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택배·학원용 디젤차 싫어...현대차 전문가, 전기상용차 승부
[단독]택배·학원용 디젤차 싫어...현대차 전문가, 전기상용차 승부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17.07.31 21:40
  • 조회수 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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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개발 1인자 이재완(전 현대차 상품본부장) 이모솔 이사회 의장

시커먼 배출가스 뿜는 택배•학원용 디젤차 대신 전기상용차로 승부수

“택배용 소형 트럭(1톤 디젤)은 하루 주행 거리가 50km 미만입니다. 대부분 길가에 시동을 켜놓고 발암 물질로 의심받는 시커먼 매연을 내뿜은 채 배달하기 바쁩니다. 노란색 학원차도 마찬가집니다. 유치원 아이들을 태우고 내리면서 매연을 뿜어 내죠.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택배 차량은 시동을 꺼야 할 정돕니다 이처럼 짧은 주행거리에 사용되는 택배 및 학원차는 미세먼지를 단 하나도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가 제격입니다. 전기차는 테슬라 같은 승용차보다 상용차부터 우선적으로 보급돼야 합니다.”

전기상용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이재완(65·사진) ㈜이모솔 이사회 의장(회장)의 천금 같은 분석이 ‘디젤 시대의 종언’과 함께 눈길을 끈다.

이모솔은 소위 택배 전용차량으로 불리는 소형(1톤) 디젤 트럭을 대신할 전기상용차를 2020년부터 연간 5만대 이상 양산할 계획이다. 기존 소형 상용 트럭부터 노란색 학원 버스, 소형 밴까지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미 컨셉트디자인 개발을 마쳤다. 차량 기본 설계도 절반 이상 진행됐다. 2018년 상반기 부산모터쇼에 전기 상용차 콘셉트카를 출시하는 게 1차 목표다. 올해 8월부터는 전기상용차 생산 부지와 설비투자를 위한 투자금 유치에 나선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부지 무상 제공을 제안했다. 선 투자비 200억원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 독점한 소형 상용차, 신차개발 없이 매년 7%씩 올려



이모솔은 전기상용차 플랫폼으로 다양한 모델을 생산한다. 1톤 트럭, 냉장용 탑차, 은행 현금수송차량으로 주로 쓰이는 밴, 학원이나 기업에서 사용할 밴과 소형 버스 등이다.

현재 1톤 소형 상용차 시장은 현대차 포터, 기아차 봉고가 60:40 비율로 나눠 먹는다. 현대기아차가 독점하는 시장이다. 100% 디젤 엔진을 장착한다. 연간 시장 규모는 17만대 정도다. 독점 시장이라 신차 개발도 미진하다. 10년 넘은 모델을 그대로 판다. 현대차 포터의 신차 개발 주기는 10년이지만 13년 넘게 모델 변경 없이 판매 중이다. 마찬가지로 동력 장치도 변함 없이 디젤 엔진이다. 주 고객은 대부분 자영업자인데도 매년 가격은 7% 이상 오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매년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 오를 것이라는 데 있다. 이 의장은 “포터·봉고는 앞으로도 디젤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D(2019년), 2024년 유로7을 맞추려면 엄청난 투자비가 필요해 10% 이상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1톤 트럭은 전기상용차가 정답”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미 디젤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이 찍힌 상태다. 질소산화물의 67%를 경유차량에서 배출한다. 화물차량 대당 CO2 배출 역시 4.8톤에 달한다(연간주행거리 2만km 기준).

이모솔은 우선 이 가운데 매년 5만대 이상을 전기상용차로 바꾸겠다는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이 계획대로만 실현돼도 도심 공기 질은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

이 의장은 내로라하는 자동차 상품개발 전문가다. 서울대 공업교육(기계 전공)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현대차에 입사해 33년간 연구소와상품기획, 마케팅본부를 오가며 상품기획을 맡았다. 현대차의 신차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첫 독자 모델인 ‘포니’부터 YF 쏘나타,싼타페,그랜저XG, 제네시스까지 그가 손을 대면 상품성이 좋아져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서울대 공대 동기인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주로 해외 상품을 맡으면서 1980∼90년대 현대차 상품본부를 이끈 ‘투 톱’이었다.


