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30 N’ 왜 안 들어올까? '역차별 vs 현지화'?
'i30 N’ 왜 안 들어올까? '역차별 vs 현지화'?
  • 이병주 에디터
  • 승인 2017.07.19 18:08
  • 조회수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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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고성능 해치백 ‘i30 N’을 선보였다. 최고출력 275마력,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 6.1초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강력하지만 현대차 모델 중 가장 높은 파워를 보유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주목받는 이유는 최초의 ‘N’ 모델이기 때문. 한국판 BMW M, 메르세데스-AMG로 매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반응도 뜨겁다. 유럽은 이미 사전계약에 들어갔다.

반면, 최초의 N은 국내 출시되지 않는다. 뜨거워질 법한 고성능차 시장에 찬물이 끼얹혔다. 해외 물량 역수입을 반대하는 노조와의 갈등이 가장 큰 문제다. i30 N은 유럽 체코 공장에서 생산된다. 뛰어난 성능으로 극찬 받고 있는 기아 시드(C’eed)가 비슷한 문제로 국내 반입되지 않는다. 역수입으로 판매할 경우 수익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i30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 200만대를 넘어선 인기모델이지만 국내서는 신통치 않다.

지난 2007년, 현대차는 해치백 i30를 선보였다. 당시 수입차 시장은 규모가 매우 작았다. 유럽 스타일 차량이 인기 끌리 만무했고 5도어 모델은 매우 드물었다. 전형적인 세단이 큰 사랑을 받았다. i30는 그럼에도 온전한 판매가 이뤄진 2008년 3만대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트렸다. 이듬해까지 월 2000대 이상 꾸준히 팔리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주문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파생모델 CW가 생각만큼 실적을 거두지 못했고 2011년 2세대 모델 출시 후 판매량은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출시된 3세대 신형 i30 마저도 참패를 면하지 못했다. 출시된 지난해 9월 172대, 온전한 판매가 이뤄진 10월 648대 팔렸다. 당초 사전계약된 1000건에 한참 못 미쳤다. 올해의 경우 총 2222대, 월 평균 370대가 팔렸다. 신차 효과를 보기도 전에 ‘버프’ 지속시간이 끝났다.

i30는 국내와 달리 유럽에서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모델 라인업만 4가지다. 기본형 5도어 모델을 기본으로 웨건 CW, 그리고 최근 선보인 고성능 N 그리고 패스트백이 추가될 예정이다. 다양한 라인업 도입은 그만큼 잘 팔리는 것을 반증한다. 200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유럽에서 83만 8491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는 10만 4672대가 팔렸다. 지난해 9월부터 판매된 신형은 국내에서 3599대를 기록한 반면, 유럽은 5만 2966대를 기록했다. 출고 당시 수요량 부족으로 남아있던 재고차를 20% 할인해 판매했음에도 14배나 차이난다.

사랑받던 i30가 갑자기 추락한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i30와 i40, 벨로스터 등에 적용한 ‘PYL’전략을 꼽는다. 프리미엄 유니크 라인업으로 분류되며 가격이 갑작스레 많이 올랐다. 1세대 i30가 한창 주가를 올렸던 2008년 동일한 준중형 모델 아반떼와 가격 차이는 140만원이다. i30 가솔린 모델 1280만~1855만원, 아반떼 가솔린 모델 1140만~1845만원에 팔렸다. 디젤도 마찬가지로 기본가격 140만원 가량 차이났다.

그랬던 것이 2011년 2세대로 진화하며 가격이 껑충 뛰었다. i30 1.6L 가솔린이 1845만~2005만원에 판매됐다. 아반떼는 1340만~1890만원으로 500만원 이상 비싸졌다. 수동변속기가 기본인 아반떼에 자동변속기 옵션 가격(약 150만원)을 더해도 350만원 차이난다. 2세대 i30는 리어 서스펜션이 기존 멀티링크에서 토션빔으로 변경되는 등 사양이 하향되기도 했다. 2014년 폴크스바겐 골프 판매량 7238대보다 적은 6644대를 기록해 동급 수입차에게 추월당한 최초의 국산차가 됐다. 신형 i30도 아반떼 대비 여전히 비싸다.

가격 뿐만 아니라 10년전에 비해 늘어난 경쟁 모델도 i30의 파이를 뺏어가는 중이다. 먼저 큰 차이 없는 성능과 연비 그리고 옵션으로 무장한 아반떼가 있다. 해치백을 선호하지 않는 이상 300만원 더 비싼 i30는 큰 매력이 없어 보인다. 디젤게이트 사태 후 중고 값이 저렴해진 폴크스바겐 골프도 있다. 7세대 신모델임에도 차량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비교적 신차에 가까운 주행거리 1~2만km 모델을 2000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막강한 할인으로 무장한 BMW 1시리즈도 i30의 경쟁 모델이다. 약 1000만원 가까이 할인되기 때문에 2500~3000만원 선에 독일 해치백 신차를 구입할 수 있다.

현대차는 i30의 기본 가격을 낮추고 옵션을 보다 꼼꼼히 고를 수 있는 2018년형 모델을 출시했다. 그럼에도 이미 무너진 ‘핫해치’의 이미지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올들어 판매량이 조금씩 증가해 지난 3월 620대로 정점을 찍었으나 다시 월 평균 360대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이럴 때 고성능 모델의 등장으로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자동차는 i30 N 대신 올 하반기 출시될 신형 벨로스터의 N 버전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달랠 방침이다. ‘벨로스터 N’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1세대와 동일한 비대칭 도어가 특징이며 i30 N과 비슷한 파워를 자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신생 고성능 브랜드 'N'은 더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일 방침이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제네시스에도 적용된다. 내달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제네시스 G70와 새롭게 출시될 스포츠 쿠페 등 다양한 N모델이 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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