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터질게 터졌다..재규어랜드로버, 대리점법 위반 공정위 조사
[단독]터질게 터졌다..재규어랜드로버, 대리점법 위반 공정위 조사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2.10.26 08:00
  • 조회수 6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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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실적 부진이 장기화화면서 판매를 맡은 딜러사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딜러사에 떠넘기기, 판매목표 강제 같은 소위 강압적인 할당을 주고 이 내용이 지켜지지 않으면 인기 차종 공급을 줄이고 비인기 차종 끼워 팔기 같은 각종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최근 재규어랜드로버 광주ㆍ전주 지역 딜러인 씨앤디모터스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 위반을 신고했다.  내용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시승차 및 판매목표 미달 차량 구입을 강제하고 ▶마케팅비용 출연 강요 ▶차량 판매목표 강제(목표 미달시 공급물량 축소) ▶차량 공급 거절 ▶일방적 계약해지 조건 설정 등이다. 

카가이는 지난 21일 공정위가 씨앤디모터스에 회신한 서류를 단독 입수했다. 공정위는 씨앤디모터스의 신고 내용을 검토한 결과 "정식 사건으로 접수,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이달 7일 씨앤디모터스에 통지했다. 수입차 판매 대리점 격인 딜러사가 공식 수입사인 임포터를 상대로 공정위에 고발한 경우는 수입차 30여년 역사에서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SV
지난 8월 출시된 올 뉴 레인지로버.. 2억원이 넘지만 3000대 이상 계약됐다

씨앤디모터스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2022년 3월이다. 판매 부진이 장기화한 가운데 올해 3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전남·광주 딜러로 아우디 서울 서초·경기 분당딜러인 위본모터스를 공식 딜러 계약을 맺었다. 해당 지역에 추가로 딜러가 선정되면서 씨앤디모터스 영업사원 상당수가 경쟁 딜러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씨앤디모터스 이종재 대표는 “판매가 급감하는데 올해 3월 광주에 복수 딜러를 선정한 것은 '스스로 딜러권을 내놓으라'는 통첩”이라며 “랜드로버코리아는 공정거래위 신고 내용 이외에도 각종 수단을 동원해 압박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난 6월부터는 차량 주문을 거절하고 8월부터는 아예 차량 공급을 끊은 것은 딜러권을 강제로 반납하라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했다. 판매가 호조일 때 복수 딜러를 선정해도 영업권이 침해당할 수 있어 기분이 언짢은데 실적 악화에도 복수 딜러를 선정한 것은 상식 밖의 행위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사실상 딜러권을 반납하게 하려는 일종의 압박 수단이라는 것이다. 물론 씨앤디모터스 측의 귀책 사유도 여러 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액주주인 대표이사 변경 및 채무 관련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에서 몇 가지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재규어랜드로버 판매가 2019년부터 급격히 줄면서 딜러사 상당수가 적자 누적으로 고사 지경”이라며 “이미 수입차 업계에서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반강제적 판매 할당과 경영진의 미숙한 대응이 회자되고 있어 이런 고발이 추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
2020년 10월 부임한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2020년 8월 경영 부진을 이유로 백정현 대표이사를 돌연 경질하고 후임에 아시아퍼시픽 디렉터인 로빈 콜건(Robin Colgan) 사장을 급파했다. 수입차가 승승장구하는 한국 시장에서 연말연초 인사철이 아닌 중간에 사장을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문제는 이후 판매 부진이 더욱 심화하면서 경영진의 대응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또다른 지역의 재규어랜드로버 딜러 관계자는 “신임 영국인 사장이 지난해 그동안의 나쁜 관행에 대해 사과를 해 어느 정도 투명성이 확보된 줄 알았는데 올해 8월 뉴 레인지로버 공급난이 심각해지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구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백정현 대표<br>
2020년 8월 돌연 경질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백정현 대표

지난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연간 판매대수는 3558대로 전년(5676대) 대비 37.3% 감소했다. 
먼저 랜드로버가 지난해 3220대로 전년(4801대) 대비 33% 줄었다. 랜드로버는 SUV 붐을 타고 지난 지난 2016~18년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넘어서는 등 국내 프리미엄 SUV 1위를 질주했다. 문제는 품질 불량 문제가 이어지고 고객 대응 및 경영 미숙까지 겹치면서 2019년부터 판매가 줄기 시작했다. 

재규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21년 재규어 연간 판매량은 338대로 전년 동기(875대) 대비 61% 급락했다. 품질 불량 이외에 판매를 끌어올릴 신차 출시 계획마저 없어 사실상 브랜드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형편이다. 재규어는 준중형 세단 XE와 중형 XF, 대형 세단 XJ, 준중형 SUV E-PACE, 중형 F-FACE, 스포츠 세단 F-TYPE, 전기 SUV I-PACE 등 7개 라인업으로 한 때 인기를 끌었지만 품질 불량이 발목을 잡았다. 아울러 영국 본사의 신차 개발까지 미뤄지면서 지난해 XJ, XE, E-PACE, I-PACE 등이 판매가 중단돼 라인업이 대폭 축소됐다. 여기에 주력인 XF 세단도 중단을 앞두고 있다. 

판매를 맡은 딜러사는 적자 누적이 심화하고 있다. 10개 딜러 중 절반 이상이 판매 부진 여파로 2017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소위 수입차 시장의 알짜 상권인 서울,경기 등을 담당한 대형 딜러는 누적 적자가 3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수입차 브랜드 딜러권을 따냈다.

더 심각한 것은 적자 누적으로 딜러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가 문을 닫는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재규어랜드로버는 품질 문제가 심각해 소비자 불만이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1월에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서울 핵심 서비스 센터인 역삼동 센터가 문을 닫는 등 최근 3년 사이 6개 서비스센터가 문을 닫았다. 수입차 딜러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재규어랜드로버 경기지역 메이저 딜러인 선진모터스가 딜러권을 반납하고 다른 브랜드고 갈아탄 것만 봐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대대적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지적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 "씨앤디모터스의 명백한 위반 사항이 적발돼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일뿐 강압이나 불법은 없다"며 "아직 공정위 조사 통보를 받지 못했고 조사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해명했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해당 기사는 제보를 바탕으로 확인을 거쳐 작성했습니다. 자동차 관련 제보는 tj.kim@carguy.kr 으로 부탁 드립니다. 성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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