신차개발 손만 대면 대박,마이더스의 손



상품기획본부장(부사장)을 지내고 2007년 말 퇴사했다. 1년간 고문으로 휴식을 취한 뒤 2010년부터 쌍용차 기술개발부문장으로 2016년까지 근무하며 투리스모, 쌍용차의 대박 상품인 티볼리를 개발했다. 국내 신차 개발과 관련된 최고의 상품통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다. 40년 가까이 내연기관 차량을 개발해 온 셈이다.

이모솔은 경력 20년 넘은 현대•쌍용차 연구소 및 상품,구매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디자인은 송재은 전 현대차 일본 디자인센터 디자이너가 이끈다.  전기차 파워트레인 개발은 김철수 전 현대기아차 연구소 전기차개발 부장(기계공학 박사)이 합류했다.  조영호 현대차 수출상품팀 과장(뉴욕대 MBA)이 시장분석 담당 이사를, 박호석 전 현대기아 연구소 제품기획실 차장이 상품기획을 맡았다. 전기상용차 선행 개발은 탁인수 전 쌍용•르노삼성 선행개발실장이 이끈다. 8월 현재 직원은 20여명이다.

이재완 의장은 주위에서 전기차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때 이런 사례를 든다. 2000년대 초, 현대차가 쌍용차에게 밀릴 정도로 취약했던 SUV 시장에서 싼타페로 시장을 뒤집었던 경험을 전기상용차에 접목하겠다고 강조한다.

“1990년대 후반 중형 SUV로 싼타페를 개발할 때 당시만 해도 SUV 디자인 트렌드는 직선 위주의 박스 형태 였습니다. 지프, 포드 이스케이프, 현대 테라칸이 이런 스타일이었죠. 1년에 한 번 가볼까 말까 하는 오프로드 중심으로 개발된 SUV 였습니다. 실제 소비자는 오프로드보다 도심형 SUV를 원했지만 모두 타성에 젖어 ‘SUV=각진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을 때였죠. 초대 싼타페는 과감히 도심형으로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현대차 미국 LA의 디자인센터에서 미국인 디자이너 주도로 도심에 어울리게 직선 대신 곡선을 사용해 볼륨감 있게 스타일링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파격적이었죠. “

싼타페 콘셉트 모형을 놓고 품평회에서 판매 담당들은 ”SUV 트렌드에 안 맞아 못 판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당시 이 의장은 “도심형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경영진을 설득했다. 최고경영진의 수락 아래 싼타페는 원래대로 도심형으로 출시됐다.

“판매본부에서 가격이라도 싸야 팔 수 있다고 주장해 실내 소재까지 싸구려 플라스틱을 사용했지요. 못내 아쉬웠는데 이게 대박이 났어요. 쏘나타를 뛰어넘는 연평균(수출 포함) 20만대를 육박(6년간 110만대)하는 기록적인 판매를 올리면서 영업이익률이 무려 20%가 넘게 나온 현대차의 초대박 상품이 됐지요.“


소비자·운전기사 매연 없는 전기상용차 대환영



그는 이런 성공 요인을 전기차에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SUV 트렌드였던 각진 박스 형태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도심형 SUV로 개발해 소비자의 니즈를 끌어냈다는 점이다. “남들과 다른 콘셉트, 그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면 시장은 충분하다”는 게 이 의장의 주장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전기차를 만들어 줘야 판매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국내 전기차 개발 트렌드는 승용차에 맞춰져 있지만 이는 소비자의 ‘니즈’와 거리가 있죠. 주행거리가 짧으면 소비자가 외면합니다. 1톤 디젤이 독점한 택배 차량은 전기상용차로 가장 먼저 대체할 수 있습니다. “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승용 전기차보다 이런 전기상용차 개발이 활발하다.

