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자동차계의 올드머니룩...동급중 실내 최고, 볼보 S90 B6 AWD
[시승기] 자동차계의 올드머니룩...동급중 실내 최고, 볼보 S90 B6 AWD
  • 김태현
  • 승인 2024.02.20 08:30
  • 조회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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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볼보는 수입차 업계의 다크호스를 넘어서 이제는 벤츠, BMW에 이은 톱3를 노린다. 지난해 수입차 전통적인 3위였던 아우디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간발의 차로 4위에 올랐다.

 

시선을 끄는 자극적인 신기술이나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없다. 연비가 뛰어나다거나 주행질감이 압도적이지도 않다. 디자인도 2015년 출시한 XC90 이후 큰 인상의 변화없이 유지 중에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매력이 볼보를 이처럼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하는것 일까? 봄날씨 기운이 완연한 2월 중순 볼보 플래그쉽 세단 S90 B6 AWD와 함께 하며 진가를 만끽했다.

2016년 처음 등장한 2세대 S90은 1990년대 판매한 1세대 모델과 달리 늘씬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DRL램프와 중앙의 단단한 인상의 그릴은 8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아쉬움이 없는 세련된 분위기다. 시승차에 적용된 브라이트 더스크 컬러는 고급감 동시에 햇빛의 각도, 주변의 색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느낌을 준다.

5미터가 살짝 넘는 긴 전장과 전륜구동 기반임에도 바짝당긴 프론트 오버행, 후륜구동에 필적하게 길게 확보한 프레지던트 디스턴트(캐빈과 프론트휠 간격), 뒷문을 늘렸지만 깔끔하게 매만진 C필러와 휀더라인은 플래그쉽다운 용모다. 과거에는 숏바디 사양을 선택할수 있었으나 현재 국내에서는 롱바디만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경쟁 모델인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제네시스 G80 가운데 실내가 가장 넓다. 

후면은 볼보 세단 라인업 디자인의 특징인 ‘ㄷ’자 형태의 램프에 별다른 장식 없이 굵은 선을 여러 번 그어 볼륨감과 입체감을 더했다. 여기에 디테일도 도드라진다. 범퍼 하단 머플러팁을 삭제하고 크롬라인으로 이어 마일드 하이브리드 친환경 차량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독일제 신차들이 화려한 형형색색 엠비언트로 실내 분위기를 ‘키치(kitsch)’하고 ‘팝(POP)’적인 요소로 채웠다면 볼보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기조로 고급스런 소재로 승부를 걸었다.

나파가죽을 기본으로 리얼우드를 적용했다. 따뜻하고 안락한 ‘고급 라운지’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블랙 하이글로시와 메탈 그레인을 적절하게 적용해 모던한 느낌이 난다. 소극적이지만 따뜻한 톤의 간접 조명 엠비언트 라이트를 곳곳에 달았다. 얼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기어노브에서는 은은한 불빛이 들어온다. 우아함과 화려함 두 가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버튼을 최소화한 인테리어 디자인은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하단에 컨트롤 패널을 간략하게 담았다. 음량 조절, 성에 제거, 비상등과 같이 운전 중 즉시 작동해야하는 부분만 별도로 분리해놨다. 각 버튼의 조작감이 분명하고 질감이 좋아 고급스럽다.

T맵 오토를 지원하는 볼보의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빠른 터치 반응과 좋은 해상도가 장점이다. 계기판과 연동되는 내비게이션 또한 운전 편의성을 높여준다. 또 연식변경부터 적용된 NUGU 오토는 구글 캘린더를 연동해 일정을 띄워주거나 날씨를 보여주고 루틴 기능을 통해 운전자가 설정한 기능을 자동으로 활성화 해준다. 자동 선곡 기능도 제공한다.

 

가령 운전자가 아침이나 밤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 열선시트와 열선핸들을 자동으로 켜준다거나, 아침에 출근길에 나설때 캘린더에 연동된 일정을 브리핑해주는 식이다.

S90에 적용된 바워스&윌킨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차대를 울림통으로 활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 기계적 공진을 완벽에 가깝게 제거하도록 개발된 컨티뉴엄 콘과 앰프, 실내 소음을 제거하는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과 재즈클럽 모드를 지원한다.

 

19개의 스피커는 섬세한 튜닝을 통해 압도적인 음향을 제공하며 높은 출력을 기반으로 깨끗하고 힘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평소 듣던 노래에서 들리지 않던 소리를 섬세하게 듣게 되고 아티스트가 바로 앞에서 공연하는 듯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일부 고객들은 오디오 시스템 하나 때문에 볼보 차를 계약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현재 국내형 S90은 롱바디 사양만 수입된다. 동급 모델과 비교해도 광활할 정도로 넓은 레그룸이 인상적이다. 전륜구동 베이스임에도 플랫폼의 형상 탓에 가운데 높이 솟은 센터콘솔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키가 큰 탑승자도 뒷자리에서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이다.

