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2.5와 2는 다르다..코란도 반자율주행 과장(?) 논란
레벨2.5와 2는 다르다..코란도 반자율주행 과장(?) 논란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9.03.06 08:00
  • 조회수 6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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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해진 신형 코란도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신형 코란도를 출시했다. 8년 만의 풀모델체인지로 디자인이 완전히 새로워진 것은 물론 매직 트레이, 블레이즈 콕핏 등 기존에 볼 수 없던 각종 편의 및 안전사양을 대폭 보강했다.

특히 쌍용차는 “코란도에 국내 동급 차량 가운데 가장 앞선 지능형 주행제어 기술이 탑재된 딥 컨트롤 시스템을 처음 적용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딥 컨트롤은 경쟁차에 적용된 레벨 2 수준의 자율 주행보다 한 단계 진보한 레벨 2.5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달성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 시승을 통해 코란도의 자율주행 기술을 경험한 결과 경쟁 차량에 비해 부족한 점은 없었지만 더 나은 부분을 찾긴 어려웠다.

어찌보면 쌍용차의 과장 광고(?)일 수도 있는 이번 해프닝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율주행 분류 기준이 아직까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아서다. 사실상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인 것이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6단계로 분류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International)가 구분한 기준을 따르는 것이다. 해당 분류는 전자 장비의 개입 없이 인간이 운전을 도맡아 하는 레벨 0부터 완전한 자율주행을 의미하는 레벨 5까지 구분된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 International)이 나눈 자율 주행 기준

이 중 쌍용차가 주장하는 2.5 레벨은 레벨 2와 레벨 3 사이에 위치한다. 레벨 2는 방향 전환과 가감속을 차량 스스로 제어하는 부분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등이 적용된 차량이 포함된다. 이보다 진보한 레벨 3는 시스템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도로에서 운전의 주체는 자동차가 되고 운전자는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만 운전에 개입하게 된다. 레벨 3이 적용된 차량의 경우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조건에서는 자율 주행에 가까운 주행이 가능해진다.

신형 코란도에는 딥 컨트롤 기술이 적용됐다

신형 코란도가 자랑하는 2.5단계 수준의 딥 컨트롤 기술엔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IACC)과 차선유지 보조(LKA) 등의 시스템이 적용됐다.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을 만족한다. 또 내비게이션과 연동되는 고속도로 안전속도 제어(NICC) 기술이 탑재돼 과속카메라를 인식해 속도를 제어하기도 한다. 꽤 핵심적인 최신 기술이지만 이미 현대기아 등 다른 브랜드 차량에도 달려 신선함은 떨어진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 외에도 현대기아차와 같은 대중차 브랜드에서도 차선을 유지하거나 앞차와의 간격을 제어하는 레벨 2 수준의 기술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코란도에 적용되는 고속도로 안전속도 제어(NICC)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적용한 바 있다. 코란도와 비슷한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고도 대부분 레벨 2 자율주행 기술로 홍보한다.

평범한 반자율 시스템이다
코란도는 평범한 반자율 시스템을 보여준다

쌍용차가 코란도를 홍보할 때 굳이 2.5레벨의 자율주행을 달성했다고 홍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한 법적 분류 기준이 없어서다. 결과적으로 쌍용차는 현대기아를 뛰어넘는 기술을 하나라도 보유했다고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 싶은 욕망의 표현인 듯 싶다. 소비자 입장에서 ‘자율 주행 레벨 2.5를 달성했다’고 하면 레벨 2보단 레벨 3에 가까운 실력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로 주행해 본 코란도는 레벨 2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자율주행 실력을 발휘한다.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는다. 고속도로 주행에서 급한 코너나 차선 변경 등의 상황을 마주하면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통제하고 제어해야 한다.

쌍용차는 이번 코란도 발표회에서 "2021년까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능력을 갖춘 모델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쌍용차의 연구개발에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한 켠으로는 입맛이 씁쓸했다. 코란도(Korean can do)의 이름 답게 코란도는 우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하는 것 아닐까.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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