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전동화 흐름…멈추지 않는 내연기관의 진화
거센 전동화 흐름…멈추지 않는 내연기관의 진화
  • 이주효 에디터
  • 승인 2021.01.20 09:00
  • 조회수 1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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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친환경과 고효율을 목표
- 끊임없이 발전하는 내연기관

친환경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블룸버그 NEF(New Energy Finance)가 발표한 보고서 ‘2019 전기차 전망(Electric Vehicle Outlook 2019)’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에 200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판매됐으며, 2025년을 기점으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2021년에도 내연기관은 우리의 이동을 책임지는 주요 동력원이다. 1879년 독일의 칼 벤츠가 2행정 가솔린 엔진의 특허를 등록한 이래로 내연기관은 자동차의 심장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내연기관은 친환경을 목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내연기관개론’의 저자이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계공학과 교수인 존 헤이우드(John Heywood) 박사는 2050년에도 승용차의 60%가 여전히 내연기관 엔진에 의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2050년 내연기관 엔진의 대부분은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존 헤이우드 박사가 발언한 내용의 핵심은 내연기관 엔진이 향후 30년간 어떤 형태로도 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이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고효율과 친환경을 목표로 엔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엔진은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따라 배기량을 낮추고 터보차저를 달아 효율을 높인다. 전동화 물결에 맞서 내연기관의 수명을 연장해 줄 다양한 혁신 기술을 정리했다.

첫 번째는 인피니티가 개발한 VC-T(Variable Compression Turbocharged, 가변 압축비 터보차저) 엔진이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가변 압축비 엔진이다. VC-T는 엔진 상태에 따라 스스로 압축비를 바꿔 성능과 효율을 높인다. 기술의 핵심은 멀티링크가 연결된 크랭크 샤프트에 있다. 이 기구로 빠른 가속이 필요할 땐 압축비를 8:1까지 내리고, 연비 위주의 순항에선 14:1까지 높인다. VC-T 기술이 처음으로 들어간 2.0ℓ 터보 엔진의 QX50은 기존 V6 모델 대비 연비가 27% 개선됐다.

두번째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다. 엔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기모터의 힘을 빌린 하이브리드 형태다. 기존 하이브리드와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48V 고전압 시스템으로 엔진에 걸린 여러 장치를 전동화해 효율을 높인 것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냉각수 순환 장치, 에어컨 컴프레서 등 기존에 엔진의 힘을 빌렸던 많은 장치를 전기모터로 구동한다. 엔진은 온전히 달리는 일에만 집중해 기존보다 10% 이상 효율이 개선된다. 또한 고전압 전기모터는 터보차저의 임펠러를 돌리기도 한다. 과급 시점을 앞당겨 터보 엔진의 단점인 터보 래그(터보 지체 현상)를 상쇄한다. 아울러 일부 모델에선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장착한 발전기가 약간의 구동력을 더하기도 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시스템이 간결하고 장점이 많아 여러 자동차 제조사가 적용을 늘려가고 있다. 현대차 역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유럽 판매용 투싼에 적용했다. 현대차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컨버터 일체형 배터리 시스템을 탑재해 부피와 무게를 줄인 것이 특징이며, 연비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 엔진보다 최대 7% 감소했다(2.0 ℓ 디젤 모델 기준)

세번째는 토요타의 다이내믹 포스 엔진이다. 설계의 초점을 오로지 효율에 맞춘 엔진이다. 가장 큰 특징은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를 더한 다운사이징이 아니라, 자연흡기 방식으로 효율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이 엔진의 열효율은 40%로 가솔린 엔진 중 최고 수준이다. 당연히 성능 면에서도 개선을 이루었다. 출력은 기존의 2.5ℓ 엔진보다 11% 향상됐으며, 최대토크 역시 7% 이상 높아졌다.

토요타는 완전한 연소를 위해 흡기와 배기 밸브 사이의 각도를 31°에서 41°로 넓히고 공기 통로를 반듯하게 설계해 공기 흐름을 개선했다. 또한 엔진 스트로크의 길이를 늘이고 압축비도 10.4:1에서 13.0:1로 높였다. 아울러 강화 커넥팅 로드, 저마찰 체인, 경량 피스톤, 피스톤 스커트 표면 처리 등 내구성을 높이고 동력 손실을 줄이는 기술도 대거 적용했다. 토요타는 다이내믹 포스 엔진이 기존 엔진보다 약 15%의 연비 개선 효과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기아차는 흡기 밸브가 열리는 시간을 자유롭게 제어해 성능은 높이고 배출가스는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가변 밸브 듀레이션)라 불린다. 이론적으로 엔진은 흡기 밸브와 배기 밸브의 제어 방법에 따라 성능과 연비가 달라진다. 따라서 밸브 개폐 제어 기술은 모든 자동차 제조사의 연구 분야다. 기존의 밸브 제어 기술은 밸브 개폐 시점(타이밍)을 제어하거나, 밸브의 개폐 양(리프트)을 제어해 성능을 높였다. 하지만 CVVD는 밸브의 개방 지속(듀레이션, Duration) 제어, 즉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상황에 맞게 조정한다.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은 포르쉐가, 가변 밸브 리프트 기술은 BMW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만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기술은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초다. 현대기아차는 일본, 중국, EU 등 주요 국가에 각각 100여 건에 이르는 CVVD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CVVD 기술의 핵심은 밸브 개폐 시간을 자유롭게 제어한다는 점이다. 복잡한 제어 능력이 필요하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캠에 연결된 링크가 캠의 속도를 조절해 밸브의 개폐 시간을 1400단계로 제어하는 것이다. 기존의 밸브 제어 기술은 성능과 연비 사이에서 타협을 해야 했지만, CVVD는 상황에 따라 이상적인 제어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엔진 성능은 4%, 연비는 5% 향상됐고 배출가스는 12% 줄었다. CVVD 기술이 적용된 신형 쏘나타(DN8)와 이전 쏘나타(LF)를 비교하면 연비 개선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쏘나타 뉴라이즈 1.6 T-GDI의 연비는 리터당 12.8km, 쏘나타 센슈어스는 리터당 13.7km로 연비가 약 7% 향상됐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128g/km에서 122g/km로 줄었다. CVVD는 성능과 친환경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속성을 모두 잡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 엔진 개발을 중단을 속속 선언하고 있다. 볼보는 디젤 엔진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모든 라인업을 하이브리드 혹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대체하고 있다. FCA도 오는 2022년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도 디젤 모델을 퇴출하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엔진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 연구인력을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현대차는 지금까지 개발 완료한 엔진에 대해 일부 개량형만 추가하고 신규 디젤 엔진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망선고가 떨어진 내연기관이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발전된 형태로 향후 이삽십년은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효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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