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 쏟아지는 졸음...라 또르데라 거품으로 확 깨보자!
한 낮 쏟아지는 졸음...라 또르데라 거품으로 확 깨보자!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7.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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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式 감성 프로세코…피크닉 제격. 베스파 타고 와이너리 투어도 매력.
김태진 모빌리스타 에디터  tj.kim@globalmsk.com

<이 내용은 모빌리스타 6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무더위가 본격화하는 7월이다. 이미 따가운 햇살이 도를 넘는다. 이럴 때 가벼운 마음으로 스쿠터에 몸을 싣고 버킷에 얼음을 채워 부근 도회지에 소풍이라도 가보면 어떨까.

아이스 버킷만 준비된다면 맥주보다는 스파클링 와인이 제격이다. 톡 쏘는 탄산이 입 안과 목 넘김을 즐겁게 해준다. 이탈리아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스푸만테’라고 부른다. 국내에서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한 2만원대라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와인인 샴페인은 보통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무시무시한 가격이라 피크닉은커녕 모처럼 정찬에서도 지갑을 열지 고민할 정도다.

풍광이 뛰어난 라 또르데라 와이너리 정경. 포도밭 언덕에 개똥지빠귀새가 유난히 많아 라벨에 주황색 새 로고가 들어간다. 점토질 토양과 부근 피아브강이 좋은 포도를 만들어낸다.


피크닉에 타고 갈 모빌리티는 이탈리아의 아이콘인 ‘베스파’가 제격이다. 베스파는 국내에 상당한 애호가 층을 형성한다. 2000년대 중반 베스파가 국내 처음 상륙 했을 때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

[su_quote]베스파를 타는 여성 오너에게 훈남이 질문을 던진다.
“오드리 헵번도 아닌 게(그만큼 미녀가 아니 라는 뜻) 왠 베스파?”
훈남도 아닌 머슴아가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면 곧바로 태클을 거시라!
“제임스 딘도 아닌 게 포르쉐는 왜 타남?”
☞참고로 24세의 청년 제임스 딘은 1955년 9월30일 오후 5시 25분쯤 자신의 포르쉐 550 스파이더를 몰고 가던 중 과속 교통사고 로 사망했다.[/su_quote]

베스파를 연상시키는 최고의 장면은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 이 압권이다. 상큼한 청순미를 발산하는 헵번이 베스파를 타고 로마 시내를 폭주(?)하는 모습은 사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물론 컴퓨터 그래픽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엉성한 합성 화면은 옥의 티다.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법을 사용하고 100% 손으로 수확 한다.


그렇다면 베스파를 타고 와이너리 투어를 해보면 어떨까. 아! 생각만 해도 오후의 나른한 졸음이 달아난다.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 나오는 스푸만테는 별도의 이름을 붙여 ‘프로세코’라고 부른다. 이 지역 프로세코의 명가인 ‘라 또르데라’ 와이너리 오너와 직원들은 틈만 나면 베스파로 피크닉을 나간다. 이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오렌지 문양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스푸만테 거품의 상쾌함이 저절로 떠오른다. 독자들도 한번 상상해보시라!

라 또르데라의 수출담당 디렉터 마테오 부라니(Matteo Burani)가 5월 중순 수입사인 WS통상 초청으로 방한했다.

라 또르데라의 수출담당 디렉터 마테오 부라니.


마테오는 “프로세코는 여름에 아이스 버킷에 차갑게 해서 마시면 상큼한 과일 향이 도드라져 초보자가 마시기에 부담 없는 와인”이라고 말한다. 이어 “점토질 토양과 주변 피아브강이 좋은 포도를 만들어 낸다”며 “100% 손 수확을 하고 이산화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양조가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이 와인의 장점은 가격이 엄청 착하다는 점이다. 누구나 구입이 가능한 2만원대다. 행사를 하면 1만원대 후반에도 구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맥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상큼한 과실 향까지 피어 오른다. 더 나 따로 와인 따개(오프너)를 챙길 필요도 없다. 간단하게 펑 소리와 함께 열면 다. 피크닉 와인으로 제격이다. 6월 피크닉 ‘라 또르데라’와 고-고 씽!

