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입차 제값주면 소비자 바보되는 이유
[단독] 수입차 제값주면 소비자 바보되는 이유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8.19 14:27
  • 조회수 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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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못 깎아 준다’...BMW코리아 견적서 실명제 파문

김태진 기자의 CAR TALK     김태진·윤지현 기자 tj.kim@globalmsk.com

<이 기사는 소비자, 업계 관계자의 제보로 작성됐습니다>

수입차 영맨, 10대 팔고 수당 백만원도 안돼 울상

일부 고객, 견적서 들이 대고 ‘이 가격에 맞춰’

자동차는 권장소비자가...정가 강요는 불법

미국선 ‘할인은 딜러 몫’, 소형차 덤으로 줘

아우디는 주력 차종 판매가 중단되기 직전인 지난 6월 20% 넘게 할인해 재고를 대폭 줄였디. 이런 큰 폭의 할인은 아우디뿐 아니라 BMW 재규어 볼보 등 수입차 업계 전체적인 현상이다.


 

입차 영업사원들은 판매 경쟁으로 인한 할인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한 달에 10대의 신차를 팔아도 200만원을 가져가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5000만원이 넘는 신차를 팔아도 영업사원에게 떨어지는 수당이 1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푸념을 한다.

개별소비세 감면이 한시적으로 끝난 지난 6월에는 아우디 딜러들은 경쟁적으로 A4, A6 등 대표 모델을 최대 20% 넘게 할인 판매했다. 폴크스바겐-아우디 디젤 게이트 여파로 당장 7월부터 법규를 위반한 그일부 차종은 판매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재고 처리에 나선 것이다.

이런 할인은 아우디 같은 특정 사건이 있는 업체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BMW, 포드 등 거의 대부분 주요 수입차 업체들이 동참하고 있다. 한 업체가 가격을 지르다 보니 다른 업체도 어쩔 수 없이 깎아 팔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할인 공세의 끝판왕은 수입차 1위를 질주해 온 BMW코리아가 주도했다. 2000년대 중반 렉서스에 1위를 잠시 내 준 뒤 할인으로 1위를 되찾은 경우다.

수입차 판매를 전담하는 딜러들이 신차를 팔 때 보는 마진은 차종에 따라 10-16%다. 여기서 영업사원이 받는 수당은 통상 5-8% 수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20% 이상 할인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정말 손해를 보고 판매하는 것일까. 카가이 취재팀이 현장을 쫓아다니며 취재해봤다.


BMW의 베스트 셀링 모델인 520d는 올해 상반기 15%가 넘는 할인 판매로 판매 대수를 끌어 올렸다. 비인기 모델인 액티브 투어러나 소형 해치백 118d 같은 차종은 할인율이 20%에 육박한다. 딜러가 BMW코리아에서 사 온 가격보다 할인 폭이 더 큰 셈이다. 이런 할인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차를 판매할 때 딜러에게 떨어지는 마진 이외에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지급되는 수억원의 인센티브가 있어서다. 앞으로 받을 인센티브까지 감안해서 할인 폭을 키우는 셈이다. BMW코리아에서 나오는 판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나온 딜러와 영업사원의 고육지책이다.

BMW 경기권 딜러 본부장은 “분기별, 반기별 판매 목표달성 인센티브까지 받는 것으로 감안해 신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며 “신차를 팔아 이익을 남기는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 수입차 업체 가운데 벤츠와 렉서스 정도가 있을 뿐”이라며 하소연한다.

대형 수입차 딜러들은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액을 손쉽게 기록하지만 영업이익률은 1-2%에 그치거나 겨우 적자를 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차 판매에서 사실상 까지고(적자) 아프터 서비스(AS)로 벌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입차 할인폭이 20%를 넘나든다. BMW 같은 대형 업체들이 할인을 주도한다.


 

딜러뿐 아니라 영업사원도 울상이다.

통상 수입차 영맨(영업사원) 가운데 돋보이는 영업 실적은 월 10대 판매다. 이들이 정상적인 판매 수당을 받을 경우 신차를 팔 때 고객에게 기본으로 서비스해 줘야 하는 3종세트(블랙박스, 썬팅, 하이패스) 비용을 제외하고도 월 10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BMW의 경우 할인으로 판매 대수를 채워온 인기차종은 대당 1,2만원이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5시리즈의 경우 정상적인 판매 수당은 200만원 내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업사원 노조 설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내세워 포르쉐 대형 딜러인 SSCL은 할인 경쟁이 ‘영업사원의 삶의 기반을 갈아먹는다’는 이유로 영업사원들이 먼저 노조를 조직해 할인을 단속하고 회사의 밀어내기식 판매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2015년 수입차 20만대(연간 신차판매)를 처음 돌파하고 30만대 시대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나타난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수입사의 과도한 판매목표 설정, 각종 인센티브 남발로 딜러간 할인 경쟁이 극대화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할인판매 사이트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영업사원들의 마진구조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심지어는 소비자가 영업사원에게 “수당부터 리스 리베이트까지 모두 토해내 1000만원 할인해주면 차량을 구입하겠다”면서 견적서를 들이대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또 일부 고객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과다 할인이 적힌 견적서를 들고 딜러를 방문해 견적서만큼 할인을 요구한다.

수입차 할인 판매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수입차 업체는 ‘딜러가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면 임포터, 딜러, 영업사원 모두 죽는다'는 논리를 내 세운다. 지금의 수입차 할인판매는 궁극적으로 중고차 가치 할인 등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120여개 국가에 진출한 가운데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만 정가판매제를 강행하고 있다. 독점 자동차 업체의 지위를 내세워 판매자인 딜러의 권리뿐 아니라 소비자의 이익을 가로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소비자는 완전히 다른 시각이다.

지난달 BMW 신차를 수입차 할인 사이트를 통해 15% 싸게 구매한 A씨는 “발품 파는 소비자의 권리인 할인율을 BMW코리아가 단속한다면 이는 엄연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미국에서는 딜러사가 신차를 사면 비인기 차량를 한 대 더 끼워 파는 할인판매까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는 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정당한 권리라는 점이다. 사실 발품 파는 시간이 아까운 소비자는 조금 더 비싸게 사도 소모한 시간만큼의 기회비용이 남아 결과적으로 마찬가지라는 계산이다.

대한민국에서만 자동차 할인판매를 못 하게 하는 전 세계 유일한 현대기아차의 판매 통제가 이상할 뿐이지 수입차 할인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이고 자본주의 매력이라는 점이 공정거래위나 경제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이나 중국에서 재고가 많은 차량은 20% 이상 할인판매하는 게 보통이다.

소비자의 권리 VS 임포터와 딜러, 영업사원의 이익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게 현대 자본주의의 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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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타면서 빈번한 고장이나 리콜을 해야 할 문제점,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아래 이메일로 제보를 해주시면 성실하게 취재해 응답하겠습니다.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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