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고속안정성과 핸들링 역시 혼다..확 커진 CR-V 하이브리드
[시승기] 고속안정성과 핸들링 역시 혼다..확 커진 CR-V 하이브리드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9.27 11:00
  • 조회수 3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혼다는 기자가 자동차 전문기자의 길을 걷는 데 몇 가지 계기를 만들어 준 브랜드다. 모터스포츠 입문부터 대중 브랜드로 ‘펀 투 드라이브’가 가능한 특이한 모델을 경험하게 해줬다는 점에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고성능 차량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는게 혼다만의 매력일 것이다. 

 

혼다는 2003년 일본 스즈카서킷 F1 경주에 기자를 초청해 ‘포뮬러1(F1)’이라는 신세계를 열어줬다. F1 머신의 고성능을 일반 대중차에 어떻게 접목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준 기회였다. 

 

더구나 20년 전만 해도 혼다를 현대차와 비교하면 넘사벽의 경지였다. 당시 도쿄 아오야마 혼다 본사에서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사장을 인터뷰할 때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현대차에 대한 질문을 하자 “우선 (현대차가) F1에나 참가해 실력을 겨뤄보자”고 언급할 정도로 격차가 심했다. 당시만해도 현대차는 F1 레이싱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20년 만에 자동차 부문을 혼다와 현대차를 비교하면 이제는 현대차의 우위가 느껴진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성공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혼다를 제친 곳이 여러 곳이다. 특히 전기차만 놓고 보면 혼다를 한참 앞서간다.

 

그렇지만 혼다는 모빌리티 판매로 봤을 때 여전히 세계 1위다. 자동차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토요타가 1천만대를 넘게 판매해 세계 자동차 1위는 알겠는데 어떤 기준으로 혼다가 1위라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혼다는 연간 모터사이클을 1600만대 이상 판매하는 압도적 세계 1위다. 1천만대를 넘는 곳은 혼다뿐이다. 여기에 자동차 400만대까지 합치면 연간 2000만명의 고객을 접하는 모빌리티 회사라는 것이다. 

 

서론이 길어졌다. 6세대 혼다 CR-V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면서 들었던 단상이다. CR-V는 2004년 혼다가 한국에 진출한 이래 5년 이상 수입 SUV 1위를 질주하던 대표 차종이다. 2007,8년 혼다가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할 때도 1등 공신이었다.

 

이렇게 한국에서 승승장구하던 혼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독일 브랜드는 물론 현대기아에 밀리면서 존재감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더구나 2020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판매가 급락, 군소 브랜드로 전락했다. 

 

올해만 봐도 그렇다. 1~7월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판매는 총 1만3242대로 전년 동기 대비 45.9% 증가했다. 이 중 렉서스가 120% 늘어 8038대, 도요타는 32% 증가한 4600대를 기록했다. 혼다만 같은 기간 1천대도 못 넘긴 600대에 머무르며 전년 대비 판매가 급락했다.

 

 

이런 혼다의 굴욕을 만회할 차가 바로 9월 판매를 시작한 6세대 CR-V 하이브리드다. 혼다가 한국에서 반등할 계기를 만들어줄 차량으로 손색이 없다. 10월에는 베스트셀링 세단인 신형 어코드까지 가세한다. 

 

그렇다면 6세대 혼다 CR-V는 얼마나 한국 소비자에게 어필할 상품성을 확보했을까. 시승 내내 이런 가능성을 분석해봤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은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는 크게 좋아졌다.

 

여기에 혼다 특유의 탄탄한 주행감성이 돋보였다. 노면의 정보를 제대로 읽어 운전자에게 전달할 뿐더러 고속 안정성이나 정숙성은 수준급이다. 코너링이나 핸들링도 독일차 못지않은 거동을 보여준다. 


옥에 티는 가격이다. 무려 5590만원으로 경쟁차인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보다 500만원 정도 비싸다. 전체적으로 CR-V 상품성이 좋지만 가격은 소비자의 선택을 망설이게 할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비싸진 이유는 혼다코리아가 북미에서 6세대 CR-V를 수입해서다. 한국에 들어온 최고 트림의 경우 미국 가격이 4만달러다. 단순 계산을 해도 현재 환율을 적용하면 5300만원이 넘는다.

 

일본이 아닌 북미에서 수입하는 이유가 격세지감이다. 일본 내수에서는 CR-V 판매가 급락해 6세대는 아예 출시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일본 혼다 공장에서 만들지 않아 한국에 가져올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 엔저 환율을 감안하면 4천만원대 후반이 가능했을 것이다. 

