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차그룹, 200개 스타트업 1.3조 투자 성과는..
[현장] 현대차그룹, 200개 스타트업 1.3조 투자 성과는..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6.15 15:07
  • 조회수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체제를 맞으면서 경영 지표 이외에 기업문화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서울 강남 현대스튜디오에 포니 자동차 개발 역사와 문화를 접목한 ‘포니의 시간’을 진행하는 것을 필두로 사내 스타트업 육성 및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어플레이즈

현대차그룹은 1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스타트업 성과와 사내 발굴 스타트업의 혁신 성과, 협업 체계 등을 발표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외부 조직이나 이해 관계자와 협업해 새로운 제품, 서비스,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테크데이 현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국내 대표 5개 스타트업 사업 모델과 제품이 공개됐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배달 로봇을 개발한 모빈, 드론이 건물 벽을 촬영해 미세한 결함을 발견하는 뷰메진, 인공지능을 통해 공간에 최적화된 음악을 선곡해주는 어플레이즈, VR로 가상 엔터테이너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자율주행 정밀지도와 가상 모델하우스를 개발하는 모빌테크가 소개됐다.

뷰메진

라스트마일 배송 로봇 전문 기업 모빈은 올해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으로 분사한 업체다. 모빈이 개발한 배송 로봇은 언제 어디서든 주문 고객의 문 앞까지 배송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자체 개발한 특수 고무 소재 바퀴로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라이다와 카메라를 이용해 주야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모빈은 현대건설 및 현대글로비스와 배송 로봇 시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모빌테크는 2018년 현대차그룹 제로원 펀드 투자로 성장 기반을 닦은 ‘실감형 디지털 트윈’ 기술 보유 스타트업이다.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 정밀지도, 가상 모델하우스 등 다양한 부문에서 융복합센서 데이터 분석 및 디지털 트윈 기반 시공간 지도 서비스 등을 지원하며 협업하고 있다


뷰메진은 자율 비행 드론과 AI 비전 기술을 결합한 건설 현장 안전 및 품질 검사 솔루션 ‘보다(VODA)’를 제공한다. 드론에 탑재된 고화질 카메라로 콘크리트 외벽의 미세한 결함을 탐지하는 동시에 결함 데이터를 분석, 시각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포함해 국내외 건설사들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신축건물 외에도 기축 아파트 품질 점검 분야로 사업을 점진 확대할 계획이다.

모빈

 

어플레이즈는 모빈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분사 업체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공간별 맞춤 음악을 자동으로 선정하고 재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매장 방문자의 연령과 성별, 날씨, 이용 시간 등을 고려해 공간에 최적화된 음악을 재생해 준다. 현재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뿐 아니라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주요 전시장 및 영업점에서도 제공되고 있다.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는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과 버추얼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를 전개하는 업체다. 최첨단 센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얼굴의 감정 인식, 표정 분석 등을 통해 버추얼 휴먼을 생성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로 완성된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MAVE)’는 올해 초 데뷔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업체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투자에 나섰으며, 상호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 기획실 직원이었다가서 사내 스타트업 발굴로 분사한 배정진 어플레이즈 대표는 “현대차그룹의 거대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간 음악 추천 시범 서비스를 개발해 시현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소개했다.

모빌테크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대학원생 시절 창업한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사업 초기 자금 유치가 어려운 문제였지만,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기술력을 믿고 투자해준 덕분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수많은 스타트업들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미래 혁신 성장동력을 선점하는 한편, 이들의 글로벌 성장이 원활히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 강화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 3천억 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된 수치다. 스타트업의 사업 분야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를 비롯해 전동화, 커넥티비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에너지, 로보틱스 등이다.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7,537억 원으로 가장 많고, 전동화 2,818억 원, 커넥티비티 1,262억 원, 인공지능 600억 원, 자율주행 540억 원, 에너지(수소 포함) 253억 원 등이다.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황윤성 상무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우리 그룹이 찾고 있는 기업”이라며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 과정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육성함으로써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전세계에 숨어있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CRADLE)’이라는 혁신거점을 운영 중이며, 한국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ZER01NE)’을 설립했다. 또한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 펀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투자 역량을 제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중 2018년 설립된 제로원은 매년 ‘제로원 액셀러레이터’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을 펼치고 있으며,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주를 예술가로까지 확대해 크리에이터들간 협업을 촉진하는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외에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스타트업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30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으며 이들의 누적 매출액은 2천 8백억 원, 신규 인력 채용은 800명 이상을 달성했을 정도로 시장 가치와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은 창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래를 대전환시킬 스타트업을 발굴해 과감한 협업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개방형 혁신 분야로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비롯해 자원순환 및 저탄소,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이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주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현황과 이들과의 협업 사례들을 공개했다. 국내 제조 분야 AI 솔루션 기업 ‘마키나락스(MakinaRocks)’는 2018년 제로원 펀드 참가를 통해 성장한 대표 업체다. 펀드 참여 이후 다양한 협업을 이어온 결과, 현재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현대차∙기아의 주요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의 EV 초고속 충전 인프라 업체인 ‘아이오니티(IONITY)’ 또한 현대차그룹의 투자와 함께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2022년 말 기준 유럽 24개국에 약 450개의 충전소 건립을 완료했으며, 약 2천여 개의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고객 대상으로 아이오니티의 충전 시설을 1년간 무료 이용 가능한 프리미엄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지분 투자 외에 비즈니스 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9년 현대차그룹이 투자해 협력 관계를 구축한 크로아티아 초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RIMAC)’은 최근 기업 가치가 22억 유로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한 기업이다. 현대차∙기아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성능 전기차 기술 고도화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설립에 참여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미국의 양자 컴퓨팅 업체 ‘아이온큐(IONQ)’는 2021년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이래 자율주행 및 배터리 기술 고도화 프로젝트 등 다양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 '사운드하운드(SoundHound)'는 현대차그룹이 2011년 이후 2020년까지 지속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으로, 북미와 인도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차량에 음성 및 음원 인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시험검증 솔루션 전문기업 ‘슈어소프트테크(Suresofttech)’는 우수한 기술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아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다. 현대차는 2012년에 이어 2017년 이 기업에 투자하고 차량용 제어기와 커넥티드카 시스템에 대한 소프트웨어 검증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안전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원자력, 국방, 철도, 항공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CorpDev팀 문성환 팀장은 “현대차그룹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전략투자, 합작투자, M&A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략적 협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시장 상황과 업체 현황, 당사 전략을 면밀히 검토해 전략적 투자 성과가 혁신 생태계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