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안 팔리는 이유 충분하네..30년째 달랑 3개 모델뿐
경차 안 팔리는 이유 충분하네..30년째 달랑 3개 모델뿐
  • 우정현
  • 승인 2020.05.18 09:00
  • 조회수 3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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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요즘 왜 이렇게 안팔려요?

현재 판매되고있는 경차 3종류..모닝, 스파크,레이 (시계방향 순)
현재 판매되고있는 경차 3종류..모닝, 스파크,레이 (시계방향 순)

 

요즘 경차가 울상이다. 지난해부터 강타한 소형 SUV 붐의 여파로 경차 시장이 급속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이유는 충분하다. 20년 넘게 모델 3개뿐이다. 마이너체인지나 풀모델체인지 이런 것 까지 기대는 안 하더라도 달랑 3개 뿐인 모델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경차는 정부의 국민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91년 대우차 티코가 시작이다. 현재는 기아차동차 모닝, 레이와 한국 GM 의 스파크 세 종류다.  

 

경차시장이 급속 후진 중이다
경차 내수판매 추이 자료: 기아차, 한국GM

 

국내 경차 시장은 2012년 20만 2844여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곧바로 2013년 18만 2021여대로 20만대 벽이 무너졌다. 이후 8년 연속 완연한 하락세다. 더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1~4월 내수 판매는 월 평균 4000여대에 그쳐 연간 10만대 벽도 무너질 상황이다. 역대 최저치 판매 기록을 또 경신하게 된다.

기아 모닝 상반기 판매량
기아 모닝 1~ 4월 연도별 판매량

 

경차의 약세는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절대 강자 기아 모닝 판매를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컸다. 올해 1~4월 판매량을 연도별로 비교해보자. 2019년 3407대로 전년동기 대비 17.3% 감소, 2020년 2787대로 역시 -17.1%로 감소세가 꾸준한 추세다.

기아차 박스카 레이는 2019년 전체 판매가 전년대비 2.9% 늘며 선전했다. 하지만 올해 1~4월은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전년 동월대비 12% 감소했다. 경차는 하락세를 확실하다. 어떤 이유가 있을까? 4가지로 분석해봤다.

 

개소세 인하
개소세 인하로 인한 경차 경쟁력 약화.

 

1. 개소세 인하

경차 살 때 최대 장점은 각종 세금 면제다. 한 마디로 세제 혜택은 끝내준다. 구입시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된다. 올해 3월부터 이런 매력이 감소했다. 바로 상위 차급 모델에 대한 개소세 감면 역효과다. 

정부는 코로나 여파에 따른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3~6월 개소세를 70%(최대 100만원 한도) 인하했다. 이에 따라 출고가 2900만원 이상인 차량을 구매하면 개소세를 포함,각종 세금 감면만 143만원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경차가 아닌 차량도 세금 혜택이 커졌다. '굳이 경차를 사야하나?'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또 경차는 작년부터 취득세 혜택이 변경되어 차량가액이 1250만원이 초과되면(취득세액이 50만원이 넘어가면) 초과분을 납부하게 되었다. 요즘 경차는 옵션 하나 둘 넣기 시작하면 1250만원 넘는건 일도 아니다. 이로써 경차 매력은 재차 감소한것.

 

(위에서 아래로)르노삼성 XM3,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기아자동차 셀토스
(위에서 아래로)르노삼성 XM3,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기아자동차 셀토스

 

2. 소형 SUV 시장 성장세와 맞물림

신차 구입 트렌드가 변한 것도 큰 요인이다. 전에 없던 소형 SUV라는 새로운 마켓이 생기면서 기존 경차 수요가 대거 이동했다. 2016년부터 현대자동차 코나와 베뉴, 기아차 셀토스와 스토닉,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XM3와 캡처, 쌍용차 티볼리 등 경쟁력 소형 SUV가 줄지어 나오면서다. 올해는 인기 소형 SUV만 8종류나 된다. 이처럼 2천만원 내외 엔트리카 선택 폭이 커지면서 경차는 자연스럽게 도태됐다. 2015년만해도 소형 SUV모델은 쌍용차 '티볼리' 등 3종에 불과했다. 

소형 SUV 엔트리 모델 가격은 경차의 고급형과 엇비슷하다. 1천만원대 중후반이다.

1000만원대 후반까지 가격이 급등한 경차 고급트림과 가격차가 크지 않다. 여기에 소형 SUV에는 경차보다 연비가 더 좋은 디젤 모델도 있다. 유류비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차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아울러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사회 초년생도 생애 첫차로 경차 대신 소형 SUV를 선호하는 추세다. 실내 공간이 더 큰 차를 선호하는 추세도 뚜렷하다.  최근 팰리세이드나 모하비, GV80과 같은 대형 SUV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경차보다 더 넓고 큰 소형 SUV가 잇따라 시장에 투입되면서 경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3. 시대가 지나도 이젠 새로울게 없어..

 기아자동차는 12일 모닝 어반을 새롭게 출시했다. 살짝 바꾼 디자인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추가, 기본형이  60만원정도 올랐다. 지난해 12월 연식변경을 단행한 레이는 다양한 안전사양과 고객 선호 편의사양을 적용했지만, 2011년 말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한 차례의 페이스리트프만 단행됐을 뿐이다. 풀체인지 후속 개발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일본은 50개가 넘는 다양한 경차가 존재한다. 국내 시판 경차는 모닝과 스파크, 레이 3종 뿐이다. 경차는 대당 마진이 고급 모델에 비해 현저히 적다. 신차  연구개발 투자가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후속 모델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4. 정부의 지원이 경차에서 친환경차로

정부 지원이 경차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만해도 정부는 고유가와 환경오염등을 생각해 경차 보급 확대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로 돌아섰다. 세금감면과 보조금 지급 혜택이 엄청나다. 전기차는 개별소비세, 취득세 감면과 공영주차장 주차비,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이외에 대당 1800만원 내외의 정부 보조금도 지원한다. 경차 역시 개소세와 취득세 감면, 공영주차장 및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유류비 환급을 받을 수 있지만 지원 금액은 전기차와 비교 조차 안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줄고 정부지원도 미약해 업체들이 경차 개발에 소극적이라 2020년대에는 사라질 운명"이라고 진단한다.

경차의 가성비와 연비를 우선시했던 소비자들은 친환경차로 상당수 수요가 옮겨갔다. 카셰어링 서비스 확대와 다양한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경차는 공룡의 운명과 비슷해질 수 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우정현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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