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심 벗어난 아이오닉 일렉트릭과의 여행, "나 떨고 있니?"
[시승기] 도심 벗어난 아이오닉 일렉트릭과의 여행, "나 떨고 있니?"
  • 안혜린 인턴
  • 승인 2017.02.01 11:46
  • 조회수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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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호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2017년은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이 다. 자동차 전문가들의 예상이 그렇다. 그동안  무늬만 전기차가 대세였다. 완전 충전해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100 km 불과했다. 고급 장난감   RC 차라는 비아냥을 듣기 딱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난 쓸만한(?) 전기차가 대거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 주자가 바로 쉐보레 볼트다. 쉐보레는 4월 한 번 충전으로 380km 주행이 가능한 볼트EV를 선보인다고 지난 1월 31일 발표했다.  이에 걸맞게 기아 쏘울EV,  BMW i3, 르노삼성 SM3 ZE 등의 차량들도 주행거리 개선 모델을 출시한다.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 최소 250km이상 주행할 수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테슬라 역시 올해 상반기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2월 현재 한국에서 시판 중인  전기차 가운데 주행거리가 가장 긴 모델은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191km이다. 2016년 하반기 출시됐다.  올해 출시 예정인 막강한 경쟁 모델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다는 것은 분명한 약점이다. 현대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해진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영하 5도를 살짝 밑도는 추운 1월,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을 왕복했다. 순수하게 내비게이션으로 계산한  편도 거리가 174km 나온다.  왕복해 300km 넘는 코스로 만나 보았다.

오전 9:00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큰 차이가 없는 외관이다. 첨단 전기차 느낌이 아니라 살짝 실망감이 든다. 100% 완충을 확인하고 플러그를 뽑은 후 주행가능거리는 204km가 나온다. 환경부 공식 인증 주행가능거리인 191km보다 약간 더 높은 수치다. 산술 계산으로 서강대에서 인제까지 편도 거리가 174km라 문제 없이 달릴 수 있다.

성인 남성 둘(평균 75kg), 여성 둘(평균 50kg). 총 250kg의 4명이 타고 인제로 출발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버튼으로 ‘Power On’을 했다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변속 버튼(SBW)중 D로 누르고 출발하자, 들리는 고요한 전기 모터 소리. 우주선을 탄 듯한(?) 느낌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전 9:05

너무 추운 날씨라 히터를 틀었다. 온도는 26도에 맞추고 팬을 약하게 가동했다. 순간 주행가능거리가  20km정도 줄어든다. 공조기 사용시 전력소모는 전기차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일반적으로 엔진을 사용하는 차량은 엔진의 열을 이용해 히터를 가동하지만 전기차는 충전된 전기로 히터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남은 주행가능 거리는 180km. 목적지까지 간당간당 해진다.  배터리 소모 상황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오전 9:40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서울시내 교통상황, 평균연비는 4.4km/kWh 를 기록한다.  km/l로 단위의 연비표기와 달라 약간의 연산이 필요하다. 공인연비가 10.2km/kWh 임을 감안하면 낮은 수치다. 250kg 중량이 더해진데다 히터를 틀어서다.

오전 10:00

서울-춘천고속도로 진입했다. 본격적으로 고속주행을 시작했다. 고속에서 의외로 안정감이 있다. 차량 바닥에 낮게 깔린 배터리 덕에 무게중심이 낮아서다. 고속주행을 즐겨보기 위해 배터리 소모에 대한 걱정은 잊기로 했다.  ECO MODE에서 SPORT MODE로 전환했다. SPORT MODE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최대토크가 터져나온다. 전기차의 순간 가속감은 역시 다르다. 가솔린이나 경유를 쓰는 내연기관 차에서는 맞볼 수 없는 쾌감이다.잠시 고속주행을 즐겼더니 주행 가능거리는 140km대를 가리키고 있다.