“테슬라 같은 승용 전기차는 주행거리를 늘리려고 고가 정책을 폅니다. 주행거리를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하게 300km 이상 가능하게 하려면 수 천만원 하는 2차전지를 많이 달아야 합니다. 이는 그대로 1억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으로 이어집니다. 소형 전기 승용차의 보조금을 제외한 원래 판매가는 대부분 5000만원 내외로 비쌉니다. 택배 전기차는 완충 후 주행거리를 80km 정도로 잡아도 충분합니다. 이럴 경우 가격을 3000만원대(2020년 양산 시점)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를 전혀 내뿜지 않는 택배 전기차는 어디서나 환영을 받을 겁니다. 운전기사도 좋아합니다. 매연과 덜덜거리는 진동에 시달리지 않고 조용한 전기상용차를 탄다는 거죠. “

택배용 전기상용차 충전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그는 ”운전기사의 집이 아닌 물류 집하장에 대형 충전소를 설치해 밤 사이 충전을 한 뒤 운전기사는 집하장에 출근해 해당 지역을 커버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모솔에서 개발한 전기상용차 플랫폼을 사용하면 군사용으로도 개발이 가능하다. 이 의장은 “미군은 이미 전기상용차의 강점인 정숙성을 내세워 험비 같은 군용차 개발을 마치고 실전 배치를 저울질 하고 있다”며 “군용차 개발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의장을 말을 듣고 있으면 2018년 5월께 부산모터쇼에 선보일 전기상용차 콘셉트카 대박이 점쳐진다.


택배차량부터 매년 전기상용차 5만대 공급


그는 “전기상용차 콘셉트 디자인과 기본 설계는 올해 상반기 끝냈다”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생산에 들어갈 부지와 생산설비를 마련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자동차 부품업체와 소재업체에서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약속했다고 한다.

한편 이모솔은 전기자전거 사업에도 일찍 진출했다. 전기차 개발의 노하우를 전기자전거 개발로 이미 내재화한 셈이다. 관련사인 파워라이드는 지난해부터 전기자전거를 시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부터 판교역에 전기자전거 30대(모델명 페모)를 배치해 한 달간 시범운영을 끝냈다. 출퇴근 때 직장인들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호석 파워라이드 부사장은 “판교테크노밸리에서 판교역까지 걸어서 출퇴근을 하기에는 애매한 거리”라며 “4km 정도 출퇴근 거리에는 전기자전거가 제격”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3년에 걸친 전기자전거 개발로 2차전지의 특성과 전기상용차 개발의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덧붙인다.


지자체에 출퇴근용 전기자전거 공급



판교역에서 운행할 전기자전거 ‘페모'는 250W모터와 24V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60㎞ 운행이 가능하다. 자전거 페달 주행으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20인치 작은 휠이라 도심에서 타기 적합하다. 운행은 카카오톡플러스를 통해 이뤄진다. 승차를 원할 경우 카카오톡플러스에 파워라이드와 친구맺기를 한 후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사용할 수 있다. 이용이 끝나면 카카오톡플러스 지도상에 반환 위치만 표시하면 된다. 박 부사장은 “배터리 잔량과 자전거 위치, 주차 장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앱을 하반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이 회사는 이런 전기자전거를 경상북도 경주에 관광용으로 보급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그동안 자전거가 아닌 ‘연료에너지를 사용한 원동기로’ 분류돼 확산에 제약이 많았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거나 헬멧 착용 없이는 운행이 불가능했다. 내년 3월부터 시속 25㎞이하로 달리는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로 인정되면서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됐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전기자전거 3개 모델로 600대 가량을 국내외에 판매했다”며 “내년에는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로 분류되면 판매와 이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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