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럭셔리와 고성능의 즐거운 줄타기..AMG SL63 4매틱
[시승기] 럭셔리와 고성능의 즐거운 줄타기..AMG SL63 4매틱
  • 김태현
  • 승인 2024.03.11 08:30
  • 조회수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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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흐린 하늘이지만 샛노란 바디컬러가 눈길을 잡아 끈다. 루프를 열면 드러나는 빨간 속살은 우아하다 못해 외설적이다. 시동을 걸면 V8 엔진에서 내뱉는 걸걸한 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타이밍에 맞춰 오른쪽 패들을 당기면 눈 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온다.

7세대 SL은 S클래스 쿠페, AMG GTc, CL을 대체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럭셔리한 감각과 함께 스포티한 주행성능까지 챙겨야했다. 심지어 이번 모델은 개발과 생산을 AMG에서 맡았다 벤츠의 변화와 고심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외관에서는 역대 SL과 달리 스포티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끝쪽으로 갈수록 쭉 찢어진 날카로운 눈매와 낮은 노즈, 큰 라디에이터 그릴은 당장이라도 앞에서 달리는 차를 집어 삼킬 듯한 용모다.

태생부터 AMG임을 암시하듯 후드끝의 아팔터바흐 엠블럼과 파나메리카 세로형 그릴이 더욱 범상치 않은 차임을 드러낸다. SL은 이번 모델부터 최초로 AMG 전용 모델로 거듭났다. V8 4.0L 엔진을 품은 후드는 봉긋하게 솟아 올랐고 두 개의 굵직한 라인으로 고성능 이미지를 더한다. 휀다는 풍만하게 부풀려 21인치의 대형휠을 넉넉하게 감싼다.

1세대 SL300을 오마쥬한 휀더 장식은 클래식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또한 A필러부터 매끈하게 이어지는 루프라인은 소프트톱 로드스터지만 유려한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이 소프트톱은 최대 60km/h 속도에서 15초 만에 개폐가 가능하다.

 

리어휀더는 날카로운 라인을 긋거나 장식을 더하기보다 볼륨감에 집중했다. 날카로운 리어램프는 S클래스에서 보았던 촘촘한 LED 디테일로 마무리했다. 트렁크 리드에서 솟아오르는 가변식 스포일러와 좌우에 달린 사각 쿼드팁은 고성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충분하다.

실내에 들어서면 붉은 가죽과 메탈 트림, 블랙 하이그로시가 화려하다. 거기에 벤츠 전매 특허인 엠비언트 라이팅을 더해 야간 운전시 눈이 즐겁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11.9인치의 크기에 선명한 화질, 좋은 반응성을 갖췄다.

 

12도에서 최대 32도까지 전동으로 조절되는 디스플레이는 소프트톱을 오픈했을 때 햇빛에 반사되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기능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지원하며 AMG 특화 기능을 포함해 전세계 트랙데이터를 기반으로 HUD, 서스펜션, 파워트레인을 최적화한 트랙모드도 갖췄다.

두툼한 스티어링은 여타 벤츠와 동일한 조작부를 갖췄지만 하단 양쪽에 드라이브 모드를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다이얼을 배치했다. 주행 중에  즉각 모드를 변경할 수 있다. 스티어링 뒷편에는 메탈 재질의 큼직한 패들 쉬프트를 달았다.

 

1열 시트는 적절한 착좌감과 타이트한 볼스터 배치로 스포츠카에 탔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열선은 물론 통풍시트를 지원하며 목에 히터 바람이 나오는 에어스카프도 지원한다. 추운 밤에도 이 덕분에 유유자적 도심을 드라이브할 수 있다. 

 

2+2 배열의 4인승 로드스터지만 2열에 누군가를 태우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비좁다. 실제 가방을 두거나 반려동물을 태우는 용도로 사용하는게 좋아 보인다. 더구나 접이식 윈드 디플렉터를 설치하면 사람이 아예 탑승할 수 없다.

