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montelena - ‘미국 와인의 기적’을 만든 사나이
chateau montelena - ‘미국 와인의 기적’을 만든 사나이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10.26 12:18
  • 조회수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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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파밸리의 샤토 몬텔레나 회장 보 바렛은 프랑스 일급 와인을 단숨에 이겨버린 1976년 ‘파리의 심판’의 해결사다. 몬텔레나 샤도네이는 ‘미국을 만든 101가지 물건’ 중 하나로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샤토 몬텔레나 회장 보 바렛은 서울 청담동 ‘더반’ 레스토랑에서 몬텔레나 와인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왼쪽 와인은 샤도네이, 오른쪽은 카베르네 쇼비뇽.
와인 애호가라면 희대의 와인 대결을 그린 영화 ‘와인 미라클(Bottle Shock)’을 놓치지 않고 봤을 게다. 와인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이 영화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와인 미라클은 미국 나파밸리 와인이 프랑스 최고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하게 된 1976년 5월 24일 파리 시음회를 소재로 다뤘다. 9종의 프랑스 일급 와인을 누르고 나파밸리 와인이 1등을 차지한 기상천외한 사건이다. 일명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으로 불린다. 시음회에 참가한 사람은 프랑스 최고 와인 전문가로 ‘블라인드 테스트(상표를 가리고 맛과 향 등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로 결과를 가렸다.

여기서 몬텔레나 샤도네가 화이트 와인 부분에서 1등을 차지했다.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 회장 보바렛(61)이 지난 7월 와인 홍보를 겸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 언론과 첫 인터뷰에서 그는 “‘파리의 심판’이 없었다면 미국 와인 산업의 발전은 20년 정도 늦춰졌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와이너리 경영에서 빚에 쪼들리고 아들과 불화가 잦은 것으로 나오는 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트렌드에 영합하지 않고 프랑스 스타일의 최고 와인을 만들겠다는 아버지의 꿈이 실현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창업자인 짐 바렛은 지난해 82세로 타계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지난 25년간 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하여 끊임없이 훌륭한 점수를 얻은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는 샤토 몬텔레나 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국내에서 몬텔레나 샤도네이는 17만원, 레드 와인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17만원, 22개월간 오크통 숙성을 거친 이스테이트 카베르네 쇼비뇽은 22만원에 팔린다.

몬텔레나 와인은 프랑스 정통 스타일을 고집하는데.

초창기인 1970년대에는 미국에서 유행하던 단맛이 강한 화이트 품종인 리슬링을 위주로 만들었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샤도네이는 소량으로 양조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는 6:4의 비율로 화이트 와인을 많이 생산했다. 와인이 대중화하지 않은 시기라 샤도네이도 부드럽고 약간은 버터 맛이 나는 게 인기였다.

이런 가운데 몬텔레나는 산미와 골격을 앞세운 프랑스 부르고 뉴 스타일의 샤도네이를 고집했다. 그런 결과가 ‘파리의 심판’으로 이어졌다. 이후 10년간 몬텔레나 샤도네이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화이트 와인 반열에 올라섰다.

와이너리의 지질학적 구조가 프랑스와 비슷한가.

크게 보면 레드는 프랑스 보르도, 화이트는 브르고뉴 지형과 비슷하다. 하지만 기후는 다르다. 몬텔레나 샤도네이 포도원은 나파밸리 남단에 위치한다. 점토가 주를 이루며 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처음에 부르고뉴 스타일의 포도나무를 심었지만 더위를 이겨내지 못해 미국형 개량종(웬티)을 심었다. 레드는 나파 최북단 산악지형에서 재배한다. 해발고도가 200m 넘는 곳으로 전반적으로 서늘해 우아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알코올 도수 14%에 미네랄과 과실, 그리고 오크향이 녹아든 전통적인 보르도 스타일이다.

파리의 심판으로 유명한 샤도네이는 어떤가.