라 또르데라는 이탈리아 베노레티 가문이 1920년부터 이어오는 가족경영 와이너리다.


라 또르데라는 베노레티(Vettoretti) 가문이 1920년대부터 이어온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개똥지빠귀새가 많은 언덕’이라는 뜻으로 와이너리 부근에 위치한 언덕 이름이다. 그런 연유라 라벨에 새 그림이 들어가 있다.

처음에는 포도를 재배해 다른 프로세코 생산자에게 판매했다. 2003년 독자적 인 브랜드 라 또르데라를 설립해 직접 프로세코를 생산한다.

다른 프로세코 생산자들이 매입 포도를 사용하는 데 비해 라 또르데라는 100% 자사 소유 포도밭에서 조달한다. 재배 단계에서부터 관리를 한다는 점에서 품질이 뛰어날 수 밖에 없다.

포도밭에서 놀면서 포도 수확을 돕는 와이너리 오너가의 손주들.


마테오는 “이탈리아답게 예술을 와인에 결합해 라벨을 만들 때 아트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돼 있다”고 말한다.

라 또르데라 테이스팅 노트


사오미 브뤼

Saomi Brut ,Prosecco DOC Treviso


가장 대중적인 프로세코다. 이름이 중국 IT업체 샤오미(小米)와 비슷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90% 글레라(Glera) 품종에 샤도네이 10%로 블렌딩했다. 알코올 도수는 11.5%다. 잔당은 9.5 g/L. 소비자가 2만원대 중반. 주 품종인 글레라는 기본적인 산미를 준다. 쉽게 재배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샤도네이는 바디감을 더해준다. 처음 다가오는 향미는 막 딴 풋사과와 서양배가 느껴진다. 신선한 산도와 함께 알코올이 적당히 받쳐준다.

알네 밀레지마토 엑스트라 드라이

Alne Millesimato Extra Dry Prosecco DOC Treviso


95% 글레라 + 5% 샤도네이 알코올은 11.5%다. 잔당은 16 g/L로 가장 높다. 소비자가 2만원대 중반이다. 마테오는 “사오미가 ‘프레쉬’하다면 알네 밀레지마토는 과일향(프루티)이 드라진다”고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이날 마신 프로세코 가운데 가장 끌렸다. 바디감은 오미보다 약하지만 여러 꽃 향기가 우아하게 다가온다. 가벼운 튀김이나 생선회 샐러드에 어울릴 듯한 감칠맛이 매력이다.

브루네이 브뤼

Brunei Brut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DOCG


85% 글레라 +10% 블란체타+ 5% 베르디소(Vercdiso)로 블렌딩했다. 알코올은 11.5%. 잔당은 9.5 g/L. 가격은 3만원 전후. 과실향은 좀 덜 하지만 허브향, 미네랄이 느껴진다. 미네랄과 산미가 균형 잡힌 가장 드라이한 프로세코다.

가브리 로제 엑스트라 드라이

Gabry Rose Extra Dry Vino Spumante Extra Dry


70% 메를로 + 30% 인크로치오 만조니(Incrocio Manzoni). 알코올은 12%다. 잔당은 15 g/L. 소비자가는 3만원 전후. 이탈리아에서는 발포성 와인을 스푸만테라고 부른다. 약발포성 와인은 별도로 ‘프리잔테’라고 한다. 프로세코는 스푸만테의 한 종류로 오로지 화이트 품종만을 허용한다. 레드 품종인 메를로를 사용한 이 로제 와인을 프로세코 대신 스푸만테라고 쓴 이유다. 라벨의 우아한 여성은 와이너리 오너가의 딸 가브리엘(Gabriella Vettoretti)이다. 우선 라즈베리 향이 먼저 다가온다. 마테오는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만조니의 영향”이라며 “만조니는 레드·화이트가 있지만 화이트로 스파클링을 만들면 과일향이 도드라진다”고 설명한다. 메를로는 바디감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의 낭만 베스파


베스파는 이탈리아어로 ‘말벌’이다. 초창기 디자인이 말벌과 흡사해 이 이름이 붙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쿠터 브랜드로 꼽히는 ‘베스파’는 효율적인 1인 교통수단을 넘어 이탈리아의 낭만을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대접을 받는다. 마치 미국의 할리데이비슨이 자유와 개성을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인 것과 비슷하다.

