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현대차 N이 마력 경쟁을 원치 않는 이유..출력은 욕구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 국산차 시장에서 대중차에 '200마력'은 꿈의 숫자 와도 같았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출력이 됐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큰 덩치의 대배기량 대형차에서나 볼수 있었다. 2004년 출시한 폭스바겐 골프 GTi가 2.0L 터보엔진으로 200마력을 내자 ‘서민의 포르쉐’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였다.

6천만원대 전기차인 샤오미 SU7은 최대 673마력을 낸다.

파워트레인의 발전을 통해 특히 터보를 장착한 내연기관의 성능은 매년 높아져 갔다. 예전 슈퍼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출력과 가속력을 패밀리 세단에서도 어느 정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전기차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마력 인플레이션’은 점점 더 가속화 됐다.

 

그와 마찬가지로 고성능차 역시 계속 성능이 개선됐다. 고성능차는 자동차 브랜드 발전과 혁신의 일환이다. 20년전 BMW E46 M3는 343마력에 불과했지만 현행 M3는 최고출력이 510마력에 달한다.

 

자동차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숫자만큼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이 없다. 성능을 암시하는 수 많은 기록과 숫자가 절대적인 성능의 지표가 될 수는 없지만 동급 비교군 속에서 어떤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제조사들은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폭발적인 출력과 가속력을 강조한다. 테슬라가 고성능 트림인 플레드를 선보이면서 1천마력이 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중국 지리차 같은 경우 전기 미니밴이 500마력을 넘기기도 한다.

 

전기차 분야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 역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선보이면서 650마력의 높은 출력과 그에 상응하는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3.4초만에 가속하는 성능을 자랑했다. 누군가는 제한속도가 110km/h에 그치는 한국 고속도로에 고성능차가 꼭 필요하냐며 비아냥 댈 수도 있겠지만 고성능차 개발은 일반 대중차의 성능을 높이는데 기여를 한다.

 

대다수 제조사들이 높은 출력 경쟁을 펼치는 와중 현대차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현대차는 N을 소개하면서 숫자를 강조하기보다 운전의 즐거움을 가장 큰 강점으로 강조해왔다. 현대차 N 브랜드 매니지먼트실 박준우 상무는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전기차에서 마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리는 것은 쉽지만 우리는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지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오닉 5 N의 650마력을 온전히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적정 출력의 전기차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현대차 기술 고문인 알버트 비어만 역시 아이오닉 5 N 보다 더 작은 소형 고성능 전기차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따라서 아이오닉 5 N 보다 더 강력한 모델을 선보이는 것 보다는 모두가 즐거운 운전을 할수 있는 차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경쟁 브랜드의 고성능 디비전 모델도 준중형 정도 차체 크기에 300마력 언저리의 출력을 내는 것이 보통이다.

 

모터스포츠 업계에서는 200~300마력을 일반인이 스포츠 드라이빙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한계점으로 본다. 가장 양산차와 맞닿아 있는 모터스포츠인 WRC 랠리카와 TCR 레이스카 역시 350~380마력의 출력을 보여준다.

골프 GTi는 5세대 이후 20년 동안 단 45마력이 올랐다.

현재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을 제외하고 가장 운전의 재미가 좋은 차로 꼽히는 토요타GR 시리즈 역시 소형, 준중형 해치백 크기에 300마력 언저리의 출력을 갖췄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WRC에서는 최대 380마력까지 낼수 있지만 이 정도가 ‘적당선’ 이라는 것이다.

 

출력은 어떤 사람의 지위나 계급이 될수 없다. 출력은 ‘욕구’ 보다는 ‘필요’의 개념에 가깝다. 기술의 발전으로 풍족을 넘어선 출력 과잉의 시대다. 무의미한 1000마력 같은 숫자 경쟁 보다는 운전의 즐거움이 더 중요하다.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혹시 ‘욕구’를 위한 것은 아닌가?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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