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허점투성이..국민 세금으로 꼼수 부른다
전기차 보조금 허점투성이..국민 세금으로 꼼수 부른다
  • 유호빈 에디터
  • 승인 2022.08.02 09:00
  • 조회수 2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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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이오닉 6
현대 아이오닉 6

최근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가격표가 화제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혜택을 위해 다양한 꼼수가 등장해서다. 보조금 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가죽시트, 전동시트, 가죽 스티어링 휠 등 엔트리 트림에 있는 품목을 모두 삭제하고 보조금 상한선인 5500만원 미만에 내놨다. 배터리와 모터 출력이 같으면 어떤 옵션을 추가해도 보조금 지급이 동일하다. 고급 트림 가격이 1억원이 넘어도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헛점을 노린 것이다.

올해 전기차 배터리 주원료인 리튬 가격이 급등했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사들은차량 가격 인상한다. 현대 아이오닉 5도 연식변경 모델을 공개하며 가격을 올렸다. 4륜 구동 모델이 5500만원을 넘기면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소비자가 느끼는 인상폭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현대차는 E-Lite HTRAC 트림을 신설하면서 준중형급 아반떼에도 기본 적용한 품목을 대거 삭제했다. 가격을 5490만원으로 책정하면서 4륜구동 모델도 보조금 100% 혜택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2023 아이오닉 5 가격표
2023 아이오닉 5 가격표..E-LITE HTRAC 트림은 옵션 선택조차 불가하다
현대 아이오닉 6 사전계약 보류
현대 아이오닉 6 가격표..E-LITE 트림이 눈에 띈다

사전계약 일정이 연기된 아이오닉 6 사전계약 가격표에서 E-LITE 트림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국산차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죽시트가 빠진다.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 우레탄 스티어링 휠, 1열 통풍시트 등과 같은 편의장비가 대부분 없어졌다. 549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감안하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구성이다. ‘배터리, 바퀴, 스티어링 휠, 시트만 달려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두 차량의 E-LITE 트림에서는 옵션을 선택하는 것도 불가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보조금 기준을 잡기 위한 모델이 뿐이다.

기아 EV6도 올 하반기 연식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이오닉 시리즈와 비슷한 구색 맞추기 트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기준을 발표할 당시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예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시작 트림 가격이 아닌 모든 옵션을 선택한 후 최종 가격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한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인 만큼 구멍이 있다면 즉시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독일에서 테슬라는 모델S를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했다. 보조금 지급 기준은 6만유로를 맞추기 위해 기본 모델의 가격을 5만6000유로로 책정하고 편의장비를 옵션으로 분리했다. 테슬라 독일법인은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옵션 선택을 강요(?)하다시피 했다. 결국 독일 정부는 모델S 보조금 지급 결정을 취소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국산 전기차 점유율을 올려주는데 오히려 좋은 방향인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옵션 선택을 다양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수입차는 5500만원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 수입 전기차 중 국산차처럼 옵션을 운영하는 차량은 폴스타2가 유일하다. 해당 모델 역시 싱글모터 모델의 가격이 5490만원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판매 가격을 낮추고 보조금을 완전히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내년 보조금 지급 기준은 보다 명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세금 혜택 기준처럼 정해진 차급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유호빈 에디터 hb.yo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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