‘로마의 휴일’ 영화의 오드리 헵번을 연상하면 자연스럽게 베스파가 떠오른다. 뒤에 탄 사람은 그레고리 펙.


베스파는 세계 5위권 모터사이클 메이커인 이탈리아 피아지오의 핵심 브랜드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의 거리에서 는 자유분방한 젊은이, 시골 할머니가 귀여운 헬멧을 쓰고 수십 년 된 낡은 베스파 스쿠터를 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필자에게 베스파 하면 낭만과 강철 바디가 떠 오른다. 베스파는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기능에 충실한 스쿠터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디자인과 스토리가 강점이다. ‘로마의 휴일’ 영화의 오드리 헵번을 베스파와 동시에 연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격은 동급 대만제 스쿠터보다 50%나 비싸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도로에서는 베스파보다는 대만제 스쿠터를 더 흔히 볼 수 있다. 아울러 연비도 썩 좋지 못하다. 강철 바디를 고수하기 때문이다. 대신 내구성이나 강성은 뛰어나다.

베스파는 1884년 이탈리아의 20대 초반의 청년 실업가인 리날도 피아지오가 제노바에 자신의 이름을 딴 ‘피아지오(Piaggio&Co.)’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주로 선박 장비를 제작했다. 이어 버스·트럭 같은 운송수단의 엔진과 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1921년에는 프로펠러·엔진·항공기 생산업체로 발돋움한다.

피아지오는 1946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폭격으로 피폐한 이탈리아 도로 상황에 적합한 경제적이면서도 튼튼한 운송 수단 개발에 착수한다. 이 프로젝트는 최초의 현대식 헬리콥터를 디자인한 천재 ‘코라디노 다스카니오’가 맡았다. 결과는 차체와 차대를 일체화한 모노코크 구조의 이륜차가 나왔다.

베로나 지역을 방문했을 때 광장에서 만난 빈티지 베스파를 보면서 새삼 ‘내가 이탈리아에 있구나’ 하는 감흥을 느낀 적이 있다.


이 제품은 기존 모터사이클보다 편안하고 사용법이 간단했다. 소음도 적었다.

창업 일가인 엔리코 피아지오는 외관 디자인이 말벌을 닮았다는 점에 착안, 이탈리아어로 말벌이란 뜻의 ‘베스파’를 브랜드 이름으로 선택했다. 그 해 최초의 양산 모델인 ‘베스파 98’이 출시됐다. 불과 2년 만에 3만5000대가 판매됐고 매년 엄청난 성장을 기록했다. 1980년에는 1000만대를 돌파했다.

승승장구하던 베스파는 1990년대 들어 침체에 빠진다. 성능과 품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일본 브랜드의 진출로 판매량이 급감한다. 앞에서 언급한 할리데이비슨이 비슷한 시기에 일본 대형 모터사이클에 밀려 부도가 났던 것과 비슷한 경우다. 비싼 가격뿐 아니라 베스파 역시 일본제 스쿠터에 비해 크고 작은 품질 문제에 시달렸다.

도저히 승부가 되지 않을 듯하던 게임이 1990년대 말 불어닥친 새로운 문화 풍조인 ‘레트로와 빈티지’로 역전을 기회를 잡는다. 레트로 트렌드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클래식 스쿠터의 대명사인 베스파가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

초대 베스파 모델을 레트로풍으로 재해석한 PRIMAVERA 125 i.e 3V.


할리데이비슨이 이 영향으로 1990년 대 미국의 문화 아이콘으로 되살아난 것처럼 베스파 역시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재기에 성공했다. 음료의 코카콜라, 프리미엄 자동차의 벤츠, 쿨한 오디오의 소니처럼 프리미엄 스쿠터의 대표 선수가 된 것이다.

수십 년 된 빈티지 베스파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거리를 누비는 게 이탈리아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동수단으로 스쿠터가 아닌 이탈리아 도로의 한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필자 역시 이탈리아 자동차는 ‘그 나라 역사·문화·사회의 결합체’라는 문화인류학적 관점이 베스파를 통해 입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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