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개봉해 흥행몰이를 한 기생충이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 및 감독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영화 101년 역사를 넘어 사실상 동양인 최초의 영광이다. 이전 대만 감독의 수상 이력이 있지만 헐리우드 영화였다.
어찌 보면 원천기술이 없어 불가능에 가까운 노벨 과학상 수상 만큼의 값진 쾌거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마지막에 오스카의 꽃으로 불리는 ‘작품상’까지 거머쥐었다. 기생충은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중 할리우드의 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다.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아 오스카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기생충은 자본주의를 넘어서 신자유주의의 심화에 따는 빈부격차와 계급 갈등 같은 글로벌한 사회적 문제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내 국내외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기생충에는 자동차로도 이런 격차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동차 마니아들은 영화를 볼 때 등장하는 차에 으레 시선이 간다. 자동차는 감독의 화면에 무언가를 배치하는 미장센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 기생충도 마찬가지다. 부잣집 부부로 나오는 동익(이선균 역)과 연교(조여정 역)가 타는 차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레인지로버 벨라가 등장한다. 두 모델 모두 각각 1억3500만원, 8270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급차다. 사실상 1억원이 넘는 모델이 대부분이다.
부잣집을 상징하기에 두 모델은 안성맞춤이다. 만약 S클래스와 벨라를 대신해 제네시스 G90와 GV80이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관객의 몰입도가 더 좋아졌을까.
현대차는 지난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하며 프리미엄으로 선언을 했다. 일단 공식 발표다. 아직 프리미엄 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기생충에 부잣집 차로 등장했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부잣집 동익이 타는 차로 등장하는 S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 플래그십 세단이다. 플래그십 세단이 갖춰야 할 안락함, 정숙성, 브랜드 히스토리 등을 모두 겸비한 모델이다. 최근 국내 판매량이 증가하며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지만 비싼 값으로 누구나 살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도 ‘S클래스=비싼 차’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부가적인 대사 없이도 극중 인물에 대한 배경 설명이 가능한 이유다. (만약은 없지만) 동익이 제네시스 G90를 타고 등장했다면 논란의 연지도 있겠지만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 답다는 평가가 나왔을 수도 있다.
동익의 부인, 연교가 타는 레인지로버 벨라 역시 럭셔리 SUV로 부잣집 여사님의 차로 이름을 알린 모델이다. 벨라는 SUV임에도 세련된 이미지와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신기술과 참신한 시도가 돋보인다. 국내에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부자집 사모님 차로 등장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올해 1월 출시되 제네시스 GV80이 레인지로버 벨라의 역할을 대체했다면 미국 슈퍼볼 광고 이상의 효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아울러 해외 관객들에게도 상당한 어필이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와 자동차 모든 디테일과 참신성이 중요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역시 계급 갈등이라는 뻔한 소재를 집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신선하게 풀어냈다. 디테일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브랜드 첫 SUV GV80를 출시했다. 고급 소재와 화려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해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남은 숙제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이다. 제네시스는 GV80 출시를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 중동, 유럽 등 세계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기생충의 성공이 제네시스 GV80의 해외 진출에 조금이라도 플러스 효과를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