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율주행 3단계라는데..반도체 수급난 걸림돌
국내 자율주행 3단계라는데..반도체 수급난 걸림돌
  • 전우빈
  • 승인 2022.02.10 09:00
  • 조회수 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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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로고 사진 
테슬라

최근 테슬라의 풀셀프드라이빙시스템(FSD ) 리콜이 이어지면서 완전 자율주행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현지 시각) FSD 베타 버전 기능 중 하나인 롤링 스톱을 리콜한다고 밝혔다. 롤링 스톱은 교차로에서 차량 및 보행자가 감지되지 않을 때 정지 신호에서도 정차하지 않고 최대 시속 9km로 속도를 줄여 교차로를 통과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기존 FSD에 융통성을 부여해 조금 더 자율주행에 가깝게 만든 기술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 신기술에 대해 안전상의 우려를 표했고 테슬라는 이를 받아들여 롤링 스톱을 비활성화하기로 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베타 버전이 출시됐다. [electrek]
테슬라 FSD

테슬라 FSD 리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도 FSD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12000여 대를 리콜한 바 있다. 2,3년 전부터 자동차 업계의 가장 핫한 이슈가 바로 자율주행 신기술이다.  테슬라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회사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잦은 결함과 리콜은 그들이 말하는 ‘Full Self Driving’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테슬라의 FSD는 자체 명칭일 뿐이다. 아직까지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지 않다. 이름만 들어서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International)가 분류한 자율주행단계 중 레벨 2에 불과하다.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한 부분 자동화단계이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는 자율주행 단계를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6단계로 나눈다. 테슬라 측은 3단계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배치된다.  

 

SAE가 분류한 자율주행 레벨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가 분류한 자율주행단계

간단히 살펴보면 레벨 0은 차를 제어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없는 자동차다. 운전자가 모든 상황을 직접 대응한다. 레벨 1은 요즘 신차에 대부준 적용되는 차로유지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조향을 보조하거나 가·감속을 수행하는 수준이다. 레벨 2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부분 자동화 단계다. 자율주행시스템이 차의 조향, 가속, 제동을 제어하지만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HDA, 테슬라의 FSD, 캐딜락 슈퍼 크루즈 등이 여기에 속한다.

 

레벨 3은 조건부 자동화 단계다.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구간에서만 작동하고 돌발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 레벨 4는 레벨 3과 마찬가지로 특정 구간에서 작동하지만, 돌발 상황을 차량 스스로 제어한다. 다만 악천후와 같은 특정 상황에서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레벨 5는 모든 도로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단계로 우리가 상상하는 완전자율주행이 여기에 해당한다.

메르세데스-벤츠 로고
메르세데스-벤츠

사실상 현재 가장 앞선 자율주행 단계가 레벨3인 셈이다.  많은 제조사가 레벨 3 수준의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을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말 독일 정부로부터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 공식 인증을 받았다. 혼다는 자율주행 레벨 3 시스템이 적용된 신형 레전드를 출시하며 이목을 끌었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신차는 레벨 2에 속한다. 2020년 쌍용차에서 4세대 코란도를 발표하면서 자율주행 레벨 2.5수준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코란도에 탑재된 주행제어 기술을 홍보하기 위해 다른 제조사보다 높은 레벨을 이야기했지만 당시에는 관련 법규가 명확하지 않아 타사 대비 뛰어난 것처럼 포장할 수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207월 세계 최초로 레벨 3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전기준을 도입했다.  레벨 3 자율주행차 단계를 명시한 것이다. 현재 국산 브랜드 중 레벨 3 자율주행차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올 초 신형 제네시스 G90을 선보이며 “20224분기에 레벨 3가 적용된 G90을 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국내 레벨3 규제가 고속도로에서 시속 60km 이하에서 주행 중 운전자가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고속도로 정체구간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셈이다. 시속 100KM는 돼야 현실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수급난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뿐 아니라 수입차 업체까지 포함해  레벨 3 자율주행차의 보급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큰 걸림돌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반도체 수급난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구매 책임자는 전 세계 반도체 부족이 올해도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자동차 업체 모두 반도체를 확보 경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가 반도체 수급난의 주요 이유로 코로나19의 장기화를 꼽는 이유는 이렇다. 차량용 반도체의 대부분이 가전용과 겹치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28nm 공정의 범용 반도체를 사용하는데 이는 가전용 반도체에도 사용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반도체 생산이 줄어드는 데 반해 가전 수요는 늘었다. 반도체 생산업체는 다소 구식 기술인 28nm 공정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어 수급난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일부 기능을 제외하는 마이너스 옵션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수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을 하고 있다. 벤츠, BMW  등은 터치스크린, 전동 시트, 킥모션 전동 트렁크 등 일부 옵션을 제외하는 등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기능을 뺀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 사항으로 두고  수급난에 대응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은 자율주행 진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전우빈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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