 

CR-V는 도심형 콤팩트 SUV다. 사실상 이 영역은 1993년 기아 독자 모델인 스포티지가 세계 처음 출시돼 어반 SUV 시장을 개척했다. 스포티지가 프레임바디였다면 1년도 채 안 돼 등장한 토요타 라브4가 모노코크 바디의 도심형 SUV 첫 모델로 글로벌 대박을 기록했다. 

 

 

CR-V는 라브4가 나온 지 1년 만인 1995년 콤팩트 세단 ‘시빅’ 플랫폼을 활용해 출시됐다. 2001년 2세대 모델부터 북미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어코드와 함께 혼다 판매를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하다 보니 일본에서는 차폭이 1750mm를 초과, 5넘버(중대형차)로 분류돼 세금에서 불이익을 받았고 판매가 저조한 이유가 됐다. 


6세대 CR-V 하이브리드 사륜구동 외관은 기존 전륜구동 1.5 터보 모델이랑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블랙 프런트 그릴, 19인치 블랙 알로이 휠, 블랙 루프레일 등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이 적용되었을 뿐이다. 하이브리드 전용 컬러인 어반 그레이 색상이 눈길을 끈다. 

 

전면은 날렵한 주간주행등을 포함해 볼보를 닮았다는 평이 나온다. 그만큼 단정하고 깔끔하다는 얘기다. 심플한 직선과 곡면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화려한 치장 없이 담백한 인상이다.

 

측면은 뒷문이 앞문보다 길어 2열 승객을 배려한 패밀리카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북미 사양을 그대로 수입하다 보니 2열은 프라이버시 글라스가 적용된다. 긴 프런트 오버행은 전륜구동 기반의 사륜구동임을 상기시킨다.

 

 

전체적으로 5세대의 다소 과격했던 디자인은 심플하고 안정적으로 변모했다. 미래적이고 화려하진 않지만 유행을 타지 않는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구형에 비해 차체가 대폭 커진 탓도 있지만 넓은 그릴과 얇은 헤드램프는 한 체급 커 보이게 하는 디자인 요소다. MFR 타입 풀 LED 헤드램프는 야간에도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후면 테일램프는 볼보를 닮았다. CR-V는 전통적으로 해치를 따라 위아래로 뻗은 수직형 테일램프를 적용해왔다. 이번에는 아래쪽을 안으로 꺾어 볼보가 연상된다. 

 

실내는 1.5 터보 모델과 똑같다. 안정적인 수평 디자인이 핵심이다. 좌우로 넓게 뻗은 송풍구는 고급스러운 유광 매시 그릴을 적용했다. 송풍구 상단에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공조기 조작부가 놓여 있다. 벌집 모양의 공조기 디자인과 조작부는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편하다. 

 

계기판은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아날로그가 혼합된 형태다. 속도계는 고전적인 바늘이 움직이는 아날로그식이다. 시인성이 깔끔하다. 좌측 RPM 게이지는 메뉴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띄우는 트립창을 겸한다.


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요즘 신차치고는 작은 편이다. 대신 해상도가 선명하고 터치 반응도 무척 빠르다. 무선 카플레이를 지원하는데 끊김이 없고 시동과 동시에 바로 연결돼 사용하기 편리했다.


우측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면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우측 주행 상황을 비춰준다. 방향지시등 레버 끝에는 사각지대 카메라 스위치가 놓여 있다. 스위치를 누르거나 우측 방향지시등을 점멸하면 중앙 디스플레이에 카메라 화면을 띄워준다. 

 

오른쪽에만 붙어있는 카메라는 시야각이 넓어 운전할 때 상당히 편하다. 화질이 낮고 기능이 제한적인 부분은 아쉽다. 1열은 모두 전동 시트다. 열선은 가능하지만 5천만원이 넘는데도 통풍 기능은 빠졌다.

 

운전석만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전체적으로 만져지는 부분의 인테리어 소재는 좋은 편이지만 고급감은 현대기아 동급 모델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특히 하드 플라스틱의 재질감은 혼다만의 고집인 듯 국산 경차보다 못하다. 2열에는 에어벤트가 달려 있지만 시트 열선은 지원하지 않는다. 8단계로 접혀지는 리클라이닝은 동급 최고다. 장거리 주행시 거의 누워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차체가 커지면서 2열 레그룸과 헤드룸도 넉넉해졌다. 키가 178cm인 기자가 운전석 포지션을 넉넉하게 맞추고도 2열 공간은 무릎 사이에 주먹이 두 개가 들어간다. 덩치 큰 성인 두 명이 타고 장거리를 주행해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센터 터널이 살짝 올라와 있지만 3명이 탔을 때 불편함은 없었다.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적용된 트렁크는 넓게 열린다. 트렁크 바닥이 낮아 짐을 싣기 편하다. 기본 용량도 1113L로 공간도 상당히 넓어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인데도 기존 가솔린 1.5터보 트렁크 공간과 동일한 게 특징이다. 

