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크루즈 디젤 대세 반전은 어렵다... 운동성능 동급 최고
[시승기] 쉐보레 크루즈 디젤 대세 반전은 어렵다... 운동성능 동급 최고
  • 홍성국 인턴
  • 승인 2017.11.02 13:39
  • 조회수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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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M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내고 있다. 경차인 더 뉴 스파크가 지난달 3300대가량 팔리며 나름의 선전을 하고 있는 것 빼고는 처참한 실정이다. 물론 스파크 판매량도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올해 초 출시한 신차 크루즈다.  한국 GM은 크루즈가 현대 아반떼보다 한 단계 위급 차라고 강조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크루즈에 비해 10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아반떼에게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심지어 수년간 모델 체인지를 거치지 않은 이른바 ‘사골 모델’인 올란도보다도 판매량이 저조하다. 지난 10월에는 겨우 200대 판매를 넘겼다. 수입차 비인기 모델보다 판매량이 적은 셈이다. 한국 GM이 한국에서 판매를 지속하려는 이상, 지금의 상황을 물 건너 구경할 수는 없을 터이다.

한국 GM에겐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를 가솔린 모델 단독 판매에서 디젤 병행 판매로 판매량 반등에 성공했던 행복한 경험이 있다. 같은 효과를 기대했던 것일까. 가솔린 모델뿐인 크루즈에 디젤엔진을 얹은 크루즈 디젤을 11월 초 새롭게 시장에 내놓았다.

한국 GM은 크루즈 디젤을 내놓으며 '위스퍼 디젤'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 한국 GM의 뛰어난 사운드 엔지니어링으로 정숙성과 진동 제어에 힘썼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디젤 엔진의 실주행 최고 영역인 4000rpm에서 경쟁사 대비 탁월한 실내 정숙성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초고장력 강판의 사용을 늘리는 반면 무게는 110kg이나 감량해 뛰어난 운동성능을 확보했다.”라며 “급을 뛰어넘는 높은 기본기”를 강조했다. 뛰어난 정숙성을 중점적으로 느껴보라는 코멘트도 덧붙였다.

본격적으로 시승에 앞서 코스 설명을 들었다. 동급 최고의 운동성능을 과시하고 싶은 만큼 시승 코스에도 와인딩 구간을 많이 삽입했다.

위스퍼 디젤? 3년 전에나 통할 법한 소리

생각보다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유입되는 양이 많다.


사전 브리핑에서 정숙성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한껏 기대한 뒤 차량에 올랐다. 실제로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 전까지 진동과 소음은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차량을 발진하면서부터 발생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에 발을 가져다 대면 댈수록 발판에 전해져 오는 진동은 심해진다. 사실 디젤 엔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준이긴 하다. 그러나 여기서 변수가 발생한다. 타이어를 타고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이 예상을 벗어난다. 동급 최고의 주행성능을 위해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조인 게 문제였던 것 같다. 발판에 수많은 휴대전화를 놓고 진동을 울리는 듯한 기분이다.

게다가 소음을 많이 잡은 정숙한 디젤엔진이라고 선전했지만, 그것은 엔진의 이야기다. 엔진은 조용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흡∙차음 성능이 떨어진다. 전체적인 실내는 정숙과 거리가 꽤 있다. 정말로 이 차가 동급 최고의 정숙성을 지녔다면 다른 경쟁차들은 고속도로에서 대화가 일체 불가능할 것이다.

다듬은 기본기, 동급 최고의 운전 재미

운동성능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경쟁차를 압도한다. 연속되는 굽이길에서도 거동이 안정되어 있다.


현대의 아반떼 ∙ 기아의 K3 ∙ 쉐보레의 크루즈 모두 서민들의 차량이고 사회 초년생의 동반자다. 그만큼 이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층의 연령대는 그다지 높지 않다. 때문에 디젤의 단점을 운동성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가 있다. 차는 사회 초년생에게 응당 이동 수단의 목적 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주 중엔 막히는 시내를 편안하게 운전해야 하고 주말엔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활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 달린다는 것’은 이 급에서 중요하다. 그 점에서 크루즈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단단하게 조인 서스펜션 덕분에 선회를 여러 차례 반복해도 차체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한결 가벼워진 차체도 빠르게 선회하는 상황에서 한몫 거든다. 전륜에 무게가 집중된 FF 방식의 차량임에도 차의 머리가 돌아가는 느낌이 나름대로 경쾌하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되는 노면의 정보가 직관적이다. 이 덕분에 차량이 처한 상황에 따라 빠른 피드백이 가능하다.

나뉘어 버린 선택지, 관건은?

크루즈는 현대 아반떼를 노리고 보다 풍부한 편의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아반떼는 합리적 가격과 무난한 성능, 다양한 편의장치를 지니고 있다. 그에 반해 크루즈는 하체의 단단함과 기본 운동 성능을 무기로 시장에 진출했다. 크루즈가 가진 운동성능은 실제로 동급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실내에 진동이 유입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반해 아반떼는 부드럽지만 재미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을 해갈하기엔 부족하다.

선택지는 둘로 나뉘었다. 더 단단한 느낌의 승차감은 크루즈, 무난한 느낌은 아반떼다. 둘이 가지고 있는 편의장비도 사실 별반 차이가 없다. 크루즈가 제대로 아반떼를 저격하면서 편의장비 개선에서 크게 진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신형 크루즈의 누적 판매량이 아반떼가 한 달에 팔아치우는 양과 비슷하다. 반전이 가능할까. 섣부른 예단이지만 반전은 쉽지 않다. 대신 판매량이 세 자리에서 1000대 이상 4자리로 반등하길 기대해 볼만한 수작이다.

GM 경영진이 판매량과 철수 등 예민한 이슈들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크루즈 디젤은 반전을 낳기에는 2% 부족해 보인다


크루즈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가격정책의 실패다. 초반 아반떼를 생각하지 못하고 소비자의 예상보다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출하며 소비자의 마음이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이후 거듭된 프로모션이나 가격 인하 등으로 실 구매가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 “비싸다”라는 인식이 생긴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둘째는 법인 판매의 약세이다. 현대나 기아는 차량 판매량의 대부분이 법인 판매라고 봐도 될 정도로 법인 판매가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GM은 지금까지 법인 판매에 소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량에서 큰 손해를 봤다.

셋째는 철수할 것이라는 루머이다.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는 철수설이다. 소비자들은 GM이 철수한 이후에 차량관리에서 공백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존속을 알 수 없는 회사의 제품보다 절대로 망할 리 없는 회사의 제품을 사는 것이 더 안전하리라는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GM 철수설에 관해서는 간접적으로 일축했다.


그러나 이제 둘째, 셋째 문제는 차츰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 GM이 인천과 군산의 수많은 기업체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는 소식이다. 주요 차종인 말리부와 크루즈는 물론 스파크까지도 법인 판매 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금 현재 한국 GM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계속 진행해 나가고 있다”라며 철수설을 간접적으로 일축했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걱정인 A/S 문제에 관해서도 “고객 서비스 사업 부문에서는 지속적으로 수익이 창출돼 되고 전혀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해결과제는 가격이다. 다른 어떤 요인들도 가격보다 중요시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크루즈의 승패는 가격에 달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가격은 다음 주 월요일 사전예약과 함께 공개된다. 한국 GM 입장에서 크루즈는 회사의 존속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과연 기장 크루즈가 실속한 비행기 GM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쉐보레 크루즈 디젤 제원표>

▲쉐보레 크루즈 디젤 제원표



홍성국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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