오전 11:30



역시 주행거리가 불안하다. 가평휴게소에 들리자마자 급속 충전을 했다. 계기판에 표기된 주행가능거리는 100km다. 서강대에서 가평휴게소까지 약 70km정도다. 출발시 주행가능거리가 정확한 것이라면 비효율적인 주행을 한 셈이다. 아니면 주행가능거리 표기에 뭔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급속충전기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충전방식인 ‘차데모 방식’을 선택하고 전기차 충전 카드로 충전을 시작했다. 현재 급속충전 방식은 차데모, A.C. 3상, 콤보1 등 세 가지 방식이 뒤섞여 사용되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콤보1 방식으로 통일된다. 콤보1 방식은 BMW i3, 쉐보레 볼트EV 등이 사용한다. 정부는 당분간 세 가지  모두를 지원하는 충전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순차적으로 통일할 것이라고 한다.



약 30분간 충전했더니  80%가량 충전이 됐다. 급속충전의 경우 배터리 성능 보존을 위해 최대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주행가능거리는 160km, 인제까지 가기에는 충분하지만, 다시 가평휴게소로 돌아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인제에 도착해 충전기를 찾아보기로 하고 다시 출발했다.



오후 1:00

인제스피디움으로 들어가는 와인딩 코스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만족스러운 기동을 보여준다. 예상을 뛰어 넘는 코너링 실력이다. 아이오닉의 기본 차체인 아반떼의 강성이 느껴진다고 할까.

인제스피디움에 도착했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고작 30km 남았다. 급속충전기는 찾을 수 없다. 다행히도 주차장 근처에서  220V 콘센트를 찾았다.  차량에 구비된 이동식 충전기를 이용해 충전을 시작했다.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려 7시간!!!!

서킷 주행 등 업무를 보는 5시간 동안 충전하면 다음 급속충전소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짧은 전기차 전기차의 불편함을 절실히 경험했다.



오후 6:30

인제스피디움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다. 주행가능거리는  130km다.  100km 남은 가평휴게소까지 충분했는데 히터를 가동하니 20km가 금세 사라졌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회생제동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아이오닉은 핸들 뒤 패들쉬프트처럼 생긴 장치를 이용해서 회생제동시스템을 0~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0단계는 회생제동을 이용하지 않는 단계이고 1단계는 일반 차량의 엔진브레이크 수준의 제동을 보여준다.  2단계는 더 큰 제동률로 브레이크를 대체해서 쓸 수 있을 정도다. 3단계는 원풋 드라이브가 가능할 정도이다. 패들쉬프트만으로 제동을 조절할 수 있는 점은 굉장히 신선하다. 운전의 재미와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해준다.

오후 7:15

가평휴게소에 도착했다. 주행가능거리가 20km 남짓 남았다.  배터리 부족 경고가 들어왔다. 하행선 휴게소와 동일하게 급속 충전기는 하나 뿐이다. 만일 다른 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었다면 난처한 상황이다.



30분간 급속충전을 하고 역시 80%까지 충전이 됐다.

오후 9:00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약 100km. 중간에 배터리 방전의 위험도 있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 추운 겨울이라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고 히터까지 가동해 배터리를 용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현재의 전기차의 성능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 장거리 주행을 어렵게 한다.

도심 전용 아이오닉 일렉트릭, 여행가면 큰 코 다친다

아이오닉은 전반적인 주행성능과 디자인, 편의사항은 만족스럽다. 성큼 다가온 미래를 느끼게 해준다. 주행에선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른 재미와 매력이 있었다. 다만 짧은 주행거리와 부족한 인프라를 감내하고 이 차량을 선택하기엔 아직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전기차 시대로의 큰 변화의 시작점에서 태어난만큼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첫발을 차근차근 내딛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좀더 긍정적인 시각에서 걸음마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행거리가 300km 이상 늘어나야 가정에서 출퇴근과 주말 여행을 겸비하는 자가용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쉐보레 볼트EV나 테슬라 모델3와 한 판 붙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아이오닉의 TKO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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