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 그 진짜 속내는?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 그 진짜 속내는?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7.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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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 칼럼니스트 carguy@globalmsk.com

자율주행차에 대한 각종 소식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보고 듣는 게 전부가 아니다. 자동차 발전과 미래 혁신이라는 명분 외에 주도권과 경제효과를 선점하려는 미국의 속셈이복잡하게 얽혀있다.



최근 자율주행차에 대해서 다양한 매체들이 많은소식을 내보낸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려가는 ‘진짜’ 배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어떤 세력이나 트렌드가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당기는 것인가.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고 싶어하는 구글창업자들의 개인적인 열망만이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 이유일까? 언론이 전하는 사실은 이미 진실과는거리가 먼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지난 4년 동안 미국계글로벌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에서 해당 업무를담당했던 필자의 경험상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고자 하는주도적 세력은 바로 미국 정부라고 단언할 수 있다.

미국은 자율주행차 시대에 창출될 각종 경제적인 부를1990년대~2000년대 IT 시대처럼 장악하고자 한다. 

자율주행차 안전의 핵심은 5G와 V2V

자율주행차 시대 도래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보겠다. 오늘날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근대문명의 이기로 자리잡은 인터넷은 미국 국방부 산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Projects Agency)가 연관됐던 1960년대 대학 및 연구기관 간의 네트워크에서 유래했다. 이로 인해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은 IT 최강국으로 등극했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 및 구글 등 거대업체들은 모두 미국에서 나왔다. 이들은 미국의 ‘창조경제’ 엔진을 이끌어가는 주역들이다.이러한 현실을 뒤돌아볼 때,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기관 또한 DARPA였다.

자율주행차 시대의 주도권을 장악하고자하는 국가 또한 미국이라는 뜻이다. 미국은 자율주행차시대의 핵심 기술 표준 중 하나인 ‘Vehicle-to-Vehicle’(일명 V2V) 기술표준 또한 거의 완성한 상태다. 빠르면 2018년이나 2019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들은 이 기술을 적용하게 된다. 이 기술은사람이 관여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차로 가는 필수기술 중 하나다. 전세계 대다수 국가들은 미국이 V2V표준을 완성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GM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매달렸다.

V2V는 무엇인가?

구글 등에서 선보인 자율주행차의기술적 특징을 본다면 이는 단순히 자동차라는 개체에 국한되어 있다. 라이다(LIDAR)나 카메라 등 각종 센서는자동차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 요소로써 자동차를 벗어난 영역에서는 제한적 효과를 발휘한다. 구글이 만든 차를 비롯한 자율주행차들은 일단 자신의 주변 환경에 대해서 인지하는 능력만 있다. 해당 차가 가고자하는 목적지까지의 각종 데이터는 외부에서 받아와야 한다. 물론 자동차에 들어있는 내비게이션을 통해 교통상황 정보를 받고 있지만, 데이터 전송속도나 전송량은 완전 자율주행차를 구현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기술은 현재 두 가지인데 둘 다 통신기술이다. LTE 다음 단계인 5G와 V2V 기술이다.5G는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통해 수집되는 폭발적인 데이터 양을 매우 빠른 속도로 중앙 서버로 전송한다.이를 다시 전송 받는 시간은 밀리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5G는 자율주행차의 원가를 낮춰 이를 보급하는 데결정적인 기여를 할 통신기술이다. 2020년대에 본격 상용화가 예상된다.


V2V는 5G에 비해 구현할 수 있는 기술 난이도가낮다. 5G에 비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로 미국 교통부를 비롯해 수많은국가들이 관심을 보인다. 현재 가정을 포함한 사업장 등 수많은 장소에서 사용하는 무선인터넷 기술 표준인802.11x 기술을 응용한 802.11p를 사용하는 V2V는 하나의 작은 모듈형태로 자동차에 부착한다. 모듈은자동차 1대당 1개씩 들어간다. 브랜드와 무관하게 2019년형 이후 나오는 신차들은 세 가지 데이터송수신이 가능해야 한다. 속도와 방향 및 정지 상태다.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배웠던 벡터를 구성하는 요소가바로 속도와 방향이다. 마지막 요소인 정지 상태란 차가 급정거하는지, 아니면 점진적으로 정차하는 지를알려주는 데이터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받고 전하는 자동차들 사이에 어떤 안전 효과가 발생할까?

주도권과 경제효과 선점 노리는 미국

2015년 2월 11일 오전 9시 39분쯤, 서울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영종대교 상부도로에서 106중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130여명이 부상당했다.

안개가 짙게 깔린 상황에서 첫 충돌이 발생했고, 연이어 달려오는 차량들이 교통사고를 보지 못하고 연달아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는 전세계 어디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종류의 사고였다. 현재 판매 중인 차들은 수천 달러짜리이든 백만 달러가 넘든 간에 기상이 악화되면 운전자가 주변상황을 인지하기 힘들다.

구글의 자율주행차에 달린 각종 센서 또한 비나 눈이 올 때 이것이 비인지 눈인지 아니면 주변 화산 폭발에 따른 재가 낙하하는 것이지 인지하지 못하는 맹점이 존재한다.

2007년 르노그룹에서 엔지니어로 일할 때 파리 외곽에서 인피니티 M70을 몰고 도로를 달렸던 때일이다. 갑자기 비가 오자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레이저 센서가 자동으로 해제됐다. 동승했던 르노 엔지니어에 의하면 비가 올 경우 레이저 센서가 빗방울을 빗방울인지 다른 무엇인지 분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을 이유로 센서가 해제된다.



V2V 통신 모듈은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이다.

V2V의 경우는 해당 모듈을 탑재한 차에서 나오는 집단 데이터를 통해 주변 교통 상황을 파악한다. V2V 데이터들은 ADAS(Advanced Driving Assistant System)와 결합할 경우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완전 자율주행차는 ADAS는 물론 5G를 통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의 즉시 처리, V2V를 이용한 주변 차의 실시간 흐름 파악 등 세가지 요소가 결합해야만 진정으로 안전한 차가 된다.

V2V 관련한 미국 교통부 자료를 검색하던 중 흥미로운 문장을 발견했다. V2V가 ‘오바마 정부의 유산’ 중 하나로 지칭된다는 사실이었다. 매년 2~3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미국에서 V2V는 최대 90%의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 교통 정체는 물론 그에 따른 환경 문제 또한 급감시킨다는 미국 교통부 자료는 설득력이 꽤 높았다. 특이한 사실은 V2V 기술 제정에서 내가 만난 영국이나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자체적 독자 기준을 만들기 보다는 미국의 기술표준 제정을 학수고대하는 분위기였다.

기술 제정에 있어 독보적 존재인 미국은 유럽연합은 물론 한국 등 수많은 국가들이 미국이 선도한 인터넷 기술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게 했다. 오늘날 미국 IT업체들이 최고 자리에 오르는데 큰 도움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국가간 하드웨어 개발방식의 차이는 발생하지만, 정작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통신 기술, 최소한 V2V의 경우는 미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술 표준을 선도한다. 이는 IT업계에서 발생했던 과거 패턴과 같다.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에 있어 또다시 주도권은 미국 회사들이 쥐지 않을까? 자율주행을 통해 창출되는 탑승자들의 자유시간은 여전히 미국 업체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부로 탈바꿈하지 않을까? 이점이 바로 미국정부가 V2V와 같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결정적인 이유다. 자율주행을 지배하는 나라가 미래 세계를 주도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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