 
2열을 폴딩하면 시트 방석 부분이 아래로 내려가는 다이브 시트다. 트렁크 공간이 2166L로 늘어난다. 평평하게 접히지만 중간에 턱이 생긴다. 차박을 하려면 별도 평탄화 작업을 해야 한다.

 

시승차에는 혼다 커넥트가 설치된 스마트폰이 제공된다. 도어를 개폐하고 시동을 걸고 공조기를 조작하며 연료량, 정비시기 등을 원격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수입차로는 드물게 스마트키로도 원격 시동이 가능하다. 
 

 

시동을 걸자 조용한 엔진음이 부드럽게 들려온다. 2.0 가솔린 엔진은 1.5터보에 비해 진동이 훨씬 적다. CVT가 매칭돼 147마력의 출력을 부드럽게 전달한다. 특이한 것은 모터 최고 출력이 184마력으로 엔진보다 더 우월하다. 모터와 출력을 합치면 204마력에 달한다. 

 

혼다의 직병렬식 하이브리드는 경쟁사인 토요타 하이브리드에 비해 직결감과 정숙성이 더 좋다. 토요타 2.5 하이브리드는 주행 중 엔진 재구동시 e-CVT 구동음과 함께 꽤 큰 소음이 전달된다.

 

토요타에 비해 강력한 모터를 사용하는 혼다 하이브리드 방식은 무척 부드럽다. 중고속에서 재가속을 하면 모터 출력이 좋아 늘어지는 느낌 없이 꾸준하게 재가속이 이뤄진다.
 

시속 120km 이상 고속에서 정숙성은 수준급이다. 사이드미러 풍절음을 제대로 차단할 뿐더러 1열 운전석에서는 외부 소음도 잘 억제한다. 고속에서 2열에 노면 소음은 조금 거칠게 올라온다.

 

실주행 연비는 공인 14km/L에 비해 20% 이상 좋게 나온다. 고속에서 항속하면 16km/L 이상이 손쉽다. 아울러 시내 중저속 구간에서도 15km/L 이하로 떨어질 일이 없다.

 

스티어링 감각은 혼다다운 직결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노면 피드백을 잘 전달하고 적당한 무게감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동급 차종이 가벼운 조작감으로 인해 초고속에서 다소 불안했던 것에 비하면 신뢰가 가는 핸들 감각을 제공한다.

 

사륜구동도 굴곡이 심한 도로에서 날렵한 핸들링을 가능하게 해주는 요소다. 전체적으로 승차감은 탄탄하다. 부드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단단한 것도 아니다. 방지턱을 넘을 때 튀거나 잔여 진동 없이 제대로 요철을 흡수해준다. 안정적인 하체 세팅이 돋보인다.


‘혼다 센싱’으로 불리는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명불허전이다. 이미 파일럿에서 경험해 익숙하다. 차선 중앙을 유지 기능이 발군인데다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끼어드는 차량에 대응하는 것도 부드럽다. 급격한 커브도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앞차량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재가속이 부드럽게 진행된다.

 

결론적으로 CR-V 하이브리드 사륜구동은 기본기에 충실하다.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실내 구성과 넓은 공간, 특히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이 매력을 더한다. 준중형을 넘어 중형 SUV를 넘볼 정도로 확 커진 6세대 CR-V는 도심형 SUV가 갖춰야 할 교과서로 충분하다. 

 

단지 5590만원이라는 가격은 장바구니에 넣고 구매를 클릭하기에 부담스럽지만 시승을 하고 나면 ‘값을 하는 차’임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올해 혼다코리아는 온라인 직판으로 전환해 가격 조정에 대해 한결 탄력성을 확보했다.

 

혼다코리아는 9월 CR-V 하이브리드 출시에 이어 10월 어코드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는다. 올해는 혼다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확실한 부활의 몸짓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 줄 평

 

장점 : 실용적인 공간과 안정적인 고속 주행감각..기본기는 동급 최고 

 

단점 : 저렴해 보이는 일부 인테리어 소재..5590만원의 장벽

 


가평=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륜구동

엔진

2.0L 가솔린

변속기

CVT(무단자동)

구동방식

AWD

전장

4,705mm

전폭

1,865mm

전고

1,680mm

축거

2,700mm

공차중량

1,790kg

합산 최대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4.2kg.m

복합연비

14km/L

시승차 가격

5,590만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