교차로는 서로 그 용도와 사용법이 다르지만, 둘 다 교통 흐름을 개선하고 사고를 줄인다는 큰 장점이 있다. 신호를 기다리면서 연료를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 대기 환경도 개선되고 한여름의 도심 기온도 낮아진다. 광장이나 랜드마크 주변을 빙빙 돌며 매끄럽게 움직이는 차들의 모습은 도시 미관에도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원형 교차로의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는 운전자가 대다수다. 회전 교차로에서 막무가내로 끼어들어 회전 중인 차량이 급정거하게 만들거나 로터리 안쪽 차로에서 갑자기 우회전해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신호등에 의한 통제를 최소화해 교통 흐름을 개선하는 것이 주 목적인 원형 교차로는 운전자 상호 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과거 서울 시내에서 로터리가 사라진 것도 통행법을 무시하는 운전자들 때문에 사고가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독이 될 뿐이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 우리는 100만 명이 모여도 질서를 잃지 않는 선진 시민임을 당당히 증명했다. 이제는 도로 위에서도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질서를 준수하는 운전자가 돼야 할 때다. 어느 날 조용히 우리 곁으로 돌아온 원형 교차로, 오늘부터는 제대로 사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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