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경차 시장..기름값 2000원 넘으면 수요 살아날까
부진한 경차 시장..기름값 2000원 넘으면 수요 살아날까
  • 제갈원 에디터
  • 승인 2018.10.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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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쉐보레 '더 뉴 스파크'
2018 쉐보레 '더 뉴 스파크'

올해 경차 시장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경차 판매의 큰 축을 담당하는 기아 ‘모닝’은 지난 1~9월 누적판매량이 4만3,782대로 전년 같은 기간 5만3,588대 대비 18% 가량 감소했다. 경차의 양강 체제를 형성하는 쉐보레 ‘더 뉴 스파크’ 역시 한국지엠 사태 영향으로 부진을 겪긴 마찬가지다. 지난 7월 부분변경 출시에도 1~9월 누적 판매량(26,920대)이 전년 같은 기간(3만5,592대) 대비 25% 정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기아 ‘더 뉴 레이’는 뛰어난 공간 활용성과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 힘입어 소폭 판매량이 상승했지만 점점 위축되는 경차 시장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다.

경차는 1983년 정부의 에너지 절감을 위한 ‘국민차 보급 계획’에 따라 시장에 등장했다. 적은 유지비와 뛰어난 연비로 패밀리카 및 영업용으로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회 초년생과 컴팩트카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물려 꾸준한 수요를 이어왔다. 그런 경차가 올해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경차 혜택은 취득세와 공채 의무구입 면제, 종합보험료 10%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공영주차장 50% 할인이 주 내용이다. 2004년 개정된 이후 변화가 없지만 압도적인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또 개인 구입자의 경우 연간 12만원의 유류세 환급을 해준다. 유류비 추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차 전용 카드’를 발급하는 카드사도 있다. 서울시 차량 요일제에 가입할 필요도 없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경차시장이 위축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1년 등장한 첫 국산 경차 대우 '티코'
1991년 등장한 첫 국산 경차 대우 '티코'

덩치 크고 가격이 비싼  수입차 시장이 확대하면서 경차에 대한 소비자의 나쁜 선입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낮은 성능의 파워트레인 한계로 연비를 위해 무조건 가볍게 만들 수 밖에 없었던 1990년대 경차는 안전에 매우 취약했다. ‘사고 시 기본 중상’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것도 이때다. 최근 나온 경차는 높은 안전기준을 충족하면서 경차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소폭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경차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제한된 크기로 인한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차 보급의 명분이었던 '에너지 절감'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경차의 연비는 요즘 나오는 준중형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경우도 있다. 현재 판매되는 수 많은 자동차 중에 경차의 연료효율 순위는 10위권 밖이다. 이제는 연비보다는 혜택을 어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2018 기아 '더 뉴 레이'
2018 기아 '더 뉴 레이'

다양한 모델 부족도 경차 수요 위축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경차 선택의 폭은 3가지 모델 뿐이다. 이웃 일본이 50여가지가 넘는 경차 모델을 구비한 것과 현격한 격차가 난다. 엄격한 국내 경차 기준으로 국산 브랜드 이외에 수입차가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도 문제다. 

경차는 대당 판매수익이 낮은 차종에 속한다.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 차종에 소극적인 개발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2010년 이후 국내 제조사들은 ‘경차의 고급화’를 내세우며 차급에 걸맞지 않은 편의장비를 잔뜩 달아 최고 사양의 경우 1600만원대까지 가격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시장의 요구로 높아진 첨단 안전장비도 가격 인상에 일조했다. 소형차를 가뿐히 넘어 준중형 신차와 가격대가 겹쳤고 상위 차종으로 판매가 유도되는 효과를 낳았다. 대표적으로 경차 시장을 갉아 먹은 게 2000만원대 초반의 소형 SUV다.

결국 소비자들은 200만~500만원 정도 더 지불하면 더 큰 체급의 소형 SUV와 준중형차 신차를 선택할 수 있다. 아울러 비슷한 가격대의 중고차 역시 근래 차량의 품질과 내구성이 좋아지면서 경차 소비자가 상당 부분 빠져 나갔다. 일례로 연식이 5년이 채 되지 않은 현대 ‘더 뉴 아반떼MD 1.6GDI’의 경우 옵션이 꽤 포함된 차량임에도 1,1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2015 르노 트윙고
2015 르노 '트윙고'

그렇다면 위축되는 경차시장을 활성화 시킬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현재의 경차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시장을 넓혀 경쟁을 유발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자는 취지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차 급에 해당하는 유럽 ‘A세그먼트’ 차량의 경우 국내 경차 규격을 초과해 수입을 하더라도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피아트 친퀘첸토(500)의 경우 배기량과 너비를 살짝 초과해 소형차로 분류된다. 르노 트윙고와 폴크스바겐 업 역시 너비가 커 경차로 인정받지 못한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업 수입을 고려했지만 경차규격 완화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현재 포기한 상태다.

과거에도 초기 경차 규격(길이 3,500mm, 너비 1,500mm, 높이 2,000mm, 배기량 800cc 미만)이 2008년 한차례 기준완화(길이 3,600mm, 너비 1,600mm, 높이 2,000mm, 배기량 1000cc 미만)가 이루어지면서 경차의 상품성이 상당히 개선됐다. 이는 판매량 호조로 이어진 바가 있다.

2019 스즈키 '짐니'
2019 스즈키 '짐니'

또 아웃도어,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로 박스카 형태의 기아차 레이가 판매량이 비교적 호조인 것을 감안하면. SUV, MPV 등 다양한 형태의 경차가 나와야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다. 크로스오버 박스카 허슬러로 재미를 본 스즈키는 내친 김에 경형 SUV 짐니를 출시했다. 국내외 SUV 매니아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한국GM 다마스와 라보가 오는 2020년을 끝으로 단종된다. 이 차의 주요 고객인 소상공인을 위한 새로운 경상용차 개발도 필요한 셈이다.

제갈원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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