 

신형 SL은 AMG GT와의 플랫폼 공유로 예전과 달리 스포티하고 공격적인 성향의 차로 거듭났다. 과거에는 탑을 열고 음악과 바람을 즐기는 여유로운 주행이 어울렸다면 이번 모델은 배기음과 핸들링 감각에 집중하게 된다.

먼저 C모드에 놓고 주행을 시작했다. 배기음도 최대한 억제되고 엔진 리스폰스도 여유롭다. 섀시도 긴장을 조금은 내려놓지만 여전히 단단하다.

 

S+ 모드로 다이얼을 돌리면 AMG 특유의 걸걸한 배기음이 울려퍼진다. 스로틀에서 발을 때면 으르렁 대는 후적과 함께 펑펑 터지는 팝콘 사운드에 귀가 즐거워진다. 서스펜션도 더욱 단단해지고 엔진 리스폰스도 빨라진다. V8 4.0L 바이터보 엔진은 585마력에 81.6kg.m의 토크를 내뿜는다.

높은 출력을 오로지 후륜에만 쏟아넣는 난봉꾼에 가까웠던 5세대 SL65 AMG를 타봤던 기억에 가속 페달을 밟기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번 모델 부터 최초로 적용된 4매틱+ 덕분에 고민없이 오른발에 힘을 줄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6초. 최근 고성능 전기차의 등장으로 패밀리카인데도 5초 이내를 쉽게 기록하지만 조용하게 치고 올라가는 것과 폭발적인 배기음에 변속충격이 이루어지는 가속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9단 MCT 자동변속기는 저속에서 약간의 울컥임과 변속충격을 동반한다. 스포츠카에서는 그것마저 운전의 재미가 된다. 토크 컨버터 없이 즉각적인 토크 전달이 가능한 습식 다판 클러치가 적용돼 동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최대 2.5도까지 조향하는 후륜조향 시스템과 후륜에 탑재된 LSD 덕분에 코너링 성능 또한 상당히 좋다.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유압식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노면 상황을 더욱 세밀하게 파악해 코너링 및 부하 등에 최적화한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고속에서 차를 몰아붙이면 프론트 응답성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트랙션이 좋아 그립을 물고 늘어지는 한계가 꽤 높은 편이다. 높은 토크임에도 적절한 출력 배분으로 뒷바퀴가 쉽게 밀려나가지도 않는다. 또 차대 강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체감된다. 요철을 지날때 서스펜션 감쇄력이 단단하기보다 차대가 단단하다는 인상이다.

연료를 가득 채워도 주행가능 거리는 350km 수준에 그친다.

V8에 트윈터보를 탑재한 만큼 효율성은 기대할 수 없다. 시내에서는 3~4km/L, 고속도로에서는 7km/L 수준을 기록한다. 600마력에 가까운 고출력 스포츠카에 연비까지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신형  SL은 역설 그자체다. 이름부터 슈퍼라이트(Super Leicht)의 약자지만 2톤에 가까울 정도로 무겁다. 탑을 열고 바람을 맞이하며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지향하지만 운전대를 쥐고 이리저리 앞머리를 몰아넣다 보면 영락없는 슈퍼카의 감각마저 느껴진다.

 

여러 모델을 대체해야 해 SL만의 정체성이 옅어진건 기존 팬층에게는 실망의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더 많은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카가 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게다가 정통 V8 엔진이 달린 AMG 모델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차 더욱 애정이 간다.

 

 

한 줄 평

 

장점 : 슈퍼카에 가까운 거동+주행성능+럭셔리한 실내

 

단점 : 이름과 달리 무거운 무게, 좁은 회전반경

 

메르세데스-AMG SL63 4MATIC+

 

엔진

4.0L V8 바이터보

변속기

9단 MCT

구동방식

AWD

전장

4705mm

전폭

1915mm

전고

1365mm

축거

2700mm

공차중량

1955kg

최대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81.6kg.m

복합연비

6.3km/L

시승차 가격

2억336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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