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훈 사장 영장 기각, 르노삼성 경영 공백 면했다
박동훈 사장 영장 기각, 르노삼성 경영 공백 면했다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8.0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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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15년 만에 한국인 박동훈 사장, 공장·연구소 돌며

“나는 세일즈 전문가, 모르는 분야는 믿고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책임 경영 강조

김태진 기자 tj.kim@globalmsk.com

르노삼성자동차가 현직 대표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일 '폭스바겐 게이트' 연루 혐의를 받는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수사 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내지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7일 박 사장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과 사문서변조ㆍ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검찰이 지난 1월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수사에 착수한 이래 처음으로 사장급 인사에게 청구한 영장이다.

박 사장이 그동안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어 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한 후 조만간 박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주에 현직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 사장도 소환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01년 르노에서 인수한 이래 2016년 3월까지 줄곧 프랑스인 사장이 맡아 왔다.올해 3월말 취임한 박 사장이 첫 한국인 사장인 셈이다.그는 이후 공장과 연구소, 지역 판매본부 등 현장을 돌며 “나는 세일즈 전문가다. 내가 모르는 부분에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책임감 있는 자세로 일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

지난달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만난 연구소 간부는 “오랜 만에 의사소통이 잘 되는 한국인 박동훈 사장이 와서 분위기가 최고조인데 폴크스바겐 사태 여파로 구속되면 회사가 휘청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2005년 폴크스바겐코리아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2013년까지 근무했다. 사장 재직 기간이던 2010년 8월부터 2013년 7월까지 배출가스와 연비ㆍ소음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됐을 경우 르노삼성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했었다. 상반기 SM6 판매 호조로 내수시장에서 현대 쏘나타를 위협했다. 이어 다음달에는 중형 SUV QM6 신차 발표를 앞두고 있다. QM6는 월 수출 대수가 1만대에 육박하는 호조를 보이는 전략차종일 뿐 아니라 내수에서 월 5000대 판매가 가능한 대박 차종이다. 아울러 노사와 '2016년도 임금ㆍ단체협상' 일정도 목전이다.


르노삼성의 모회사인 르노그룹은 박 사장이 구속될 경우 일단 ‘직무정지’를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1심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후임 대표 선임을 미루는 것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박 사장 취임 이후 판매실적뿐 아니라 프랑스 르노 본사와 의사소통에서 ‘합격’ 이상의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박 사장은 폴크스바겐 게이트 여파로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하반기 신차 출시와 임단협을 차질 없이 완수해 올해 내수 10만대로 완성차 업계 3위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르노삼성은 일단 경영 공백이라는 최악의 사태에서 벗어나게 됐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내수 7352대, 수출 1만1131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7%, 2.9% 증가했다. SM6만 4508대가 팔렸다. 올해 1~7월 판매량은 SM6 돌풍 효과로 14만2413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1%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기업 입장에서 왈가왈부 할 수는 없지만 박 사장이 현직 대표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하고 확실한 혐의가 입증되면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후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수감하는 게 경영 공백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르노삼성은 15년 동안 프랑스인 사장들이 재임하면서 부산공장 투자를 멀리하고 르노 본사 이익 확보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전임자였던 장 마리 위르띠제 사장과 프로보 사장의 부실 경영 여파로 위기에 빠졌던 르노삼성에 박 사장은 단비와 같은 ‘메이저리그 급’ 구원 투수다. 더구나 박 사장의 범죄 혐의는 전직인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 때 일어난 것이다. 최소한 검찰은 이런 점을 감안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해 기소하는 것이 르노삼성의 경영 공백과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판매 호조에 찬물을 끼얹지 않는 소신 있는 검찰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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