화이트 와인인데도 골격과 구조가 단단하고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감귤·배·파인애플 등의 다양한 과일 풍미가 특징이다. 샤도네이를 재배하는 포도밭은 바다와 가깝다. 브르고뉴보다 냉각효과가 훨씬 커 더 정교한 와인을 얻을 수 있다. 샤도네이는 장기숙성 잠재력을 지녀 수확 연도에서 7년 정도가 마시기 가장 좋다. 영화 (‘와인 미라클’)의 영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몬텔레나는 와인 이외에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우선 와이너리 역사가 깊다. 1882년 샌프란시스코의 사업가가 세인트 헬레나 북쪽 3.3㎞ 거리에 위치한 칼리스토가에 103만㎡의 땅을 구입한 게 시작이다. 와인 라벨에 등장하는 고성 분위기의 건물은 1885년 완공됐다. 현재 미국 국립 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건축학적 가치가 있다.

다음해 ‘몬텔레나’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세인트 헬레나산(Mount Saint Helena)’의 줄임말이다. 90년에는 나파밸리 6번째 규모의 와이너리로 성장했지만 금주령과 함께 문을 닫았다. 금주령이 풀린 뒤 1958년 중국계 부부가 이 땅을 매입해 중국식 정원을 가꿨다. 이때 만들어진 ‘제이드 연못’은 나파밸리의 관광 명소다. 1971년 선친(짐 바렛)이 인수하면서 부활했다. 영화 ‘와인 미라클’이 개봉된 이후 주차장을 늘렸지만 오후엔 세울 자리가 없을 정도다.

당시 LA지역의 유명 변호사였던 짐 바렛은 이 땅을 매입해 평소 꿈꿔왔던 와이너리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미국 최대의 와이너리 로버트 몬다비에서 일하던 마이크 그르기치를 영입해 양조팀을 꾸렸고 1972년 첫 와인을 생산했다. 두 번째인 1973년 샤도네이가 1976년 ‘파리의 심판’ 화이트 와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1976년 세기의 사건 ‘파리의 심판’

1975년 여름 파리의 와인 바이어였던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는 재미난 이벤트를 기획한다. 자신의 와인 샵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프랑스인에게 선보이자는 이벤트였다. 캘리포니아를 방문해 당시 신생 와이너리였던 샤토 몬텔레나, 스택스 립 등을 중심으로 시음회 리스트를 선정한다. 리스트에는 화이트·레드 각각 10종으로 캘리포니아 산 6종, 프랑스 산 4종이다.

프랑스 화이트 와인으로는 부르고뉴 최상급인 그랑 크뤼, 프리미에 크뤼가 포함됐다. 프랑스 레드 와인에는 보르도 1, 2등급의 최고급으로 구성했다. 이벤트 주최자들은당연히 프랑스 와인의 승리를 점쳤다. 시음회에는 9명의 프랑스 와인 전문가가 초청됐다. 이중에는 프랑스 최고의 와이너리로 평가받는 ‘도 멘 드 라 로마네 꽁티’와 ‘샤토 지스쿠르’의 소유주도 있었다. 미슐랭 레스토랑의 셰프 및 수석 소믈리에도 참가했다.

상표를 가리고 진행된 블라인드 시음의 결과는 놀라웠다. 화이트·레드(스택스 립) 모두 캘리포니아 와인이 우승한 것이다. 특히 화이트 와인은 1·3·4위가 캘리포니아 와인이었다. 총합 132점으로 1위에 오른 게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 1973년 빈티지(수확한 해)였다. 73년은 샤토 몬텔레나의 2번째 빈티지에 불과했다.

당시 유명 미디어들은 ‘행사 결과가 프랑스 우승으로 뻔할 것’이라며 아무도 참가하지 않았다. 우연히 행사장이 호텔 숙소 옆이라 ‘타임’지 기자만 참가했다. 그 기자는 다음날 오후 마침 보르도 와인 투어를 하던 짐 바렛에게 그 사실을 알려줬다. 바렛은 즉각 다음과 같은 전보를 와이너리에 보냈다.

“5월 24일 파리 시음회 기절초풍 결과. 프랑스 일급 와인을 포함한 9종의 와인을 누르고 우리가 1등을 차지함. 프랑스 최고 전문가들의 블라인드 테스트.”

약 2주 후에 타임에 ‘파리의 심판’이라는 제목의 조그만 기사가 실리게 된다. 이 기사는 일촉 즉발로 전 세계에 타전됐고 세계 와인업계의 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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