 

그렇다고 뒷자리 전용차라고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것도 눈에 보인다. 시트 방석의 길이가 짧은 편이고 각도를 조절할 수 없다. 또한 별도의 후석 모니터라던가 엔터테인먼트 조작 장치도 없다. 조수석 시트 버튼과 선루프 버튼 패널이 전부다. 최근 들어서는 많이 사장된 기능이지만 흡연자를 위한 재떨이가 마련돼 있다.

시승차는 S90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B6 AWD 사양이다. 경쟁 모델들이 6기통 라인업을 상징적으로라도 남겨둔 반면 2.0L 4기통 터보 엔진이 기본이다. B6는 B5 대비 50마력 높은 300마력의 출력을 자랑한다. 하드웨어적으로는 B5와 동일하지만 ECU 맵핑을 달리해 터빈 과급 압력이 높아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모터는 48V로 구동된다. 드라이브 벨트와 맞물려 있다. 모터에서 나오는 14마력의 출력은 시동을 끄고 켤때와 가속시에 출력을 보조해준다. 풀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달리 내연기관 엔진의 정숙성을 향상시키고 구동 질감을 개선하는 목적이라 큰 연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승 동안 기록한 평균연비는 약 10km/L 내외다. 도심 구간에서는 7km/L, 고속도로에서는 13~14km/L를 기록했다. 2.0L 4기통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결합했음에도 6기통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연비는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S90 B6는 물리적인 후륜까지 샤프트가 장착된 AWD 시스템을 갖췄다. 48V 배터리는 트렁크 스페어 타이어 공간에 위치한다. 전륜구동 기반이다 보니 후륜에 강한 토크를 전달하기 보다 고속주행 안정성을 높히고 눈길등 일시적인 험로를 탈출하는데에 목적성이 크다.

 

한 등급 위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장착된 S90 T8은 구동 샤프트 자리에 18.8kwh급 배터리를 장착하고 뒷바퀴는 오로지 전기모터로 굴리는 방식이다. 기어노브 아래쪽에 위치한 다이얼식 시동 버튼을 우측으로 살짝 돌리면 부드럽게 엔진이 깨어난다. S60이나 XC60 등 하위 라인업과 달리 플래그쉽다운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볼보는 모든 라인업에 한 가지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급간 NVH 체감이 다르다.

여기에 300마력을 내는 파워트레인 덕에 힘 있는 발진 성능을 보여준다. 속도를 높여 가속을 이어가도 차고 넘치는 충분한 출력을 자랑한다.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는 빠릿한 변속보다는 부드러운 세팅에 가깝지만 직결감이 좋다. 넘치는 출력 덕분에 순식간에 최고 속도에 도달한다. 180km/h에서 제한된 최고속도라 김이 금세 빠지는 감이 있다.

 

그에 맞춰 안정적인 주행감각으로 고속 안정성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프론트는 탄탄하게 노면 정보를 깔끔하게 전달하고 리어에 적용된 리프스프링 기반 서스펜션은 나긋하게 어느 정도 출렁임을 허용한다. 덕분에 느껴지는 승차감이 상당히 고급스럽다.

S90 B6는 7천만원대의 가격에 5미터가 넘는 프리미엄 세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돋보인다. 수입 경쟁 모델이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엔트리 라인업을 제외하면 8천만원 이상의 가격대라 더욱 돋보인다.

 

볼보는 콰이어트 럭셔리 브랜드다. 조용하고 튀지 않게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모티브로 한다. 로고로 뒤덮힌 화려한 패션을 지양하고 고급스러운 소재감과 클래식에 집중한 스타일을 제안한다. 최근 패션계에서 유행했던 표현인 ‘올드머니 룩’을 자동차에 빗댄다면 딱 들어맞을 브랜드다.

S90은 올해로 출시 8년차라 풀모델 체인지 주기에 다가선 상태다. 전동화 브랜드로 전환을 계획중인 볼보는 S90 풀체인지에서 완전 전기차 버전을 출시하면서 전기 세단 공백을 메워 나갈 계획이다.

 

S90 B6는 볼보만의 안전철학, 수준 높은 디자인을 기본으로 매력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S90은 완전한 전기차의 시대 직전에 볼보만의 프리미엄 감성을 누릴 수 있는 확실한 선택지다.

 

한 줄 평

장점 : 여전히 세련된 내외장 디자인, 구조적 단점을 극복한 수준 높은 주행감

단점 : 롱바디지만 부족한 뒷자리 편의 기능, 경쟁 모델 대비 낮은 연비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볼보 S90 B6 AWD

 

엔진

2.0L 4기통 가솔린 터보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전장

5,090mm

전폭

1,880mm

전고

1,445mm

축거

3,060mm

공차중량

1,970kg

최대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2.8kg.m

복합연비

10.2km/L

시승차 가격

74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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