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에 왠 터보? 911 카레라S는 마약 중독일까
포르쉐에 왠 터보? 911 카레라S는 마약 중독일까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6.20 14:37
  • 조회수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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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엔지니어들은 모터스포츠 경험과 기술력을 일상의 데일리카에 접목시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스포츠카를 만들었다. 레드라인까지 rpm이 솟구치면서 터지는 칼칼한 사운드가 터보 엔진에서 밋밋한 배기음으로 변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 이 글은 커피·섹스 & 포르쉐 911카레라 S  ① 에서 이어집니다.

스포츠카의 진보

포르쉐는 60여 년간 3만번이 넘는 우승을 차지하며 모터스포츠를 무대로 성장해왔다. 극한의 성능이 요구되는 레이스는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단련시키는 최고의 테스트베드다. 하지만 포르쉐는 레이스카가 아닌 스포츠카다. 포르쉐 엔지니어들은 모터스포츠 경험과 기술력을 일상의 데일리카에 접목시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스포츠카를 만들었다. 카레라 S 역시 부드럽게 굴곡진 외형과 카브리올레의 화사함에도 불구하고 포르쉐의 모터스포츠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자 이제 카레라 S의 고삐를 부여잡고 거리로 나가보자.

땅을 박차고 나가는 반응은 더 공격적이다. 1700rpm부터 뿌려지는 최대토크의 파괴력 때문이다. 포르쉐의 트윈 터보는 아주 부드럽게 상승곡선을 그려 최고속도까지 치고 올라가는 동안에도 울컹거림이 거의 없다. 포르쉐 전용 더블클러치(PDK) 변속기는 빠른 변속으로 카브리올레를 4.1초만에 시속 100km 속도로 올려놓는다. 터보랙도 거의 느끼기 힘들다.

런치콘트롤을 사용하거나 시속 120Km가 넘어가면 차체에 붙어있는 리어 스포일러가 작동해 후미로 흐르는 바람을 안정시킨다. 리어 스포일러는 엔진 쿨링이 필요할 때도 스스로 작동한다. 엔진룸으로 더 많은 공기를 유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적극적으로 토크를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 게다가 이렇게 운전하다가는 타이어를 며칠에 한번씩 바꿔야 한다. 그럼에도 파워 전달을 인상적으로 개선한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신형 911에 도입한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에 포함된 런치콘트롤은 20초 동안 부스터 기능을 한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하거나 추월이 필요할 때 이 버튼을 누르면 시내에서도 짬짬이 포르쉐의 가공할 파워를 느낄 수 있다.

배기량이 줄고 터보 엔진을 얹은 만큼 사운드는 조용해졌다. 레드라인까지 rpm이 솟구치면서 터지는 칼칼한 사운드가 터보 엔진에서 밋밋한 배기음으로 변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지붕을 벗기고 달리면 고속일수록 엔진음이 바람소리에 흩어진다. 그대신 ‘사운드 심포저’로 맛을 살렸다. 장치를 켜면 엔진 사운드가 실내로 들어와 마치 스피커로 듣는 것처럼 배기음이 생생하다. 가상의 사운드를 재생하는 게 아니라 흡기 파이프에 호스를 달아 실내로 연결했다. rpm이 올라갈수록 그르렁 소리가 커지면서 귀가 멍멍하다. 심장도 따라서 쿵쾅거린다.

[su_quote]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성능 변화는 높이 살 만하지만 시류에 따르는 모습은 포르쉐 답지 않다. 규제 때문에 모든 차들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지만 포르쉐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이승우_ 강할 때는 극단의 퍼포먼스를 발휘하고 부드러울 때는 한 없이 편하다. ‘에브리데이 스포츠카’ 콘셉트를 아주 잘 살렸다.
임유신_ 카브리올레답게 지붕을 열고 달릴 때에는 낭만이 가득하다. 힘줘서 달릴 때에는 속도감이 몇 배는 더 커져서 체감 성능은 쿠페보다 역동적이다.[/su_quote]

‘문명화’된 주행 성능


터보엔진 외에 가장 큰 변화는 주행 안정성이다. 911 카레라 신모델은 차체제어 전자장치 부분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 포르쉐 서스펜션 시스템(PASM, Porsche Active Suspension Management)이 처음으로 기본으로 달렸다. 스포츠 모드에서 스로틀 맵핑과 함께 댐퍼 세팅을 조절하면서 차고를 10mm 더 가라앉힌다. PDK 기어는 PTV 플러스라는 시스템을 갖췄는데 디퍼렌셜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이런 장치들이 대부분 출발과 코너링에서 차체를 제어하면서 서스펜션 강도, 브레이크 밸런스, 안티롤바를 조절한다.



주행모드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사용자 모드다. 택하는 모드에 따라 주행성능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 회전수가 상승하면서 댐퍼가 어떤 상황에서든 바퀴를 노면에 달라붙게 하도록 대기한다. 코너링에서도 차가 스스로 주행방향을 해석해 가장 빠른 탈출 라인을 찾아낸다. 하드한 코너링에서 아무리 험하게 차를 돌려도 알아서 자세를 잡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차체가 ‘문명화(civilized)’ 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누가 운전을 하더라도 운전자의 수준과 특성에 맞춰 최적의 세팅을 찾아주는 보조장치들 덕분이다. 오리지날 포르쉐 구루 들에게는 좀 낯설기도 하다.

반면 노멀 모드에서의 주행감은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과속방지턱이나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갈 때도 적당히 부드럽게 넘어간다. 스티어링 역시 무겁지 않고 기분 편할 정도로 무게감을 지닌다. 스포츠 주행의 다이내믹과 일상의 안락함을 모두 잡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GTS가 젊은 취향이라면 카레라는 좀 더 폭넓은 계층을 아우른다. 포르쉐의 911 카브리올레 포지셔닝 전략 또한 ‘올 데이 패밀리카’다. 물론 1억6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트렁크 사이즈가 135L에 불과한 이 차를 패밀리카로 사용할만한 패밀리는 그리 흔치 않다. 게다가 4인승이지만 성인이 뒷좌석에 앉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카레라 S 카브리올레’는 그 이름만으로 매혹적이다. 레이싱 트랙에서 베를린 필이 연주하는 발퀴레를 들으며 420마력을 터뜨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루프를 열고 하늘을 안으며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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